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벤츠 E300 4매틱 익스클루시브..삼각별이 주는 성공의 감각
[시승기] 벤츠 E300 4매틱 익스클루시브..삼각별이 주는 성공의 감각
  • 김태현
  • 승인 2024.03.25 08:00
  • 조회수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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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운전석에 앉아 보닛 위의 삼각별이 햇빛을 튕겨내는 모습을 바라보면 소위 '성공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벤츠 라인업 가운데 가장 인기인 E클래스는 1993년 코드네임 W124에 처음 등장했다. 1936년에 출시한 선대 모델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8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E클래스는 오랜 기간 동안 고급 세단의 상징이었다. 플래그십 S클래스 세단이 부담스러운 오너가 직접 운전하는 오너드리븐 세단으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왔다. 평균 7천만~8천만원의 고가 차종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작년 한국 시장에서 한해 동안 2만3638대를 판매해 수입차 1위에 올랐다.

 

2023년 등장한 11세대 E클래스는 치솟는 SUV 인기와 전기차 흐름 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기 상종가를 질주하고 있다. 10세대 모델은 8년간 2만대씩 판매해 누적 20만대에 달할 정도다. 적어도 국내 프리미엄 시장은 세단을 선호하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시승차는 11세대 E300 4매틱 익스클루시브 트림이다. AMG 라인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얼굴이다. AMG 라인은 그릴 중앙에 삼각별 엠블럼이 자리했지만 익스클루시브는 벤츠라면 떠오르는 후드탑 엠블럼과 S클래스를 닮은 두터운 크롬 그릴이 달려 있다. 공격적인 표정을 지은 AMG와 달리 단정한 범퍼 디자인도 차이가 난다.

지난해 초 E클래스가 사진으로 처음 공개됐을때 디자인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실물을 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보기 좋은 경우다. 전체적으로 소폭 차체가 커졌지만 비율을 크게 바꾸지 않아 기존 모델을 잘 계승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면에 자리한 헤드램프는 독특한 형태다. 일각에서는 '표주박을 닮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W210부터 W212까지 이어져온 쿼드램프를 오마주 한 것이다. 직전 W213에서는 가느다란 DRL램프를 두줄로 긋는 것에 그쳤지만 이번 모델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인 모양을 갖췄다.

측면의 경우 강렬했던 캐릭터라인을 부드럽게 풀어내 앞뒤 휀더를 강조한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19인치 휠이 적용됐다. 최상위 트림의 21인치와 비교하면 다소 작아 보인다. S클래스와 동일하게 전동으로 팝업이 되는 도어캐치가 달렸다.

 

후면은 테일램프 그래픽에 엠블럼과 비슷한 패턴을 넣었다. 테일램프 사이를 붉은 가니시로 이었지만 별도 조명은 들어오지 않는다. 부분변경을 할 때 전체가 점등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범퍼 하단 좌우에 자리한 배기구는 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장식에 불과하다.

이번 11세대 완전변경에서 가장 큰 변화는 파워트레인이나 디자인이 아닌 ‘디지털화’와 ‘개인화’다. 신형 E클래스에는 3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이전 세대 대비 더욱 지능적이고 수준 높은 학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탑승객들은 차 내에서 유튜브, 화상회의 웹엑스(Webex), 줌 등 다양한 앱으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즐길 수 있다.

 

벤츠코리아가 국내 기업들과 협업해 제작한 에센셜(essential;) 뮤직 프로그램과 플로, 웨이브, 멜론 같은 국내 앱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에 더해 티맵 모빌리티 실시간 교통정보 기반 자체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하반기부터는 티맵 오토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중앙에는 세로가 길어진 14.4인치 디스플레이가 기본이다. 해상도뿐 아니라 반응 속도가 무척 빠르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조수석까지 확대된 슈퍼 스크린이다. 익스클루시브의 경우에는 305만원을 추가하면 조수석 슈퍼 스크린을 장착할 수 있다.

 

슈퍼 스크린을 통해 유튜브, 인터넷 브라우징 등 다양한 전용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첨단 프라이버시 기능이 적용돼 운전자가 주의력을 잃지 않는 데 도움을 준다. 운전 중 동승자석 디스플레이에 영상 콘텐츠가 재생되면 운전자의 시야에서는 콘텐츠가 보이지 않도록 디스플레이를 조절한다.

내비게이션의 경우 티맵 모빌리티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 최적화된 차량용 내비게이션 티맵 오토가 탑재돼 더욱 편리한 주행 환경을 제공한다.

 

개인화된 차량 설정을 지원하는 ‘루틴(routine)’ 기능도 추가됐다. 운전자는 온도 설정, 앰비언트 라이트, 오디오, 주차 카메라 등의 차량 기능을 날짜 및 시간, 위치, 내외부 온도, 차량 속도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특정 조건과 연결해 반복적으로 사용하도록 자동화할 수 있다.

터치와 버튼 방식이 혼용된 스티어링휠 버튼은 금세 익숙해진다. 센터 모니터는 스티어링휠 버튼과 터치로 작동한다. 모니터가 커지면서 다이얼과 공조 기능을 담당하는 물리버튼을 과감하게 삭제했다. 1열은 메모리 기능을 포함해 통풍과 열선을 지원한다. 착좌감은 푹신하고 가죽의 질감도 부드럽다.

휠베이스가 2cm가 길어지면서 2열 공간이 이전 모델에 비해 넓어졌다. 특히 허리 지지대 부분을 살짝 안으로 파서 장시간 탑승에도 편안하다. 다만 여전히 등받이가 서 있는 편이다. 2열 에어밴트가 중앙에만 자리한 점, 2열에서 공조나 엔터테인먼트를 조작할 수 없다는 점, 2열 커튼이 없다는 것은 경쟁 모델 BMW 5시리즈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진다.

트렁크 공간도 기존 모델 대비 넓어졌다. 실용적인 바닥 모양을 갖췄다. 전동화 대응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배터리 위치를 운전석 시트 밑으로 옮겨 죽는 공간이 크게 줄었다. 골프백 3개 정도는 넉넉하게 실을 수 있게 됐다.

시동버튼을 누르면 스타터 모터 작동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시동이 걸린다. 이번부터 기본적으로 적용된 EQ 부스트 덕이다. EQ 부스트는 48V로 구동되는 통합형 스타터 제네레이터가 장착된다. 크랭크 샤프트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시동을 끄고 켤때나 가속시에 모터가 개입해 17kw 정도 출력을 보조해준다.

 

258마력에 40.8kg.m의 토크는 9단 변속기와 맞물려 넉넉한 출력을 보여준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해 보다 빠른 리스폰스를 보이지만 반박자 느린 트랜스미션 반응은 여전히 아쉽다.

 

항속주행시 가속페달에서 발을 때면 시동이 꺼지고 다시 가속할때는 EQ 시스템이 순식간에 RPM을 보정해 부드럽게 가속을 이어 나간다. 이 덕분에 연료 효율성이 꽤나 좋아졌다. 고속도로 주행 시에는 13~14km/L가 손쉽게 나온다. 시내에서는 8~9km/L 수준의 연비를 보이는데 차의 덩치와 무게를 고려했을 때 준수한 편이다.

익스클루시브에 적용된 컴포트 서스펜션은 에어 서스펜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제공한다. 요철을 부드럽게 타넘고 탑승객에게 불쾌한 충격을 최소화한다. 벤츠 특유의 고속주행 안정감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E클래스는 경쟁 모델들이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것과 달리 기존의 특징을 계승하고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고급스러운 소재로 휘감아 고급 세단을 만들던 기존 관습에서 벗어나 디지털 라이징을 통해 신기술을 강조하는 새로운 시도가 좋아 보인다.

 

신형 E클래스은 화려한 내외장 디자인과 벤츠 특유의 주행감, 개선된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 압도적인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몽땅 담았다. 혁신을 이룬 E클래스를 앞세워 메르세데스 벤츠가 한국 시장에서 다시 1위에 복귀할 지 기대가 모아진다.

 

한 줄 평

장점 : 벤츠 특유의 주행안정성, 완성도 높은 48V 마일드하이브리드

단점 : 상대적으로 느린 트랜스미션 반응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메르세데스 벤츠 E300 4MATIC 익스클루시브

 

엔진

2.0L 4기통 터보 MHEV

변속기

9단자동

구동방식

AWD

전장

4955mm

전폭

1880mm

전고

1475mm

축거

2960mm

공차중량

1900kg

최대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40.8kg.m

복합연비

11.6km/L

시승차 가격

8990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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