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새 지평을 연 기아 EV9..대형 전기 SUV의 표준
[시승기] 새 지평을 연 기아 EV9..대형 전기 SUV의 표준
  • 김태현
  • 승인 2023.07.18 08:30
  • 조회수 3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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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바뀌는 것이 실감이 난다. 기아 대형 전기 SUV EV9을 타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든다.

 

기아가 대중차 브랜드임에도 풀옵션 9천만 원이 넘는 모델을 출시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EV9은 길이 5010㎜, 너비 1980㎜, 높이 1755㎜로 이전까지 국산 SUV 중 가장 큰 팰리세이드보다 15㎜ 길고, 5㎜ 넓고 높다.

이런 대형 SUV에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도 아니고 디젤 조차 들어가지 않은 전기 파워트레인이라 시동을 걸고 주행을 해봐도 시종일관 정숙한 실내가 오히려 이질적이었다.


EV9은 프로포션 비율이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와는 크게 다르다. 차폭이 상당히 넓고 휠베이스가 길어 허리가 이질적으로 길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닥스 훈트' 느낌이 난다고 할까. 디자인 디테일과 별개로 미래 차라는 느낌도 확실히 든다.


스케이트 플랫폼 설계 특징이 디자인에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다. DLO 라인이 낮게 위치해 있다 보니 측면에서 유리창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밖에서 보더라도 실내공간이 넓어 보인다. 단번에 대가족을 위한 3열 SUV라는 생각이 든다.

텔루라이드를 시작으로 적용된 세로형 헤드램프에는 G90부터 장착한 촘촘한 LED 렌즈로 가득 차 있다. 필요한 부분에만 상향등을 비춰주는 지능형 헤드 램프가 달려 밤길을 환하게 비춘다.
 

 

기아로서는 전동화 전략의 새 지평을 여는 동시에 가격대로 플래그십에 위치하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최대한 절제한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심플하고 어떻게 보면 심심한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대중차 브랜드임을 상기시킨다. 잘 만든 차지만 벤츠나 테슬라에서 보는 무언가 '와우'할만한 놀라운 요소는 찾을 수 없다.

 

전면은 헤드램프의 스타맵 DRL을 제외하면 큰 장식 요소 없이 매끈하게 디자인됐다. SUV 디자인의 특징인 휠 하우스 클래딩을 두툼하게 감쌌다.

넓은 트렁크 패널에는 거대한 신형 기아 엠블럼이 자리한다. 번호판을 범퍼 하단에 달았다. 차체 끝으로 밀려난 후미등은 전조등과 디자인 패턴에 통일감을 줬다.

실내는 최신 전기차답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대시보드 면적의 대부분을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2.3인치 중앙 디스플레이 사이에 공조만을 조작하는 5인치 디스플레이로 채웠다. 덕분에 대시보드에는 버튼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계기판과 디스플레이 사이에 낀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는 보기에는 깔끔하지만 운전하면서 조작하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터치다 보니 정확하게 직접 보고 조작해야 하는 점도 그렇지만 스티어링 휠에 화면 절반이 가려져 빠른 조작이 어렵다. 이건 매일 타는 오너라도 사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깔끔함과 버튼을 최소화하는 기류에 따라 기어 레버에 시동 버튼을 단 것도 이질적이다. 시동 시에 조작 동선이 단순화되어 빠르게 조작하기에는 편리하지만 처음 차를 받고 한참 동안 헤맬 수밖에 없었다. 습관이 되더라도 종종 불편할 경우가 생기겠다.

2열에는 360도 회전하는 스위블 시트(옵션 가격 100만원)가 적용돼 3열 사용성을 극대화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어지만 뒤를 보게 돌려두면 실질적으로 두 명이 마주 보고 앉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과적으로 스위블 시트는 정차 이후 업무 공간이나 차박에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주행중이라면 2열을 뒤로 돌려 카시트를 채우고 3열에 보호자가 앉는 게 이상적인 사용법이다.

 

380마력에 달하는 고출력 모터 두 개가 달려있는 4륜 구동 사양이지만 공차중량이 2.6톤이 넘는데다 에코 모드에서는 거의 후륜으로만 구동하기에 둔한 가속력이 느껴진다. 2륜 모델의 출력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셈이다.



고속 항속 주행 중에는 시원시원한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4륜 모델 기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6초 만에 가속하지만 100km/h가 넘어가면 가속감이 더뎌진다.

 

코너에 들어서면 무거운 무게가 확실히 느껴진다. 시승차로 자주 테스트하는 와인딩 로드를 달려보니 무게 탓에 코너 바깥으로 밀려나는 일이 잦았다.

전비도 무게와 출력에 딱 맞는 수준이다. 고속 주행보다 연비가 좋은 도심 정체구간을 계속 다녀도 5km/kWh를 넘기 어려웠다. 99.8kWh에 달하는 대형 배터리 덕에 주행거리 압박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주행보조 장치는 이제서야 완벽에 다다른 느낌이다. HDA2+가 적용되어 있다. 고속도로 진출입로를 부드럽게 통과하며 차선 변경 기능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빨라져 실제 사용해보니 편리했다.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운전자 개입이 거의 사라지는 3단계 자율주행 규정에 부합하는 HDP 탑재 모델도 이르면 하반기 추가된다.

 

기아는 앞서 텔루라이드를 통해 대형 패밀리 SUV에 대한 성공을 맛봤다. 그와 비슷한 사이즈의 전기차인 EV9은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전기차 공장에서 2024년부터 현지 생산을 시작한다. 그만큼 기아를 넘어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EV9은 완성도가 높고 잘 만든 차지만 별다른 특징이 없다. 여기에 불편한 요소도 여럿이다. 더구나 기아 엠블럼을 단 차를 9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억 미만의 가격에서 이 정도의 상품성과 크기, 디자인을 갖춘 전기차는 아직까지 국내에 없다는게 큰 매력 포인트다.


처음 시도하는 장르지만 기아는 대형 전기 SUV의 표준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는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저 쫓아가기 바빴던 변방국가의 브랜드가 이제는 국제 기준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된 점은 감회가 새롭다.

 

EV9은 3열을 갖춘 대형 SUV 전기차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5명 이상 종종 탑승하면서 정숙한 주행 성능을 즐기거나 V2L을 이용해 전기제품을 사용하면서 차박을 하거나 차내에서 업무도 가능하다.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계약할 만한 차량이다.

 

 

한 줄 평

 

장점 : 넓은 실내공간, 미래적인 디자인, 높은 수준의 주행보조 장치

 

단점 : 9천만원에 기아 엠블럼, 저속에서 하드한 승차감과 아쉬운 내장재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EV9 어스 4WD 제원표

전폭(mm)

1,980

전장(mm)

5,010

전고(mm)
*루프랙 기준

1,755

축거(mm)

3,100

공차중량(kg)

2,585

모터 최고출력(kW) / 최대토크(Nm)

283/600

*부스트 옵션 선택 시 283/700

배터리 용량(kWh)

99.8

복합전비 (km/kWh)

3.9 *21인치 휠 기준

1 충전 복합 주행거리(km)

454 *21인치 휠 기준

 

 

가격

9464만원(개소세 5%, 친환경세제혜택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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