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스쿠프 아시나요..90년대 추억에서 모터스포츠 전설까지
[시승기] 스쿠프 아시나요..90년대 추억에서 모터스포츠 전설까지
  • 김태현
  • 승인 2023.12.12 08:30
  • 조회수 2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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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어린시절 아버지는 오랜 시간 동안 타시던 스쿠프를 처분했다. 스쿠프의 자리를 대신했던 수 많은 차를 경험했지만 사진 한 장만 남은 스쿠프는 그저 아버지의 젊은 날의 상징이었다. 

 

현대차에서 최초로 출시한 스포츠룩킹(?)카 스쿠프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상당히 많이 따라 붙었던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소형차 엑셀을 기반으로 하는 최초의 스포츠 쿠페로써 1990년 등장해 한국 모터스포츠의 태동을 이끌었다. 또 현대차 최초의 자체 개발 알파 엔진의 첫 시험대기도 했다.

 

그런 스쿠프를 출시이후 33년이 지난 지금 마주했다. 차종의 특성상 과격한 운전이 잦고 모터스포츠에서 파손된 차량이 많아 개체수 자체도 적은데다 올드 국산차의 특성상 미흡한 부품 수급으로 도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모델이다.

소형차 엑셀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 쿠페이다 보니 엑셀의 디자인 언어가 조금씩 엿보인다. 80년대말 90년대 초반의 특징적인 각진 사각형 헤드램프와 툭 튀어나온 범퍼는 분명히 지금의 차들과는 다른 디자인이다.

 

당시 기준으로는 중형차 이상에서나 장착하던 14인치 휠을 신겼고 유행하던 투톤 범퍼로 차체를 마감했다. 

 

스쿠프만의 특징인 C필러의 하이그로시를 통한 플로팅 루프 디자인과 석쇠 그물을 씌운듯한 테일램프 그래픽은 현재와 과거가 동시에 엿보이는 디자인 특징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운전자 중심의 실내 디자인이 엿보인다. 엑셀과 상당부분을 공유했지만서도 실내 디자인 만큼은 스포츠 모델답게 차별화를 꽤했다.

물론 어느 정도 리스토어가 진행되어 시트와 도어트림를 포함한 실내 구성이 순정 상태가 아니다. 시승하는 차는 스쿠프 초기형 1.5 터보 5단 수동 사양으로 129마력에 18.3kg.m의 출력을 낸다. 수치적으로는 현재의 소형차 성능과 유사하다.

 

하지만 차체가 아주 가벼워 공차중량은 985kg이다. 1톤이 채 되지 않는 차체에 129마력은 충분히 차고 넘친다. 1단을 밀어넣고 가속을 시작하자 경쾌하게 차체가 튀어나간다. 수동 쉬프터는 차령이 30년 정도 되다보니 체결감이 모호하고 헐렁거리는 인상이지만 수동 운전의 재미는 그대로다.

가레트에서 공급받은 T-2 터보차져는 기존의 90마력에서 47마력을 끌어올려 시원시원한 출력을 내주지만 인터쿨러가 장착 되어있지 않다. 지금은 저가형 소형차에도 당연시 되는 부품이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필수라는 인식이 없었고 옵션사항 중 하나로 생각되던 시절이였다.

이때문에 여름철 가혹한 주행을 계속하면 과열이 번번히 일어나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보닛을 열고 있는 차는 열에 아홉이 스쿠프였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터보차저 차지라인 자체가 짧아 시원한 날씨에서는 경쾌한 토크곡선을 보여주었다.

 

985kg의 가벼운 차체덕에 14인치 휠과 평범한 타이어가 무색하게 움직임이 가볍다.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충분히 펀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예전  아버지가 소유하던 스쿠프

33년이 지난 지금 스포츠 루킹카라고 비웃음을 당했던 스쿠프를 현재 현대차와 비교해본다면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냈다. 현대자동차가 N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수 많은 매체에서 찬사를 받고 그를 기반으로 하는 레이스카로 세계 정상급 대회에서 트로피를 휩쓸며 모터스포츠를 재패하는것을 생각해보면 감개무량한 순간이다.

 

개인의 추억으로 멈췄을지도 모를 국산 스포츠카의 계보를 꾸준히 이어나가려는 현대자동차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싶다.

 

약 20분간의 짧은 시승이였지만 그 시절의 스포츠카는 어떤 것이였는지 확실히 알수 있게 되는 시간이였다. 20년 전의 아버지가 느꼈을 감정과 어린시절 추억이 깃든 차를 어른이 되어서 다시금 경험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현대 스쿠프 1.5터보

엔진 알파 1.5L 터보

변속기 5단 수동

구동방식 전륜구동

전장 4215mm

전폭 1625mm

전고 1330mm

축거 2385mm

공차중량 985kg

최대출력 129마력

최대토크 18.3kg.m

복합연비 14.1km/L

시승차 가격 748만원

 

* 본 시승기는 자동차복합문화공간 ‘MYCP’에서 차량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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