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km시승기] 성공한 소수의 상징일까..2023 기아 더 뉴 K9
[500km시승기] 성공한 소수의 상징일까..2023 기아 더 뉴 K9
  • 김태현
  • 승인 2023.02.11 09:00
  • 조회수 9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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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기준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있다. "나이를 먹었다면 이 정도 업적은 이루어야 한다" 라던지, 일찍이 부자가 돼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경우도 해당되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가장 ‘성공’을 드러내는 수단 중 하나로 자동차가 꼽힌다. 사회적인 지위라던가 그 사람의 소득 수준을 단번에 대변하는 가장 쉬운 용도다.

 

그래서일까. 독3사로 대변되는 프리미엄 브랜드 모두 세계 5위 이내 판매 국가에 '한국'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대형 세단으로 기아 K9이면 충분할까? 이런 생각을 하며 2023년형 K9 시승에 올랐다. 

 

2012년에 출시된 1세대 기아 K9은 불행히도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지 못했다. 당시 현대차 에쿠스 플랫폼을 공유한 K9은 기아 유일의 후륜구동 세단이라는 점 이외에 특징을 찾기 어려웠다. 에쿠스보다 크기도 작고 어중간한 포지션 그 자체였다.

 

어디선가 본듯한 디자인과 무엇보다도 대중차 브랜드 대형 세단의 숙명인 프리미엄에 근접할 수 없는 브랜드 밸류도 걸림돌이었다. 기아 브랜드를 단 대형 세단에 5천만원 이상을 지불할 구매자는 극히 적었다. 근근히 대기업 임원용 법인차로 명맥을 이어갔다.

 

그런 K9이 2세대로 진화하고 이제는 페이스리프트까지 거쳤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새 기아 로고를 달았다. 23년형이 되면서 메탈 페달이 신규 적용되고 일부 편의사항이 기본 적용되면서 상품성도 좋아졌다. 2023 기아 더 뉴 K9은 성공한 삶을 대변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안개속으로 사라질 그대일까? 서울-용인-강원도를 넘나들며 500km 이상 타보면서 K9의 진가를 살펴봤다. 

 

디테일은 프리미엄 브랜드 못지 않아

넓어진 그릴에 비해 작아진 헤드램프는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대부분 헤드램프와 그릴, 범퍼등 비교적 변경이 어렵지 않은 앞뒤 일부를 수정해 신차 느낌을 주곤 하다. 더 뉴 K9도 마찬가지다. 독특했던 둥근 사각형 형상의 헤드램프는 각진 형태로 변화를 줬다. 전면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하는 대형 그릴은 더 커졌다.

 

큰 그릴은 여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종종 보이는 디자인 기법이다. 대형 세단의 웅장함을 보여주고 헤드램프의 존재감을 줄여 차를 더 위엄있게 보이게 하는 요소다. 문제는 기아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호랑이코 느낌에 그릴까지 키우다 보니 다소 언밸러스하다.

번호판이 하단으로 이동하고 후미등이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점은 최신 트렌드를 따랐다.

이런 아쉬움은 후면부에도 이어진다. 기존 금형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최신 디자인 요소를 리어램프에 넣고 램프 사이를 긴 수평선으로 마무리를 했다. 리어램프가 생선가시를 닮았다는 주장과 함께 번호판이 하단으로 이동하면서 흰색 모델의 경우엔 트렁크가 돌고래 머리로 연상된다는 의견까지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사이드 프로포션은 완벽한 후륜구동 세단의 정석이다. 짧은 프론트 오버행과 프레지던트 디스턴스(앞바퀴와 앞문 사이 간격)를 확보해 안정적인 비율을 보여준다. 오페라 글래스까지 적용된 C필러는 차가 더 길어 보이게 하는 요소다. 소퍼 드리븐 차라는 성격을 부각시킨다. 스포티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아래로 살짝 꺾인 C필러 몰딩은 BMW의 전통적인 디자인인 '호프마이스터 킨크'를 연상케한다.

풀 LED 헤드램프는 광량이 충분하고 시퀀설 방향지시등은 화려함을 더한다.

 

리어램프 디테일은 우수하나 기존에 적용됐던 시퀀설 방향지시등이 삭제된 것은 아쉽다.
단순한 장식에 그친 휀더 가니쉬

세세한 디테일은 가히 기아 플래그쉽 그 자체다. 그릴 패턴분 아니라 앞뒤 라이트에 적용된 디자인은 절대 저렴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나 볼 수 있는 디테일과 흡사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모아 놓고 보면 일관적인 통일성이 떨어진다. 이도저도 아닌 맛이 난다. 마치 음료수 디스펜서에서 여러가지 음료를 한 컵에 담아 마시는 느낌이다.

 

넓은 공간감, 하지만 아쉬운 시트옵션

수평적인 디자인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큼직한 전자식 기어노브와 인포테이먼트 다이얼은 익숙하고 조작 편의성이 좋다.
KRELL 14스피커 시스템이 기본이다. 렉시콘 오디오도 선택이 가능하다.
12.3인치 계기판은 선명하지만 프리미엄과 거리가 멀다. 하위 차종과 공유하는 디자인이 아쉽다.

시승차는 3.8 플래티넘에 베스트 셀랙션1이 포함된 AWD 모델이다. 기본 모델에서 한등급 높은 모델로 법인에서의 수요가 가장 많을 옵션 형태이다. 워낙 기본 옵션 자체가 좋아 중간 트림 정도면 최신 자동차 기능을 모두 확보한 셈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천연 나무를 소재로 한 우드그레인과 알루미늄 느낌이 나는 플라스틱이 고급감을 더한다. 

 

곳곳에 쓰인 가죽은 한 눈에 봐도 부드럽고 푹신해보인다. 2018년 2세대 모델의 출시 후 큰 틀의 변화없이 소소하게 업데이트한 실내 디자인은 눈길을 끌 요소도 없지만 그렇다고 노후해 보이지도 않는다. 안락하고 포근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12.3인치 LCD 슈퍼비전 클러스터와 14.5인치의 센터 디스플레이 적용은 최신차 다운 편의성을 갖췄다.

2열 리클라이닝 기능은 옵션으로 제공된다.

 

기본 8WAY 전동시트는 아쉬움이 남는다.마사지 기능도 없다. 
2열을 위한 별도 공조 디스플레이
공조와 오디오 컨트롤러를 내장한 센터 암레스트

후륜구동 방식의 대형차 치고는 그다지 높지 않은 센터 터널과 넉넉한 헤드룸과 래그룸은 '큰 차를 탔다'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랜저나 K8 같은 전륜구동 대형 세단과 비교했을 때 비좁지 않다. 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최대한 밀면 다리를 꼬아도 될 정도로 넓은 공간이 나온다.

 

2열에서 조작할 수 있는 공조장치와 오디오는 소퍼 드리븐 차량을 상기시킨다. 대신 운전석은 1열 허벅지 익스텐션의 부재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가격이나 차급으로 가장 많이 비교되는 제네시스 G80은 1열 좌우 12way 전동시트가 기본이다. K9은 기본 8way에 12way 전동시트는 선택사항이다. 오너 드리븐 세단으로 타기에는 아쉬운 부분이다.

 

2열의 경우 리클라이닝 기능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또한 K9은 옵션이다. 330만원의 VIP 컬렉션을 적용하거나 7천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상위 트림인 마스터즈를 구매해야 한다. (마스터즈 트림은 1열 12way 시트 기본적용) K9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선택을 고민해야 할 옵션이다.

트렁크는 골프백 4개도 넉넉하게 들어갈 정도도 확실히 크다. 법인 수요가 많고 비즈니스로 사용되는 경우가 잦다는 차량의 성격에 부합하는 트렁크 공간이다. 수입 프리미엄 경쟁차에 비해 강점이다.

 

익숙하고 무르익은 파워트레인

3.8L 자연흡기 V6 가솔린 엔진은 한 없이 조용하다.

시승차는 람다2 V6 3.8 GD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했다. 315마력 출력에 40.5kg.m의 토크는 나긋하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보여준다. 어느정도 변속감을 허용하는 변속기 세팅과 회전수를 올리면 엔진음은 꽤 유입되지만 기분 나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조작한 만큼 움직이는 오너 드리븐 세단의 요소도 상당 부분 갖고 있다.

 

경쟁차종 대비 구식 엔진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 차급을 선택하는 '라떼' 층에서는 최신 기술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면 3.8리터 자연흡기는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터보 차저가 없어 고장날 요소도 적고 정비 관리가 편하다. 아울러 정숙하고 부드러운 주행 질감으로 검증된 파워트레인이다.

 

시동을 걸면 고요한 엔진음이 진동 없이 다가온다. RPM이 안정돼 최저 아이들링 상태가 되면 마치 전기차를 탄 기분마저 든다. 잠시 차에서 내렸다가 타면 시동이 걸렸는지 헷갈릴 정도로 정숙하다.

 

회전수를 조금씩 올려 2천rpm을 유지하며 천천히 가속하면 실내는 적막감이 감돈다. 뛰어난 NVH 설계는 확실한 플래그쉽 세단임을 입증하는 요소다. 고속도로에서 추월 가속을 하지 않고 시내에서 교통 흐름에 맞춰서 운전을 하면 일관되게 조용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전자식 풀타임 사륜 구동은 항시 4바퀴에 구동력을 적절하게 배분해 전달한다. 후륜구동 기반 대형 세단이지만 상시 사륜 덕분에 눈,비가 와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셈이다.

 

편하지만 물리법칙을 벗어나지 않는 주행성

19인치 휠은 경쟁차종 대비 작다는 인상도 있지만 좋은 승차감을 보여준다.

무려 5.1m에 달하는 차체 길이를 가진 것 치고는 좁은 골목을 제외하면 그다지 운전이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나긋하고 부드럽다. 노면정보를 불쾌하지 않을 정도로 잘 숙성해 전달한다. 하지만 고갯길에 들어서거나 다소 불규칙한 도로를 지날 때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큰 차체에 2톤이라는 무게는 코너에서 날렵한 핸들링을 보여주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시승차에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빠져 있어서일까? 순간적으로 요철을 섬세하게 걸러내는데 부족함이 느껴졌다. 과속방지턱에서는 일반적인 코일 서스펜션 답지않은 부드럽고 성숙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공기압이 35psi로 높지 않았음에도 교량을 지날때나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을 지날때에 올라오는 미세한 진동은 아쉬움을 남겼다. K9은 아예 에어 서스펜션은 선택할 수 없다. 

 

수준급 주행보조장치

좌우가 바뀐 K8과 달리 오디오와 주행보조장치 리모콘 위치는 기존과 동일하다.

매일 자동차를 운전해도 가끔 운전이 피로해 누군가에게 운전을 맡겨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잠시 한눈을 팔아도 자동차는 가던 길을 알아서 가주는 세상이다. 더 뉴 기아 K9에는 고속도로 주행보조장치인 HDA2가 기본이다. 더욱 정밀해진 주행보조장치 덕에 차선변경까지 알아서 해준다.

 

정차후 재출발도 상당히 부드럽게 가속한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누군가를 뒷자리에 태우고 운전 할 때 "운전 정말 잘한다"고 칭찬을 받을 정도다. 어디까지나 보조를 해주는 장치라 방심은 금물이다.

 

완성도나 가성비는 좋지만 도돌이표를 찍을수 있을까?

대중 브랜드 플래그쉽 대형 세단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럿 있다. 단지 기능이나 성능만으로 결정짓는 시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브랜드 밸류를 중시하는 세그먼트다. 아무리 뛰어난 상품성을 갖춰도 성공하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할 정도로 어렵다는 얘기다. 폭스바겐 페이튼이 그랬고 유럽에서 렉서스와 인피니티 대형 세단의 실패 사례가 그렇다. 

 

지난해 K9은 6585대가 판매되었다. 같은 집안에서 경쟁하는 제네시스 G80은 무려 4만7154대다. 심지어 K9과 가격대는 비슷하지만 차체가 훨씬 작은 BMW 5시리즈(G30 FL), 벤츠 E클래스(W213 FL)는 각각 2만여대 이상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 수치다.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은 제쳐두고서 차의 완성도만 본다면 뒤질게 별로 없다.

 

제네시스 처럼 독자적인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을 못 한 것이 주 원인이다. 전반적으로 체급이 커진 하위 차종에 비해 K9은 이렇다할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 여기에 자동차업계의 전동화 붐과 대배기량 대형세단 시장이 쪼그라 들고 있는 것도 K9이 후속 신차로 개발될지 안개속에서 점점 흐릿해져 가고 있다.

 

한 줄 평

장점 : 정숙하고 편안한 주행감, 아쉬울게 없는 편의장비와 합리적인 유지 비용

단점 : 프리미엄과 다소 거리가 느껴지는 통일성 없는 디자인, 여전히 낮은 브랜드 밸류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기아 더 뉴 K9 3.8L(트림 : 플래티넘+배스트셀렉션1)

엔진

V6 3.8L 가솔린 자연흡기

변속기

8단자동

구동방식

사륜구동

전장

5,140mm

전폭

1,915mm

전고

1,490mm

축거

3,105mm

공차중량

2,000~2,010kg

최대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40.5kg.m

복합연비

8.2~8.4km/L

시승차 가격

66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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