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실 주행거리 측정 결과..타이칸 1등, 꼴찌는
전기차 실 주행거리 측정 결과..타이칸 1등, 꼴찌는
  • 김태원 에디터
  • 승인 2022.12.26 09:00
  • 조회수 104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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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구매할 때 디자인, 브랜드, 주행성능 등 다양한 요소도 있겠지만, 가장 큰 구매자의 관심은 완전충전 ‘주행거리’일 것이다.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 방식은 국가나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문제는 인증 주행거리와 실 주행거리 차이 폭이 생기면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증 대비 실주행거리가 적게 나오면 정부의 인증을 믿지 못하거니와 전기차 자체에 대한 불만사항이 된다.

 

현대 아이오닉5
미국 매체 측정결과 인증 대비 실주행거리가 꼴지로 나온 현대 아이오닉5

이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공인 연비와 실주행 연비 차이가 크게 나면 소비자 불만을 넘어 판매 부진으로 이어진다. 10여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공인 연비 대비 실주행 연비 차이가 커 자동차회사와 소비자 간에 소송까지 이어졌다. 이후 공인 연비 인증제도가 보수적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렇다면 전기차는 공인 주행거리와 실 주행거리 차이를 어떻게 측정할까.

 

이와 관련해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인 인사이드이브이(insideevs)가 미국서 시판 중인 35개 전기차의 공인연비와 실 주행거리를 측정한 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차량

실주행거리(km)

EPA 주행거리(km)

오차

2020포르쉐 타이칸 4S

447.4

326.7

+36.9%

2022 벤츠 EQS 450+

635.7

563.3

+13.0%

2022 기아 EV6 GT

394.3

441.0

-10.6%

2021 테슬라 모델3 AWD

498.9

568.1

-12.2%

2021 테슬라 모델 S

482.8

560.1

-12.0%

2021 폭스바겐 ID.4

376.6

402.3

-6.40%

2022 현대 아이오닉5 AWD

313.8

412.0

-24.0%

2020 현대 아이오닉 EV

275.2

273.6

+0.6%

2020 코나 EV

383.0

415.2

-7.8%

2020 쉐보레 볼트 EV

363.7

416.8

-12.7%

2019 아우디 e-tron

302.6

328.3

-7.90%

2020 미니 쿠퍼 SE

173.8

177.0

-1.80%

2019 BMW i3

226.9

246.2

-7.80%

해당 매체는 실험실이 아닌 실제 고속도로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완전충전된 차량을 70mph(약 113km/h)로 방전될 때까지 주행하는 방식이다. 총 35대의 전기차의 실주행거리를 측정했다. 이렇게 측정한 실주행거리를 EPA(미국환경보호청) 인증 주행거리와 비교했다.

 

테스트 결과 대부분 전기차에서 5% 이상의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증 주행거리가 짧았던 포르쉐 타이칸은 실주행거리가 훨씬 좋게 나왔다.  역으로 현대 아이오닉 5 AWD는 인증 거리대비 실주행 결과가 가장 나빴다. 

공인 주행거리 대비 가장 긴 실주행거리를 기록한 차량은 포르쉐 2020 타이칸 4S 모델로 EPA 인증 거리는 326.7km였지만 실 주행거리는 447.4km로 36.9% 더 좋게 나왔다. 

 

현대차 2022 아이오닉5 AWD 모델은 EPA 인증 거리는 412km였지만 실 주행거리는 313.8km로 24% 더 짧았다. 

 

이번 실주행거리 테스트에서 제조사별 특징을 찾아낼 수 있었다.

포르쉐 차량은 모델에 따라 실 주행에서 적게는 17%, 많게는 36% 이상 공인 주행거리보다 더 주행이 가능했다.

전기차 시장의 최강자인 테슬라는 4개 모델 모두 실제 주행에서 공인 주행거리보다 10% 짧게 나왔다.

현대기아 전기차의 경우 테스트에 사용된 5대 모델 가운데 +0.6%를 기록한 2020 현대 아이오닉 EV를 제외한 4개 모델 모두 실 주행거리가 공인 주행거리보다 짧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포르쉐 타이칸
포르쉐 타이칸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공인 주행거리 측정 방법에 있다. 앞서 테스트에 사용된 미국환경보호청 EPA 기준을 비롯하여 유럽의 NEDC, WLTP 기준, 국내 환경부의 기준 모두 공기저항, 온도 등의 영향을 적게 받는 실험실 환경에서 측정이 이뤄진다. 물론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실험실 환경에서 측정된 주행거리의 70%만 인정을 하거나 보정식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이 있지만 실제 주행과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전기차는 급가속이나 시속 100km 이상 고속주행, 외기 온도에 따라 배터리와 모터의 효율의 차이가 크게 난다. 아울러 회생제동 강도나 사용 빈도에 따라 주행거리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변수가 다양하다.

 

이번에 측정 결과는 70mph(약 113km/h)로 고속 주행만 측정했다는 게 문제다. 이는 포르쉐 타이칸 처럼 스포츠카 스타일로 공기역학에서 우수한 차량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아울러 운전자 주행 습관 등이 모두 동일한 환경에서 테스트가 진행된 것은 아니라 절대적 지표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를 비교 분석해보면 자동차 메이커마다 추구하는 공인 주행거리에 대한 개념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차 구매에 상당히 유용한 수치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폭스바겐 ID.4 프로
폭스바겐 ID.4 프로

구체적으로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은 국가나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대표적으로 유럽 전기차 주행거리 기준은 WLTP (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 Test Procedure)다. 기존 유럽에서 사용하던 NEDC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UN산하 유럽경제개발기구 주도로 개발됐다. WLTP 인증 테스트는 총 23km를 주행한다. 평균속도는 시속 47km다. 최고속도는 130km/h다. 고속도로보다는 도심 주행에 초점이 맞춰졌다.

 

<em>테슬라 모델S 플래드&nbsp;</em>
테슬라 모델S 플래드

미국에서는 EPA 기준을 사용한다. WLTP보다 통상 주행거리가 1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측정 방법은 도심과 고속 주행을 모두 진행한다. 두 가지 주행 모두 배터리가 0%가 될 때까지 주행한다.

 

주행한 거리에 0.7을 곱하면 주행거리 산정이 완료된다. 0.7을 곱하는 이유는 외기 온도나 주행 환경 등 다양한 변수를 직접 대입하지 않아서다. 특히 더위나 추위 때 에어컨을 사용하면 주행거리가 30% 정도 감소하는 것을 감안해서다.

 

국내 환경부는 조금 더 가혹한 환경에서 주행거리 인증을 진행한다. 전 세계 주행거리 인증 기준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제조사들은 실제로 주행하면 훨씬 더 갈 수 있는데 국내 인증을 적용하면 유독 거리가 짧아진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EPA 기준을 참고한다. EPA와 동일하게 테스트 진행 후 결과 값에 70%를 환경부 자체적인 ‘5-Cycle’라는 보정식에 대입한다. 국내 도로에 맞는 시내 주행, 고속도로 주행, 고속 주행 및 급가속, 에어컨 가동, 외부 저온 등을 고려한 상황이 보정식에 담겨있다.

아우디 Q4 e-tron
아우디 Q4 e-tron

한국의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에서 특이한 점은 추가적으로 고온 및 저온 주행거리도 각각 산출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저온 주행거리가 고온 주행거리에 비해 70%가 되지 않으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국내 전기차 저온 인증 방법은 히터를 틀고 측정한다.

 

여기서 관건은 설정 온도다. 저온 인증에서 예를 들면 27도로 정해 놓고 모든 차량을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설정 온도를 특정하지 않고 해당 차량에서 가장 높은 온도로 측정한다. 27도로 측정하는 것과 33도로 측정하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 1도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열효율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현대기아 전기차의 최고 설정온도는 27도다. 쉐보레 볼트 EV와 볼트 EUV는 31도,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는 32도까지 설정할 수 있다. 테슬라는 최고 27.5도까지 설정 가능하다. 따라서 저온 주행거리 측정 방법은 업계의 의견을 듣고 동일한 조건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태원 에디터 tw.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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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2023-01-04 16:41:19
잘 읽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왕 정보를 제공 해 주실바에 주행거리 순으로 정리해 올려 놓았다면 한눈에 더 잘 파악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