현대기아 2030년 전기차 300만대 목표..근거는
현대기아 2030년 전기차 300만대 목표..근거는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2.03.16 09:00
  • 조회수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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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기아차 본사
현대 기아차 본사

최근 현대기아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모빌리티 기업 전환을 선언하고 2030년 전기차 300만대를 판매하겠다면 주력 사업 혁신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숫자 목표일뿐 인력 조달이나 기존 인력 구조조정, 배터리 확보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최근 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했다. 전기차 판매 목표치와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전보다 상향된 목표치로 오는 2030년까지 현대차는 187만대, 기아는 12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내용으로 총 307만대다.

최근 현대기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원자재 확보난으로 주가가 추락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차량 판매가 개선되는 모습은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는 단기적일뿐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전기차 판매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일까. 

현재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각각 35만1000대와 12만7000대에 그쳤다. 이는 2020년 판매량(현대차 44만대, 기아 22만4000대)과 비교해 30% 가까이 급감했다. 전기차 판매 대수는 제대로 된 통계를 찾기 어려울 만큼 미미하다.

BYD 블레이드 배터리 자체 개발
BYD 블레이드 배터리

이미 토종 전기차 회사들이 중국 내수 시장을 꽉 잡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와 중국 전기차 시장이 변수다. 중국은 전세계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다. 이 중에서도 전기차의 판매 비중이 해가 지날수록 급격히 오르고 있다. 2015년 33만1천여대 수준이었던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2018년 125만6천여대로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겼다. 지난해에는 무려 352만대로 전년(136만7천여대)대비 2.5배 가량 상승했다. 이런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상하이자동차, BYD와 같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300만대 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차로 중국에 재도전한다. 중국 현지용 전기차 모델을 개발해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내년 EV6를 중국에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6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계획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중저가 전기차 시장은 이미 중국 토종 업체뿐 아니라 현대기아와 경쟁할 고가 라인업은 테슬라가 꽉 잡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의 최대 장점인 가성비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테슬라와 같이 프리미엄으로 나서야 한다. 현 상황을 미뤄볼 때 쉽지 않아 보인다.

2020년까지 전세계 배터리 공급량 (출처 Faraday Institute)
2020년까지 전세계 배터리 공급량 (출처 Faraday Institute)

또 다른 걸림돌은 배터리다. 현대차그룹이 목표로 한 전기차 300만대를 달성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75GWh의 배터리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에서는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한다. 현재는 중국에서 제조된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에 한해 추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결론적으로 경쟁력있는 가격 확보를 위해선 중국산 배터리 사용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안이 있다. 중국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사용하거나 현대차그룹이 직접 중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이미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당장 많은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국내 글로벌 배터리 생산 회사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이 중국서 생산하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들 회사는 중국에 생산공장을 확대하고 있지만 앞으로 증가할 수요를 감당하는 데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있다.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내재화는 수 년 전부터 끊임없이 언급되어 왔다. 테슬라와 폭스바겐은 배터리 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각각 3000GWh, 24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자체 생산에 대한 계획이 전무하다. 배터리 생산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1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데 3조원이 투입된다. 단순 계산으로 300만대 전기차 생산을 위한 75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데 22조5000억원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에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글로벌 배터리 생산 회사가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생산에 나선다면 재계를 중심으로 한 비난을 피하기 쉽지 않다.

목표 달성을 위한 걸림돌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런 와중에 호재도 나왔다. 지난달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가 독일 및 유럽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상품성을 인정 받았다. 중국 미국 다음인 세계 3대 시장인 유럽에서 현대기아 전기차의 경쟁력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현대기아는 특히 고급차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올해의차 성과를 중시한다. 전기차 시대에는 기존 애연기관 프리미엄의 레가시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이 2030년 목표로 한 전기차 300만대를 달성한다면 브랜드 이미지에서 기존 강자인 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엎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버금가는 거대 그룹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관건은 혁신 뿐이다. 기존 현대기아 조직으로는 이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전기차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자동차 기능 이외에 시장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배터리 조달에 대한 청사진과 모빌리티 관련 인력 조달이 이런 성공을 구체화할 시급한 과제다. 두 가지 지표가 구체화된다면 주가 급등은 저절로 따라올 부분이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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