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성공의 첫 단추, 이젠 혁신이 필요하다..현대 아이오닉 5
[시승기] 성공의 첫 단추, 이젠 혁신이 필요하다..현대 아이오닉 5
  • 서동민
  • 승인 2023.09.02 08:30
  • 조회수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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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의 막이 오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선 “전기차는 아직 멀었다”라는 의견이 상당수다. 우선 가격이 비싸서다.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여론과 무관하게 택시, 버스 등의 대중교통부터 전기차 대중화는 시작됐다. 전기차 시대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저벅저벅 우리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동화는 타국에 비해 빠른 편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여전히 내연기관차 판매 비율이 높다. 자세히 말하자면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합쳐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강세다. 이런 차이를 만든 건 각 국가 토종 브랜드가 “전기차에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현대자동차는 전통적 완성차업계 가운데 전기차 연구·개발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경쟁자가 망설이고 있는 사이, 먼저 칼을 빼 들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발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순수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현대 아이오닉 5

 

그중 선발주자로 나선 게 바로 현대 아이오닉 5다. E-GMP를 기반의 첫 전기차인 만큼,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도 중요한 모델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아이오닉 5가 나오기 전과 후로 나뉜다. 전기차에 거부감을 느끼던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아이오닉 5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게 2021년 2월이다. 벌써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년이면 부분변경을 고려해야 할 시기다. 2년이라는 세월을 맞은 아이오닉 5는 여전히 매력적인 전기차일까. 오랜만에 현대 아이오닉 5를 시승해봤다.

 

시승차는 77.4kWh 대용량 배터리에 전·후륜에 모터를 단 사륜구동이다. 프레시티지 트림에 소비자가 선택할만한 옵션으로 구성됐다.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받아 가격은 6250원(전기차 보조금 이전)이다. 서울에서 보조금을 받아 구입하면 대략 5500만원 전후다.

 

 

시승 전 디자인부터 살펴봤다. 외관 디자인은 2년이라는 세월을 무색하게 만든다. 여전히 미래적이며 심플한 디자인으로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다. 현대차의 첫 고유모델 포니를 오마주해 헤리티지까지 챙겼다.

 

아이오닉 5의 전반적인 디자인 정체성은 ‘픽셀’이다. 전면에서는 헤드램프에서 만날 수 있다. ‘U’자형 주간주행등(DRL) 안에 LED 프로젝션 램프가 자리하고 있다. 램프 하단에 콧수염처럼 그려진 히든 램프는 어두운 곳에서 존재감이 상당하다.

 

순수전기차답게 라디에이터 그릴이라고 볼 건 없다. 범퍼 하단에 얇게 달린 액티브 셔터 그릴이 전부다. 공조장치 및 배터리 온도 조절이 필요한 상황에 맞춰 알아서 열고 닫는다. 

 

 

측면은 칼로 자른 듯한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이 특징이다. 가니쉬에도 빗살 무늬를 냈다. 독특한 비례감에 눈길이 간다. 휠베이스는 길고 앞뒤 오버행은 짧다. 휠베이스가 무려 3000mm다.

 

휠베이스만 놓고 보면 팰리세이드보다 100mm 길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이라 가능한 설계다. 실내 공간에서 압도적 우위을 점할 수 있다. 

 

20인치 휠 디자인도 독특하다. 바깥쪽으로 갈수록 픽셀 무늬가 커진다. 공력 성능을 위해 대부분의 구멍을 막았음에도 지루하지 않다. 

 

 

테일램프에도 픽셀을 적용했다. 램프 중앙에는 현대차의 엠블럼 대신 ‘IONIQ 5’라는 레터링을 달아 심플함을 강조한다. 해치백 스타일임에도 후방 와이퍼는 달지 않았다. 리어 스포일러를 통해 와류를 발생시켜 뒷유리에 오염물이 붙지 않도록 설계했다.

 

의도는 좋았으나 실효성은 떨어졌다. 아이오닉 5의 후방 시야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7월 공개한 아이오닉 5 N은 별도의 후방 와이퍼를 달았다. 리어 스포일러 구조가 변해서다.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면서 부분변경 모델에는 후방 와이퍼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내로 들어서면 화사하다. 화이트 인테리어가 적용되어 그렇다. 각각 크기가 12.3인치인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연결했다. 독특하게 디스플레이 베젤까지 흰색으로 마감했다. 현대차그룹이 시판하고 있는 모델 가운데 유일하다. 

 

유니버셜 아일랜드를 채택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센터 콘솔이다. 기어 쉬프터를 스티어링 휠 뒤로 옮기고 유니버셜 아일랜드를 적용하며 운전석과 보조석이 연결됐다. 좁은 공간에 주차하고 내릴 때 유용하다. 

 

유니버셜 아일랜드는 앞뒤로 움직일 수 있다. 만약 차량 내 2열에서 업무를 본다면 유니버셜 아일랜드를 뒤로 쭉 당겨서 간이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다. 실내 V2L 옵션을 선택한다면 움직이는 사무실이다.

 

다만 유니버셜 아일랜드를 수납공간으로 놓고 보면 애매하다. 거대한 공간이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칸막이가 존재하지 않아서다. 수납해둔 물건이 이리저리 나뒹군다. 아이오닉 5의 오너라면 정리할 수 있는 칸막이를 구매하는 걸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모든 USB 충전 포트가 A 타입으로 구성됐다

전반적으로 미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오닉 5의 실내에서 깨는 부분이 있다. 바로 충전 포트다. 실내의 모든 충전 포트를 USB-A 타입으로 구성했다. 2021년 출시 당시만 하더라도 USB-A 타입과 C 타입의 세대교체 지점이라  이해할 수 있었다. 부분변경을 통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2열 탑승객을 위한 에어벤트는 B 필러에 마련했다

실내 공간은 말할 것도 없이 좋다. 1열은 물론 2열의 무릎 공간이 무척 넓다. 주먹이 몇 개 들어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 불필요한 센터터널도 없다. 2열엔 성인 3명이 타도 여유롭다. 

 

트렁크 공간은 차량 크기에 비해 아쉽다

 

트렁크 공간은 아쉽다. 휠베이스를 길게 뽑아 캐빈룸은 거실처럼 널찍하게 확보했으나 리어 오버행은 그만큼 줄어 손해를 봤다. 여기에 ‘BOSE 프리미엄 사운드’ 옵션을 선택하면 탑재되는 외장 앰프가 트렁크 하단에 자리하면서 공간을 확장할 수 없게 된다. 용량은 기본 584L에, 2열 시트까지 접으면 1587L다.

 

프렁크 공간은 개선이 필요하다

 

보닛 아래에는 전기차답게 별도의 프렁크 공간을 마련했다. 다만 크기가 작다. 수납함이라고 부르는 게 맞겠다. 이와 더불어 정비성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부품들이 여기저기 노출되어 있다. 만들려는 게 프렁크였다면 이런 부분을 최대한 가려놓아야 했다.

 

특히 전기차는 운전자가 직접 정비할 일이 없다. 기아 EV9은 이런 눈에 거슬리는 부품을 모두 플라스틱 패널로 가려놓았다. 

 

컬럼식 기어 쉬프터는 직관적이다

 

시승 차례다. 내연기관차와 동일하게 브레이크를 밟고 전원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에 READY라는 글자가 나타난다. 주행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컬럼식 기어 쉬프터는 직관적이다. 앞으로 비틀면 전진, 뒤로 비틀면 후진이다.

 

가속 페달을 밟자 매끄럽게 바퀴를 굴린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편이다. 노면의 잔 요철은 상냥하게 걸러주며, 큰 요철을 만나도 부담이 없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말, 스포츠 3가지다. 각 모드별로 전·후륜 모터 사용량을 달리한다. 에코 모드는 긴 주행거리를 위한 모드다. 주로 후륜 모터만 사용해 전기 에너지를 아낀다. 스포츠 모드에선 전·후륜 모터를 함께 가동해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각 모드별로 표시되는 주행 거리의 차이는 9km다. 

 

전기차인 만큼 짜릿한 가속력을 느끼기 위해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꿨다. 스포츠로 바꾸면 디지털 계기판이 붉은색으로 물든다. 이제 320마력(239kW)의 출력을 완전히 맛볼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자 총알처럼 튀어 나간다.

 

제로백이 무려 5.2초다. 100km/h까진 무섭게 속도를 올리지만 그 이상의 속력에선 힘이 빠진다. 짜릿함이 덜해질 뿐이지 여전히 가속력은 강력하다. 무거운 배터리를 바닥에 깐 만큼 고속 안정성도 좋다. 

 

통풍 및 열선 시트 기능 활성화는 직관성이 매우 떨어진다

 

전기차의 짜릿한 가속력을 맛보고 나니 등에 땀이 찬다. 손은 어느새 통풍 시트를 찾지만 기능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허공을 맴돈다. 결국 버튼을 찾지 못하고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작동시킨다.

 

통풍·열선 시트 기능 설정을 켜주는 버튼이 WARMER라고 표시되어 있다. ‘온열 기구’라는 뜻이다. 열선·통풍 기능은 탑승객이 자주 찾는 기능 중 하나다.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버튼을 외부에 배치하지 않았더래도 SEAT라고 표시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패들 쉬프트는 회생제동량을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다시 주행 모드를 에코로 바꾼다.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선 에코 모드로 달리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하다. 내연기관차를 탈 때처럼 리니어하게 차를 움직여준다. 스티어링 휠 뒤에 패들쉬프트를 마련했다. 회생제동량을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라면 상당수가 탑재하고 있다. 왼편에 자리한 패들쉬프트를 꾹 누르면 누르고 있는 시간 동안 회생제동을 가장 강하게 걸어준다. 브레이크 패드는 아끼고 발전량은 늘릴 수 있다. 원-페달 모드보다 유용했다. 

 

전비는 준수하다. 고속 주행 시 5km/kWh, 도심 주행 시 6~7km/kWh의 전비를 낸다. 한바탕 시승을 마치고 나니 배터리는 20%대다. 주행가능거리가 세 자리에서 두 자리 수로 떨어지자 괜스레 마음이 불안해져 급속 충전소를 찾았다.

 

충전기를 꽂자마자 준비운동도 없이 120kW의 전력을 꾸역꾸역 받아내기 시작한다. 곧 140kW까지 받는다. 800V 충전 시스템을 내장해 최대 200kW의 전력까지 받을 수 있다. 충전속도는 가히 놀랍다. 스마트폰 고속 충전만큼 빠르다. 현대차그룹이 북미에서 테슬라 NACS 채택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이오닉 5는 출시 2년을 맞았음에도 국산 전기차 가운데 여전히 인기인 모델이다. 왜 인기인지 시승을 하며 뼈저리게 느꼈다. 가장 큰 매력은 내연기관차를 타다가 넘어와도 큰 이질감이 없다는 점이다.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주행 질감과 인터페이스를 지녔다.

 

그러면서도 미래적이다. 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전기차로서 줄 수 있던 ‘와우’ 팩터를 상당 부분 놓쳤다. 좋게 말하면 전기차를 선택할 운전자를 배려했고 나쁘게 말하면 혁신이 부족했다. 1세대라는 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파워트레인 면에서 부족함이 없고 이제 혁신을 담을 때다. 

 

 

한 줄 평

 

장점: 질리지 않을 디자인과 준수한 성능..첫 단추를 잘 뀄다

 

단점: 전기차는 치열한 경쟁 시장이다...눈길 끌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현대 아이오닉 5 롱레인지

모터

영구자석식 전기모터

배터리

77.4kWh

구동방식

듀얼모터(AWD)

전장

4635mm

전폭

1890mm

전고

1605mm

축거

3000mm

공차중량

2085kg

최고출력

320마력(239kW)

최대토크

61.6kg.m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387km(복합, 환경부 인증 기준)

트림 및 옵션

프레스티지 / HTRAC, 20인치 알로이휠&미쉐린 타이어, 빌트인캠

시승차 가격

6564만원 (보조금 혜택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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