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km시승기] 마지막 퓨어 가성비 스포츠카..토요타 GR86
[500km시승기] 마지막 퓨어 가성비 스포츠카..토요타 GR86
  • 김태현
  • 승인 2023.02.28 08:30
  • 조회수 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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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 문화가 제대로 성숙하지 않은 대한민국 시장에 토요타 GR86 출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현재 거의 유일무이 한 후륜구동 경량 스포츠카이다. 여기에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4천만원대로 가성비까지 갖췄다. 세계 판매 1위 자동차 업체인 토요타가 스포츠카 소비층이 합리적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GR86을 개발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중 브랜드 내연기관 퓨어 스포츠카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다수 브랜드들은 시장이 작은 스포츠카를 포기하고 개발 비용을 절감해 새로운 전동화 모빌리티에 대응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나 슈퍼카 업체들은 상위 0.01% 시장을 노리고 1억원이 훌쩍 넘어가는 고부가가치 쿠페를 개발한다. 일반 소비자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그나마 한국에서 다행인 것은 현대자동차가 고성능 N 브랜드를 내놓아 이런 마니아 층의 니즈를 어느 정도 충족 시켜주고 있다. 문제는 라인업이 전부 전륜구동이라 후륜구동 펀카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선택지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시대의 마지막 자연흡기 후륜구동 펀카라고 볼 수 있는 GR86을 시승했다. 차 키를 넘겨 받은 순간부터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수동변속기 운전이 가능한 사람이 드문데다 이를 원하는 사람도 극히 적어 도로에서 자취를 감추는 수동 시승차라 반가움이 더한다. 기자가 소유한 차량도 수동이라 빨리 타보고 싶어 마음이 설레였다.

어두운길에서 코너를 돌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GR86은 지난해 하반기 2세대로 변신해 국내에 들어왔다. 기존 1세대 GT86의 후속이다. 호불호가 갈렸던 과격한 디자인은 정돈된 형태로 다듬어졌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턴 시그널까지 LED로 바뀌었다. LED 헤드램프는 핸들 조향각을 따라 비춰진다.

측면부는 짧지만 힘이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근육질 바디라인이 ‘잘 달리는 차’라는 성격을 짐작케 한다.

실제로 뚫려있는 휀더

프론트 휀더에 뚫려있는 공기 통로는 에어로다이나믹 성능에 도움을 주고 스포츠카 감성을 더한다.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5

무난한 디자인의 18인치 휠에는 다소 좁은 215 40 R18 사이즈의 타이어가 장착되었다. 프론트는 기존 1P에서 2P 캘리퍼로 업그레이드 했다. 

후면부에는 GR엠블럼, 트렁크 패널과 일체로 설계한 스포일러가 스포티한 감성을 더한다.

듀얼 머플러와 디퓨저 중앙에 위치한 후진등과 후방 안개등을 겸하는 램프는 레이스카를 닮았다.

GR86 국내분은 전량 수동이다.
7인치 TFT 계기판은 화려하지 않지만 딱 필요한 정보만 보여준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지만 유선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충격적’ 이다. 4천만원대 2023년식 신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렴한 소재가 대부분이다.  7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시인성이 좋고 그래픽이 단순해 직관적이다. 다행히도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작은 센터 디스플레이가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다. 크기나 해상도는 스포츠카라 용서해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수동변속기라 ADAS 같은 첨단 안전장비는 아예 장착이 불가능하다. 당연히 통풍시트도 없다. 국내에는 수동 변속기만 들어온다. 많이 팔리지 않는 모델인 점을 고려해 확실하게 마니아층을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직물과 가죽이 혼용된 수동 버킷 시트

시트는 고급스런 직물소재를 적용했다. 버킷 형태라 코너를 빠르게 감아 나가더라도 몸이 균형을 잃지 않는다. 친절하게도 열선기능을 지원한다. 2열시트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사람을 태우기보다 가방이나 겉옷을 던져 놓을 만한 공간이다.

트렁크는 입구가 좁지만 2열을 폴딩 할 수 있어 어느 정도 확당도 가능하다. 크기는 작지만 적당히 큰 여행가방 한 두개는 넣을 수준이다.

정속 크루즈 컨트롤은 핸들 우측 하단에 레버식으로 자리했다.

365mm의 작은 직경의 스티어링을 감아가며 서서히 서울 시내를 빠져나와 경기도 외곽으로 달렸다. 스티어링의 기어비가 짧아 코너를 돌때마다 앞머리가 빠르게 움직인다.

낮게 깔린 엔진은 박서엔진의 전형이다.

기존 엔진에서 보어를 늘려 2.4L로 키운 '스바루 D-4S 4기통 박서 엔진'은 231마력을 뿜어낸다. 기존 GT86 대비 24마력이 올랐다. 특유의 고동음은 절제되어 있지만 정차 상태에서 회전수를 조금만 올려도 차체가 좌우로 살짝 요동친다. 박서 엔진의 매력이다. 질감은 다소 거칠고 조용하지 않지만, 엔진 음색 자체는 좋은 편이다.

회전수를 최대로 쓰면 7500rpm에서 퓨얼컷이 걸린다. 4천rpm을 넘어서면 플랫하고 두툼한 토크가 가속 전반에 깔려 있어 기분 좋은 가속감을 보여준다. 엔진 반응도 마치 오래된 케이블식 스로틀 바디 차를 모는 듯 재빠르다.

 

고회전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항속시에는 연비까지 좋다. 용인에서 서울까지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였지만 14~15km/L의 구간연비를 보여줬다. 데일리로 타고 다녀도 부담 없을 수준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rpm을 더 높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레브 매칭도 직접 해야 하는 재래식 6단 수동 미션은 정확한 체결감과 짧은 스트로크로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클러치는 다소 무겁지만 반발력 변화가 있지 않아 조작이 쉽다. 경사로 밀림 방지 기능으로 수동 운전이 익숙하지 않더라도 언덕길에서 식은 땀을 흘릴 일이 없다.

이 차의 진가는 고속도로 보다는 구불구불 산길에서 알 수 있다. 경량 스포츠카 운전의 재미가 확실한 곳이다. 215의 좁은 트레드가 과연 그립을 제대로 잡을까 싶은 걱정은 한 코너를 지나자마자 사라졌다. 1,275kg의 가벼운 무게는 전용 플랫폼과 알루미늄 바디 패널로 이루어낸 결과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 나가도 안정적이다. 마치 선로를 따라가는 열차처럼 돌고 싶은 만큼 돌아 나간다. 브레이크의 성능도 일품이다. 밟는 만큼 제동력이 발현되는 특성을 가진 브레이크는 처음에는 어색 할 수 있지만 섬세한 브레이크 컨트롤을 돕는다.

 

리어에 적용된 토르센 타입 LSD가 코너 탈출시에 가속에 도움을 준다. 뒤를 날려버리고 싶을때 트랙 모드로 변경하면 차체자세제어장치가 스포티하게 변경된다. 어느 정도의 슬립 앵글을 허용해 드리프트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첨단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는 특수 목적의 차다. 편안함과도 친하지 않다. 단지 운전의 재미, 기계를 조작하며 마치 하나가 된 것 같은 인마일체감(人馬一体感)이 돋보이는 차다. 수동 운전을 좋아하고 차를 사랑한다면 GR86을 좋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싸구려 내장재나 첨단 편의장비 부재는 얼마든지 용서할 수 있다. 문제는 손에 넣고 싶어도 대기가 2년 이상이라는 점이다. 월 생산대수가 수 천대에 불과한데다 전 세계적으로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일부 국가에서는 더 이상 주문이 불가하다. GR86을 개발한 개발진과 토요타와 스바루의 경영진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고싶다.

 

한 줄 평

 

장점: 후륜 자연흡기 수동 운전의 재미, 경량 차체의 날렵한 핸들링

 

단점: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긴 대기..아쉬움에 눈물이 글썽

 

 

글,사진=김태현 th.kim@carguy.kr 

주행사진=임정환 에디터

 

토요타 GR86 프리미엄

엔진

박서 4기통 2.0 가솔린

변속기

6단 수동

구동방식

후륜구동

전장

4,265mm

전폭

1,775mm

전고

1,310mm

축거

2,575mm

공차중량

1,275kg

최대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25.5kg.m

복합연비

9.5km/L

시승차 가격

4,6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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