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실주행 500km 넘는다..4천만원대 가성비 최강 전기차 폭스바겐 ID.4
[시승기] 실주행 500km 넘는다..4천만원대 가성비 최강 전기차 폭스바겐 ID.4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2.11.18 09:00
  • 조회수 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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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ID.4 프로
폭스바겐 ID.4 프로

전기차 경쟁이 뜨겁다. 그 중 대중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모델은 5000만~5500만원 사이에 포진해 있다. 전기차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어서다. 이럴 경우 실구매가가 4천만원대 중후반으로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1회 완전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400km를 넘어서면 패밀리카로 사용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준중형급 차체 크기에 편의안전장비 넉넉한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5000만원 전후 전기차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합리적인 프리미엄을 외치는 폭스바겐이 5000만원대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인공은 ID.4다. 폭스바겐 최초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사용해 눈길을 끄는 모델이다. 보조금을 받으면 4천만원 중반에 구매할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 넉넉한 실내 공간, 부족함 없는 편의안전장비가 강점이다.

ID.4는 최신 폭스바겐 디자인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기존 모델이 직선 위주의 단순함으로 불렸다면, ID.4는 곡선의 향연이느껴진다. 전면부터 후면까지 매끈함 그 자체다. "공기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차체 곳곳에 묻어 있다. 참고로 ID.4의 공기저항계수는 Cd 0.28으로 수준급이다.

폭스바겐 로고를 중심으로 양 옆으로 뻗은 주간주행등이 사람의 눈을 형상화한 ‘IQ.LIGHT’를 감싼다. 단순함에 지루함이 느껴질 즈음 범퍼에 그려진 허니콤 패턴이 긴장감을 더해준다. 디테일도 좋다.

전기차 전용플랫폼(MEB)를 사용해 완성도 높은 프로포션을 일궈냈다. 앞뒤로 바퀴를 끝까지 밀어내 전장 대비 긴 휠베이스를 확보했다. 바퀴와 바퀴 사이에 대용량 배터리를 얹었다. 엔진을 덜어낸 보닛은 최소한으로 구성했다. 결과적으로 극단적으로 짧은 오버행이다. 전기차스럽지 않은 디자인의 커다란 20인치 휠도 매력이다. 도어에는 인사이드 그립 핸들로 불리는 손잡이를 붙였다. 과거 소형차에서 찾아 볼 수 있었던 디테일이지만 ID.4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했다. 기계적인 손잡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손을 손잡이 안 쪽으로 넣어 버튼을 눌러 여는 전자식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원가절감이라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후면 역시 디테일을 살린 테일램프가 눈을 사로잡는다. LED를 입체적이면서 감각적으로 구성했다. 주간주행등을 한 줄로 이은 전면램프와 마찬가지로 테일램프 역시 한 줄로 길게 이었다. 시선이 램프로 모인다. 아쉬움은 범퍼가 커다란 플라스틱 덩어리라는 점이다. SUV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이해는 하지만, 시각적인 만족도를 떨어트린다.

폭스바겐이 추구하는 단순함의 미학은 실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리 버튼의 수를 최소화하고 대부분 기능을 센터 디스플레이에 통합했다. 내연기관 버전의 폭스바겐 모델이 실용성에 힘을 실었다면, ID.4는 다르다. 센터페시아를 정확히 위아래로 가르면 윗 쪽은 고급스럽고 아래쪽은 여전히 폭스바겐스럽다.

ID.4를 개발할 당시 물리 버튼을 줄이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버튼이 정말 간소하다. 꼭 필요한 버튼을 제외하면 죄다 터치 혹은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한다. 이 때문에 생긴 황당한 조작법도 있다. 대표적으로 윈도우 스위치다. 운전석 도어에는 두 개의 윈도우 스위치와 ‘REAR’라고 적힌 버튼이 있다. 뒷 유리를 열려면 ‘REAR’버튼을 먼저 누르고 윈도우 스위치를 조작해야 한다. 이것도 원가 절감인가 싶지만, 버튼 하나를 줄여서 얻는 이익보다 기존에 사용한 부품을 공유하는 편이 수익성 측면에서 더 낳았을 것이다. 무언가 내연기관 모델과 차별화를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고민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스티어링휠 칼럼 위에 5.3인치 디스플레이를 붙였다. 모터사이클에서 시작된 디자인이다. 과거 스파크나 아베오 그리고 미니 등을 연상하게 하는 디테일이다. 스티어링휠 칼럼을 조작하면 계기반도 한데 묶여 움직인다.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우고 더 많은 정보를 큼직하게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어 노브는 계기반 옆에 붙는다. 앞으로 돌리면 D, 뒤로 돌리면 R, 옆을 누르면 P가 체결되는 방식이다. 익숙해지면 굉장히 편리하다. 시동 버튼은 스티어링휠 칼럼 옆 쪽에 붙어 있다. 굳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시트에 앉아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시동이 걸린다

1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가로로만 긴 와이드 타입이 아니다. 세로와 가로의 비율이 적절하다. 폭스바겐의 최신 모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UI를 적용했다. 조작의 직관성이 떨어지기는 해도 사용에 불편은 없다. 자주 사용하는 오토 홀드까지 디스플레이 안쪽에 숨겨 놓은 건 아쉬운 구성이다. 대신 한 번만 눌러 놓으면 시동을 다시 켜도 작동한다. 기본 내비게이션은 빠졌지만,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한다. 이 외에 3존 독립 공조, 1열 열선 및 마사지 시트(메모리 기능 포함), 무선 충전 패드 등도 꼼꼼하게 챙겼다. 유일하게 통풍 시트만 빠졌다. 

SUV를 지향하는 만큼 실내 곳곳에 크고 작은 수납 공간을 마련했다. 1열에는 두 개의 컵홀더를 비롯해, 공간을 분리해 사용할 수 있는 약간의 수납 공간이 있다. 센터 콘솔을 플로팅 타입으로 구성해 바닥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짐을 잡아 줄 수 있는 칸막이나 밴드 따위가 없다는 점이다. 차량의 움직임이 약간만 거칠어진다면 짐이 굴러다니기 딱 좋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만큼 2열 바닥은 매우 평평하다. 신장 179cm의 성인 남성이 앉으면 무릎에 주먹 두 개 정도가 들어간다. 주먹 하나가 여유롭게 들어가는 머리 공간도 만족이다. 2열 승객을 위해 두 개의 USB 포트와 별도의 송풍구 및 온도 조절 장치 그리고 1열 시트 뒤에 크고 작은 포켓을 마련해 편의성을 도모했다. 전동식 선쉐이드까지 챙긴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매력이다. 뻥 뚫린 시야감을 제공한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543L, 2열 시트를 폴딩하면 최대 1575L까지 확장된다. 부피가 큰 짐도 너끈하게 실린다. 거의 플랫해져 충분히 차박이 가능하다. 전면 보닛을 열면 복잡한 기계 장치만 보일 뿐 프렁크는 없다.

ID.4에는 150kW 전기모터 하나와 82kWh 대용량 배터리가 조합된다. 전륜 구동 모델 위주의 폭스바겐 모델이지만 ID.4는 후륜에 전기모터가 얹힌 뒷바퀴 굴림 방식을 사용한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1.6kg.m의 힘을 토대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5초 만에 도달한다. 폭발적인 성능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인증 1회 완전 충전 주행거리는 405km다.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수입 전기차들이 국내 인증에서 맥을 못 추는 것과 달리 ID.4는 꽤나 준수한 성적으로 인증을 통과했다. 저온 주행거리는 아쉬운 수준이다. 히트펌프가 포함됐음에도 인증 저온 주행거리가 288km 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저온 주행거리 측정 방식의 허점때문이다. 국내에서 저온 주행거리를 측정할 때는 차량에서 설정 가능한 가장 높은 온도와 가장 센 풍량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 설정 온도가 높아질수록 주행거리가 감소하는 것은 상식이다. 문제는 차마다 설정할 수 있는 최고 온도가 제각각이다. ‘기준 온도’를 정하고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참고로 ID.4는 최대 30도까지 온도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달려본 ID.4의 실주행 거리는 500km 이상이다.

ID.4는 2.2톤이 넘는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단단한 서스펜션을 조합했다. 예상보다 불쾌하지 않다. 비슷한 체급의 전기차들과 비교하면 평이한 수준이다. 긴 휠베이스를 바탕을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도 진중하다. 탄탄한 하체 세팅을 바탕으로 고속 주행에서 뛰어난 안정성을 자랑한다. 다만, 부드러운 승차감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살짝 거북할 수준이긴 하다.

출력이 낮다고 운전의 재미를 상실한 것은 아니다. 낮은 무게 중심, 앞(235mm)보다 큰 뒷(255mm) 타이어, 후륜 구동 등이 조합돼 즐거운 운전이 가능하다. 2.2톤을 넘는 거구가 코너에서 민첩한 회두성을 자랑한다. 회생 제동의 개입도 부드럽다. D에서는 회생제동 개입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기어노브를 한 번 더 돌려 B 모드로 진입하면 완전 정지에 가까울 만큼 회생제동이 개입한다. 시속 10km 이하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아 제동을 해야 한다. 

ID.4는 후륜에 드럼 브레이크를 사용했다. 인터넷을 달구는 뜨거운 감자다.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실주행에서 제동 성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디스크 브레이크가 드럼 브레이크에 비해 성능이 우수하고 열관리에서 장점을 갖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D.4가 드럼 브레이크를 사용한 데는 전기차의 특성이 맞닿아 있다. ID.4는 최대 0.3G의 회생 제동이 가능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일정 감속 구간에서는 회생 제동만 사용한다. ID.4를 타보면 드럼 브레이크의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소형차에 적용된 드럼 브레이크들은 차량이 완전 정지하는 시점에 꿀렁임이 살짝 느껴진다. 반면, ID.4는 그 지점을 굉장히 매끈하게 처리했다. 저렴한 소형차에 드럼 브레이크를 적용한다는 사실만으로 드럼 브레이크가 수준 낮은 기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화의 오류가 될 수 있다. 타보면 알 수 있다.

ID.4는 5490만원 단일 트림 구성이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100% 기준을 충족한다. 서울시 기준 837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받아 4653만원에 손에 쥘 수 있다. 비슷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쟁쟁한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주행거리, 공간, 주행성능 등 다양한 부문에서 아쉬움은 없다. 1열 통풍시트 같은 더 풍부한 편의장비가 적용됐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5500만원을 넘기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 생각하면 충분한 구성이다. 

ID.4는 지금 계약해도 내년 하반기에나 돼야 손에 쥘 수 있다. 엇비슷한 가격대의 국산 전기차 대기 고객이라면 충분히 계약을 걸어 놓고 기다릴만한 가성비 좋은 수입 전기차다. 

한 줄 평

장 점 : 4천만원대 구매할 수 있는 합리적 구성의 전기차

단 점 : 다소 복잡한 디스플레이 UI

폭스바겐 ID.4 Pro

모터방식

영구자석식 전기모터

배터리

리튬이온 82kWh

전장

4,585mm

전폭

1,850mm

전고

1,620mm

휠베이스

2,765mm

공차중량

2,144kg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1.6kg.m

완충 시 주행거리

405km

시승차 가격

5,490만원 (보조금 혜택 전)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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