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EV9 판매부진 이유는..소비자 희망가격은 6000만원대 
[설문] EV9 판매부진 이유는..소비자 희망가격은 6000만원대 
  • 서동민
  • 승인 2023.09.20 11:00
  • 조회수 3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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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대형 전기 SUV EV9을 출시한 지 어느새 석 달이 넘었다. 올해 전기차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모델인 만큼 소비자 관심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격이 공개되지 않은 사전계약에서 영업일 기준 8일 만에 1만대를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공식 가격이 공개된 이후 반응이 빠르게 식어버렸다는 점이다. 본격 판매가 시작된 6월 19일을 기준으로, 6월과 7월의 판매는 각각 1334대, 1251대였다. 출고 이후 각종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판매가 급랭했다. 계약 해지가 이어지고 출고 대기 차량(5811대)이 늘면서 8월 판매량은 408대에 그쳤다. 

 

 

신차 효과를 충분히 누리면서 판매의 탄력을 받아야 할 시기에 오히려 판매가 고꾸라지고 있다. 이런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7337만원(세제혜택 후)에서 시작하는 비싼 가격 때문이라는 것이 소비자 반응의 주류다. 

 

아직 EV9에게도 기회는 남아있다. 최근 전기차는 가격 인하가 대세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폴스타는 1천만원 이상 내렸다. 현대차도 2024년형 아이오닉 6의 가격을 70만원 내렸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생각하는 EV9의 적정가격은 얼마일까. 자동차 전문매체 카가이(carguy.kr)는 9월 8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기아 EV9의 적정가격’에 대해 소비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카가이 유튜브 구독자(약 8만5천여명)가 대상이다. 설문에는 총 1040명이 참여했다.

 

선택 항목은 1.배터리 용량을 낮춘(76.1kWh) 5천만원대 가성비 트림이 필요하다 2.현재보다 무조건 1천만원 내려 6천만원대에서 시작해야 한다 3.현재 가격은 적정하나 품질과 상품성이 문제다 4.상품성이 뛰어나 현재 가격보다 비싸도 문제가 없다 까지 총 4개 문항이다.

 

 

1위는 압도적으로 2번 ‘현재보다 무조건 1천만원 내려 6천만원대에서 시작해야 한다’로 59%의 응답자가 선택했다. 이런 현상이 왜 발생했을까. 많은 소비자가 EV9을 현대 팰리세이드 대체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항목을 선택한 구독자 상당수는 EV9을 팰리세이드보다 1000만원 정도 비싼 차량으로 보고 있다. 분명히 EV9이 팰리세이드보다 한 계단 위의 체급을 갖고 있다. 전기차 특성에 따라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소비자 7337만원에서 시작하는 가격 장벽을 넘기란 어렵다.

 

반면 팰리세이드 가격은 3896만원에서 시작해 가장 많이 팔리는 가격대가 4천만원대 중후반이다. 절반에 가까운 금액에서 시작하면서 모든 옵션을 넣어도 5천만원대 후반으로 EV9 시작 가격을 넘지 않는다.

 

해당 선택지를 선택한 구독자 @jhk4225는 “팰리세이드 3.8L 가솔린 에진으로 모든 옵션 넣어 사고 10만km 타도 더 비싼데 누가 살까. 보조금 받고 동일 옵션 팰리세이드보다 1천만원 이상 비싸면 안된다”라는 의견을 비췄다. 

 

국내 대형 SUV 시장의 강자, 팰리세이드

다만 1천만원이라는 가격을 한 번에 내리는 건 무리가 있다. 현재 1천만원가량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테슬라와 폴스타는 출시 1년을 맞은 모델 혹은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이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출시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EV9에는 적용되기 힘들다. 


한 구독자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품질 향상과 500만원 인하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2위는 ‘배터리 용량을 낮춘(76.1kWh) 5천만원대 가성비 트림이 필요하다’가 차지했다. 29%의 선택을 받았다. 현재 기아는 미국·호주 시장에 76.1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EV9 라이트 트림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는 99.8kWh 배터리 단일 사양이지만, 미국·호주 시장에서는 배터리 용량을 선택할 수 있어 더욱 저렴하게 EV9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

 

76.1kWh,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만큼 구동방식도 후륜구동이다. 싱글모터만 탑재해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1회 충전 항속거리는 미국 EPA 기준 359km다. 배터리 용량이 작은 건 단점으로만 볼 수 없다.

 

1회 충전으로 장거리를 한 번에 주행할 수는 없으나, 그만큼 배터리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어디나 급속충전 인프라가 깔린 우리나라의 도로 환경에 적합하다. 

 

 

3위와 4위는 각각 ‘현재 가격은 적정하나 품질과 상품성이 문제다’, ‘상품성이 뛰어나 현재 가격보다 비싸도 문제가 없다’로 선정됐으며 각각 7%, 5%의 선택을 받았다. 

 

‘현재 가격은 적정하지만 품질과 상품성이 문제다’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 구독자 @smilewoong은 “만약 실내에 고급스러운 소재와 프리뷰 서스펜션 등 편의사양이 기본 적용됐다면 지금도 괜찮을 것 같다”고 제시했다. @user-qn1tn8hy4r는 “비싼 가격도 문제지만 테슬라처럼 소비자의 이목을 끌 매력이 없는 것도 판매량에 영향이 있지 않나”라는 의견을 보였다. 

 

기아는 2023년 야심작으로 상품성이 탁월한 EV9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가격 책정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기본 7337만원에서 시작해 옵션을 이리저리 붙이다 보면 8000만~9000만원을 우습게 넘나드는 가격에 소비자는 발걸음을 옮긴다.

 

특히 이 가격대라면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도 후보군에 들어온다. 기아는 대중 브랜드다. 대중 브랜드에 소비자가 기대하는 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것이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입증됐다. EV9 판매가 재탄력을 받으려면 가성비가 돋보이는 새로운 트림이나 연말께 가격 인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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