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브레이크는 원가절감? 폭스바겐 ID.4 제동방식 논란
드럼 브레이크는 원가절감? 폭스바겐 ID.4 제동방식 논란
  • 김태원
  • 승인 2022.12.20 09:00
  • 조회수 3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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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운전자와 보행자에 안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브레이크이다. 

폭스바겐 ID.4

 올해 하반기 폭스바겐코리아가 국내 출시한 전용 전기차 ID.4가 최근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요즘 웬만한 신차에 쓰이는 디스크 브레이크가 아닌 드럼 브레이크가 뒷바퀴에 달렸다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앞바퀴는 디스크 브레이크다. 일부에서는 드럼 브레이크가 제동력이 떨어지지만 원가가 저렴해 장착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드럼 브레이크는 2000년대 초반까지 대부분 승용차에 사용됐다. 이후 보다 제동력이 확실하고 열 방출에 유리한 디스크 방식이 대세가 됐다.

그렇다면 디스크 브레이크와 드럼 브레이크란 무엇이며,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  어떤 브레이크가 더 좋은지 가치판단을 하기보다는 각 브레이크의 메커니즘에 초점을 두고 분석해보자. 두 브레이브 방식 모두 유압으로 마찰력을 제어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먼저 디스크 브레이크에 대해 살펴보겠다.

 

디스크 브레이크 (사진 출처: 두산 백과)

디스크 브레이크는 바퀴와 함께 회전하는 금속 원판의 양쪽을 마찰재로 눌러서 마찰을 발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마찰력을 이용해 차량의 운동에너지를 감소시키는 것이 디스크 브레이크의 원리이다. 이때 차량과 함께 회전하는 원판을 디스크 로터 또는 브레이크 디스크라고 한다. 마찰재는 브레이크 패드라고 부른다. 또한, 브레이크 패드가 장착된 부분을 브레이크 캘리퍼라고 부른다.

디스크 브레이크는 캘리퍼 속의 구조에 따라 다시 고정 캘리퍼 형식과 부동 캘리퍼 형식으로 나뉜다. 고정 캘리퍼 형식이란 양쪽 패드에 모두 유압이 가해져 마치 집게처럼 로터를 잡는 방식을 말한다. 부동 캘리퍼는 한 쪽의 패드만 유압에 의해 밀리며 다 른 한 쪽의 패드는 반력에 의해 로터를 누르는 것을 의미한다.

드럼 브레이크 (사진 출처: 두산 백과)

드럼 브레이크는 바퀴와 함께 회전하는 금속제 원통의 안쪽을 마찰재로 눌러서 마찰을 발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마찰력을 이용해 차량의 운동에너지를 감소시키는 것이 드럼 브레이크의 원리이다. 이때 차량과 함께 회전하는 원통을 브레이크 드럼, 마찰재를 브레이크 슈라고 한다.

드럼 브레이크의 특징은 자기 배력 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기 배력 작용이란 드럼의 회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확장하는 슈인 리딩슈가 눌렸을 때, 드럼과 함께 회전하려고 하면서 결과적으로 드럼을 더욱 강하게 눌러 더욱 강한 제동력을 이끌어 내는 작용을 뜻한다.  통상 디스크 브레이크보다 드럼 브레이크의 원가가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다.

폭스바겐 ID.4 운전석

드럼은 제동시 약간의 소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디스크 브레이크도  브레이크 패드가 편마모가 진행됐을 경우 기분 나쁜 소음을 낸다. 제동력에서도 열 방출에 디스크 브레이크가 조금 더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폭스바겐은 5천만원이나 하는 전용 전기차 ID.4 후륜에 디스크가 아닌 드럼 브레이크를 왜 사용했을까. 이유는 두 가지다.

전기차는 회생제동 에너지를 통해 80% 이상 제동력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기차의 경우 20만km를 주행하고도 디스크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승용차의 경우 2만~4만km 정도 주행하면 브레이크 패드를 점검한 뒤 교체를 진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폭스바겐 ID.4 프로
폭스바겐 ID.4 프로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드럼 브레이크가 디스크보다 원가가 저렴해 사용한 것이 아니라 회생제동 및 미래 브레이크 시스템까지 고려해 장착한 것"이라며 "마찰에 의한 브레이크 패드 분진 역시 회생제동과 겸용해서 사용하는 드럼 브레이크가 적게 나온다"고 설명한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 ID.4 후륜 드럼 브레이크 장착에 대해 유독 한국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것 또한 폭스바겐코리아 측의 입장이다.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처럼 회생제동 같은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른 논란도 증폭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세계적인 부품업체인 독일 콘티넨탈이 개발하는 미래 브레이크 시스템은 디스크, 드럼 브레이크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궁극적으로 유압을 통해 마찰력을 제어하지 않는다. 소위 브레이크 유압에 사용하는 오일이 사라지는 것이다. 회생제동을 극대화하면서 바퀴 마다 개별 모터로 제어한다는 방식이다.

콘티넨탈이 개발하는 미래 브레이크 시스템(FBS)은 3단계다. 

콘티넨탈 미래 브레이크 시스템
콘티넨탈 미래 브레이크 시스템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 제동시스템은 FBS 0단계다. 브레이크 오일을 사용하는 기존 유압식 브레이크를 그대로 활용하지만 회생제동을 접목해 브레이크 사용을 줄이는 것. 사실상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차의 경우 회생제동이 적극 개입해 브레이크를 내연기관 처럼 밟을 필요가 없다. 브레이크 패드 등 제동관련 부품을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FBS 1단계는 2025년 도입될 기술로 이미 상용화에 다가섰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스케이트 보드 섀시 기반이다. 기계식 브레이크가 일부분 전기 브레이크로 바뀐다. 지금처럼 브레이크 페달이 물리적으로 제동시스템에 연결돼 운전자가 밟는 만큼 직접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전기 브레이크 신호를 감지한 제동시스템이 유압을 조절하는 식이다.

이르면 2025년 도입돼 2028년까지 상용화될 FBS 2단계는 유압식 브레이크가 전륜 두 바퀴만 제어하고 전자식 드라이 브레이크 시스템이 후륜 2바퀴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 3단계 이상을 염두에 둔 본격적인 전기차 전용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2027년이후 나올 FBS 3단계는 유압식이 완전히 사라진다. 4바퀴를 독립적으로 전자 제어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각 바퀴에 전자 캘리퍼·드럼이 달려 바퀴 별로 제어가 가능하다. 이런 미래 브레이크를 이미 대형 자동차 회사가 채용해 한창 개발을 진행중이다.

때아니 폭스바겐 ID.4의 드럼, 디스크 브레이크 논란 속에 미래 기술의 단초를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난 요소다.

김태원 에디터 tw.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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