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 초기 판매 부진 이유는..6천만원대 저가 트림 절실
기아 EV9 초기 판매 부진 이유는..6천만원대 저가 트림 절실
  • 서동민
  • 승인 2023.09.02 11:30
  • 조회수 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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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대형 전기 SUV EV9이 신차 효과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고 있다. 출시 직전인 올해 5월까지만 해도 EV9의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못해 폭발적이었다. 가격이 공개되지 않는 사전계약에서 영업일 기준 8일만에 1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기본 판매가가 7700만원대에서 출발한다는 가격이 나오자 사전 계약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본격 판매는 6월 19일부터 시작됐다. 6월과 7월 판매는 각각 1334대, 1251대에 불과하다. 판매는 됐지만 각종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출고 대기 차량이 5811대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총 8394대 판매에 그쳤다.

 

같은 기간 동안 부분변경을 앞둔 끝물 차량인 카니발은 총 1만2467대 판매됐다. EV9은 신차 효과를 한창 받아야 할 모델이지만 높은 가격대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형 전기 SUV 테슬라 모델 X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기 전 EV9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은 아이러니하게도 ‘가격’이었다. 기아는 대형 전기 SUV라는 장르에 대중 브랜드 최초로 진입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포진한 대형 전기 SUV는 테슬라 모델 X, BMW iX,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로 좁혀진다.

 

하나 같이 프리미엄 브랜드뿐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답게 시작 가격은 1억원대초중반을 호가한다. EV9은 첫 대중 브랜드인 기아에서 출시한 대형 전기 SUV로  이런  가격 장벽을 크게 낮춘 게 매력으로 꼽혔다. 

 

문제는 실구입가격이 웬만한 옵션만 붙여도 8000만원대를 쉽게 넘어선다는 것이다. 대형 전기 SUV 가운데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여전히 7000만~8000만원을 선뜻 지불할 수 있는 소비자는 없다는 걸 입증했다. 더구나 대중 브랜드라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대를 원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슷한 가격에 일반 내연기관차로 눈을 돌리면 더욱 매력적인 모델들이 즐비해 있다는 게 문제다.

 

 

여기에 “후륜모터 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설계 오류”로 인한 리콜도 발목을 잡았다. “주행 중 차량이 멈춰선다”는 소비자 신고가 잇따라 나오면서 국토부 조사가 시작됐다. 다행히(?)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에서 통합 충전제어장치(이하 ICCU)와 관련된 결함은 아니라고 결론이 났다. 단순 소프트웨어 오류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이미 한 차례 전기차 결함으로 10만대 이상 리콜을 발표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에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다 보니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 일부가 구매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  

 

 

기아 EV9이 판매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미국·호주 등에 판매하는 가성비 트림을 국내에도 선보이는 것이다. 기아는 EV9의 미국·호주 판매 사양에 76.1kWh 배터리를 탑재한 라이트 트림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국내는 99.8kWh 대용량 배터리 단일 사양이다. 

 

76.1kWh 배터리를 탑재한 EV9은 싱글 모터를 탑재해 후륜구동이다. 1회 충전 항속거리는 359km(미국 EPA 기준)다. 배터리 용량이 작은 건 단점만으로 볼 수 없다. EV9 1회 충전으로 장거리를 한 번에 주행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배터리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도 줄어든다. 고속도로 휴게소 어디나 급속충전 인프라가 깔려있는 우리나라의 도로 환경에서 오히려 적합하다.

 

 

 

특히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부품이다. 현대 아이오닉 5 스탠다드(58.0kWh)와 롱레인지(77.4kWh) 트림의 가격을 비교하면 대략 426만원 차이다. 19.4kWh의 배터리 용량 값이 그 정도임을 감안하면 76.1kWh 배터리를 탑재한 EV9은 600만원가량 저렴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6000만원대 후반에 시작가를 맞출 수 있다.

 

EV9은 아이러니에 빠졌다. 출시 전까지 매력은 가격으로 꼽혔으나, 막상 판매가 시작되자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다. 기아가 더 저렴한 라이트 트림을 국내에 가성비 트림으로 선보인다면 소비자가 환호하지 않을까.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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