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본기 탄탄한 4천만원대 유럽산 전기차..폭스바겐 ID.4 
[시승기] 기본기 탄탄한 4천만원대 유럽산 전기차..폭스바겐 ID.4 
  • 서동민
  • 승인 2023.10.30 08:30
  • 조회수 2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치백 불모지인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폭스바겐 골프

 

대중적인, 그러나 결코 만듦새는 떨어지지 않는 자동차를 만들어온 브랜드가 있다. 독일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 하면 골프, 제타, 티구안, 투아렉 등 다양한 차종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브랜드인 만큼 대표 모델들이 눈에 훤하다.

 

국내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폭스바겐이 존재감을 잃어버리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디젤 라인업 위주로 소비자에게 매력을 어필해 성공적인 판매고를 올렸으나, 디젤 게이트 여파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디젤 게이트에 이어 코로나 19 여파를 연이어 맞으며 국내시장에서 한동안 존재감을 잃었다.

 

그래서일까. 자동차 업계에서 전동화 라인업 확장에 적극적인 브랜드 가운데 하나임에도, 국내 폭스바겐 전기차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종종걸음이다. 도로 위에서 티구안, 골프, 아테온 등 내연기관 모델은 흔히 만날 수 있지만, 순수전기차 ID.4를 보기란 쉽지 않다. 

 

 

이미 쟁쟁한 경쟁자가 포진한 국내시장에서 ID.4가 차지할 자리는 없는 걸까. 폭스바겐 ID.4 국내 출시는 어느새 1주년을 맞았다. 1년 사이에 회생제동 시스템 등을 개선해 주행거리를 405km에서 421km로 향상시켰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이에 맞춰 26일 경기도 가평에서 시승행사를 열었다. 시승차는 폭스바겐 ID.4 프로 트림이다.

 

ID.4는 폭스바겐이 내놓은 두 번째 ID. 시리즈다. 2021년 공식 데뷔했다. 전기자 전용 MEB 플랫폼 기반의 중형 크로스오버다. 차체 크기는 전장 4585mm, 전폭 1850mm, 전고 1615mm, 휠베이스 2765mm로 국산차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와 동급이다.

 

 

외관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단정하다. 꾸밈을 더하기보단 기본에 집중했다는 인상이다. 전면 헤드램프의 형상은 ID. 시리즈의 패밀리룩 이어받았다. 얇은 주간주행등(DRL)은 전면 로고까지 길게 이어져 수치보다 전폭이 넓어 보인다.

 

측면 디자인에서도 꾸민 구석은 찾기 힘들지만 훌륭한 비례감에 감탄이 나온다. 앞·뒤 오버행은 크게 줄이면서 역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ID.4의 외관 디자인에서 폭스바겐이 공을 들인 부분은 테일램프다. LED 램프를 층층이 쌓아 올려 3D로 빚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동차에서나 볼법한 요소로 야간 주행때 무척 편리하게 광원을 조절해 주는 매트릭스 기능을 한다. 방향지시등도 순차적 점등 방식(시퀸셜 방식)을 채택했다.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앉았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시트 포지션이 애매해서다. 전고가 높은 전기 크로스오버치곤 시트 포지션이 승용차처럼 낮다. 다만 대쉬 패널이 상당 부분 올라와 있어 결국 시트 포지션을 높여야 안정된 시야가 확보된다. 

 

 

다음은 시동 버튼을 찾을 차례다. 시동 버튼은 눈에 띄지 않는 스티어링 휠 칼럼에 달았다. 굳이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시동 버튼을 마련한 이유는 시동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테슬라, 폴스타, 볼보 전기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D로 놓으면 바로 출발 준비가 완료된다. 전기차답다.

 

 

5.3인치 아이콕핏(디지털 계기판)은 스티어링 휠 바로 뒤쪽에 붙어 있다. 스티어링 휠과 함께 움직인다. 덕분에 스티어링 휠이 계기판 일부를 가리는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화면 크기의 작은 디스플레이에는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 현재 속도, 배터리 잔량, 남은 주행거리, 전비 등 주행 중 운전자가 알아야 할 정보를 충실하게 띄운다. 

 

 

눈을 살짝 옆으로 돌리면 칼럼식 기어 쉬프터가 있다. 컬럼식이라면 통상 스티어링 휠 아래쪽에 붙는 경우가 많은데, 폭스바겐은 계기판 바로 오른편에 붙였다. 스티어링 휠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위치이며, 운전자 시야에 바로 들어와 직관성이 좋다. 

 

 

1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무척 커 보이고 개방감이 좋다. 가로로 넓은 와이드 타입 대신 세로 비율을 조금 더 늘려 그렇다. 아쉬운 건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본 내비게이션도 없을뿐더러, 최근 폭스바겐 신차에는 무선 연동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ID.4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물리 버튼을 찾기 어렵다. 센터 디스플레이 하단에 위치한 공조 및 미디어, 드라이브 모드, 비상등은 물론 도어 패널, 스티어링 휠의 버튼들도 터치 버튼으로 대체했다. 디자인적으로 깔끔하고 최첨단 기술이 집약됐다는 인상을 주지만 조작성은 여전히 물리 버튼을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공조 및 미디어 조작 버튼의 조명 부재는 지적사항이다. 터치식으로 직관성이 떨어지면서도, 별도의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야간 운행 시 조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다. 

 

 

2열 공간은 넉넉하다. 키 177cm인 기자가 앉았을 때, 무릎 공간에 주먹 2개, 헤드룸에 주먹 1개가 들어가고도 남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이다 보니 센터터널도 지나가지 않아 2열에 성인 3명이 타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2열 시트 리클라이닝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2열에서 누릴 수 있는 편의장비는 C타입 USB 포트 2개와 2열 독립 공조 기능이다. 다만 공조장치가 많이 누워있어 몸을 구부려야 온도 등을 조작할 수 있겠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543L, 2열 좌석 폴딩 시 1575L로 늘어난다. 아쉽게도 별도의 프렁크는 마련하지 못했다. 보닛을 열면 모터, 워셔액 등의 부품이 그대로 드러난다.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열 일이 거의 없겠다.

 

 

본격적인 시승에 돌입했다. 시승 코스는 중미산의 구불구불한 산길과 북한강로로 구성됐다. 기어 쉬프터를 D로 돌리고 가속 페달을 밟자 ‘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바퀴를 굴린다. 보행자에게 차량의 존재를 알리는 사운드다.

 

속도를 올리면 인위적인 소리는 사라진 채 고요하게 달린다. 운전자의 주행 감성을 위한 액티브 사운드는 별도로 제공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꾸밈보단 기본에 집중했다.

 

구불구불한 중미산의 산길을 만났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자 ID.4는 허둥대지 않고 조향에 맞춰 사뿐사뿐 코너를 돌아나간다. 롤링이 상당 부분 억제되어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을뿐더러 드라이빙의 즐거움까지 전해준다.

 

다만 자신감 있게 속도를 더 올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폭스바겐의 탄탄한 서스펜션 세팅도 한계를  드러낸다. 2142kg의 육중한 중량이 금세 느껴진다.

 

 

산 중턱에서 다시 내려오는 산길을 만났다. 기어쉬프터를 다시 한 번 돌려 B모드를 활성화했다. 회생제동 강도를 별도로 조절할 수는 없지만 기본보다 제동에 강력하게 개입한다. 다만 정차할 때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줘야 한다.

 

B모드를 통해 산길을 내려오는 동안, 올라가는데 사용했던 배터리 전력만큼을 다시 충전할 수 있었다. 가속력은 어떨까. 시스템 총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1.6kg.m를 발휘하는 전기 모터가 후륜에 하나 장착됐다.

 

직선 구간이 섞인 북한강로를 만나 가속 페달을 꾹꾹 밟아봤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꾹 밟아도 확 튀어나가는 느낌은 덜하다. 내연기관차처럼 리니어하게 출력을 올린다. 0-100km/h는 8.5초에 끊는다. 고속 안정성도 훌륭하다. 서스펜션 세팅이 기본적으로 탄탄해 차체의 피칭을 제대로 억제한다.

 

 

제동 성능은 어떨까. 지난해 ID.4가 국내에 공식 출시했을 때 후륜 드럼 브레이크를 탑재해 관심을 끌었다. 드럼 브레이크 탑재가 제동 성능에 영향을 줄까. 답은 ‘No’였다. 시승 중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다만 브레이크의 초기 답력이 약한 편이라 확실한 제동을 위해서라면 조금 깊숙하게 밟아줘야 한다. 

 

엔진 소음 및 진동이 없는 전기차이기에 NVH는 중요한 덕목이다. ID.4는 1열 윈도우엔 2중 접합 유리를, 2열 윈도우엔 일반 유리를 채택했다. 100km/h 이상으로 주행해도 풍절음 및 전기 모터의 소음은 좀처럼 실내로 유입되지 않는다.

 

 

82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ID.4의 1회 충전 항속 거리는 복합 421km다. 최적화된 회생제동 시스템과 새로 개발한 전기기계식 브레이크 부스터 탑재로 2022년형(405km)에 비해 16km 개선했다.

 

약 50km의 시승 코스 중 전비는 7.8km/kWh를 기록했다. 산 길을 내려오며 회생제동을 충분히 한 덕이지만, 정부 공인 에너지 소비 효율 4.9km/kWh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서는 500km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가격 역시 가성비를 챙겼다. 2023년형 ID.4의 가격은 프로 라이트 트림 5690만원, 프로 트림 5990만원으로 책정됐다. 프로 라이트와 프로 트림의 기본적인 파워트레인은 같다. 차이는 편의사양 및 옵션에서 나타난다. 트래블 어시스트, 이머전시 어시스트 등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전동식 테일게이트의 유무가 가장 와닿는 차이겠다. 두 트림 모두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까지 합치면 4000만원 후반대에서 5000만원대 초반에 구매가 가능하다.

 

여기에 폭스바겐은 현재 500만원 상당의 카카오 T 포인트 바우처까지 지급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사실상 4000만원 중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되면 국산 전기차와 견주었을 때 ‘가성비’까지 논할 수 있는 수준이다.

 

ID.4는 폭스바겐이 이제껏 잘해온 기본기에 디테일까지 더해져 니어 프리미엄의 가치를 전한다. 이제 국내 길거리에 흔해진 아이오닉5, EV6가 따분하다면 이 차는 어떨까. ID.4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 파급을 일으킬 만한 매력을 지녔다.

 

한 줄 평

 

장 점 : 확실한 가성비에 넉넉한 공간의 유럽산 전기차..실 주행거리 더 나온다

 

단 점 : 조작성이 떨어지는 터치 버튼..익숙해질 수 있을까?
 

 

가평=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폭스바겐 ID.4 프로

모터

영구자석식 전기모터

배터리

78kWh

구동방식

싱글 모터(RWD)

전장

4585mm

전폭

1850mm

전고

1615mm

축거

2765mm

공차중량

2142kg

시스템 합산 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1.6kg.m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421km (복합, 환경부 인증 기준)

시승차 가격

5990만원 (보조금 혜택 전)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