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확 커진 2세대 코나 개발 비사..패키지 역할 아시나요
[현장] 확 커진 2세대 코나 개발 비사..패키지 역할 아시나요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3.05.04 14:30
  • 조회수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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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승객 편하려면 패키지가 제일 중요..확 커진 2세대 코나 공간의 비밀

요즘 현대기아(제네시스 포함) 신차 발표회에 가보면 연구개발 본부 가운데 디자인 파트가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신차 발표회 상당 시간이 디자인 총괄에게 할당된다. 상품기획이나 엔지니어는 항상 후순위다. 
 

현대기아 내외관 디자인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만큼 좋아진 건 기자의 눈뿐 아니라 전문가부터 소비자까지 대다수가 인정한다. 역으로 그런 멋진 디자인으로 양산차를 생산할 수 있는 현대기아의 조직능력이 막강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세대 코나 개발한 현대차 소형패키지팀 박남건 책임연구원
2세대 코나 패키지를 담당한 현대차 소형패키지팀 박남건 책임연구원

상품기획이나 생산 엔지니어 쪽에서 반대를 해도 디자인이 워낙 경영진의 힘을 받고 있다 보니 다른 글로벌 자동차업체라면 ‘어렵다’며 들어주지 않을 특별한 디자인 요소를 현대기아는 해결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신차 프로젝트에서 통상 어렵다는 의미는 건 생산 쪽에 문제가 생기던가 원가가 올라가는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현대기아가 디자인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길어야 2010년대 초반부터다. 당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주도한 ‘디자인 경영’의 힘이다. 아우디 출신 피터 슈라이어 책임 디자이너를 기아차 디자인 총괄로 스카우트해 K5와 스포티지가 나오면서다.


현대기아가 디자인 전성기가 오기 전에 이미 전문가로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은 연구개발 부분이 따로 있었다. 연구개발본부내 작은 부서인 패키지팀(또는 실)이다. 


업무 여건으로 봤을 때 미디어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부서지만 패키지는 신차 개발에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자동차 소비자의 경험과 의견을 종합해 차의 실내공간을 최대화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부서다. 

현대기아 조직능력이 애플 같은 스마트폰 회사였다면 패키지팀의 역할이 훨씬 더 부각이 됐을 수도 있다.현대기아가 신차 실내를 잘 뽑아내는 건 2000년대 초중반부터다. 패키지만큼은 도요타를 따라잡는 대단한 실력을 보여줬다. 실내나 트렁크 공간이 글로벌 동급 경쟁 차량 대비 항상 우위였다.


왜 갑자기 패키지일까. 현대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2세대 콤팩트 SUV 코나는 차급을 뛰어 넘는 실내 및 적재공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차는 디자이너와의 만남 이외에 코나의 넓은 공간을 책임진 연구개발본부 패키지팀 책임자와 인터뷰할 기회를 만들었다. 자동차 취재 20년을 넘긴 기자에게 이런 기회는 처음이었다.


지난 4월말 경기도 용인의 한 스튜디오에서 현대차 소형패키지팀 박남건 책임연구원을 만나 넓어진 ‘2세대 코나’의 실내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인터뷰는 코나 일렉트릭을 놓고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비자는 디자이너 역할은 알고 있지만 패키지팀 업무는 아는게 없다. 간단히 소개를 해달라.  

“패키지팀은 자동차의 실내공간 구성을 담당한다. 주로 5가지 상품성을 기준으로 신차를 개발한다. ▲승객이 타고 내리는 ‘승강성’ ▲차량 탑승객이 가장 피부로 느끼는 레그룸과 헤드룸, 숄더룸을 확보하는 ‘거주성’ ▲창문 위치와 크기를 조절하고 운전자 시야를 확보하는 ‘시계성’ ▲스티어링휠을 비롯해 디스플레이와 조작 버튼의 위치를 조절하는 ‘조작성’ ▲적재 용량을 최적화해 확보하는 ‘화물성’이다. 

이런 5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현대차의 주요 시장 소비자의 사용자 경험을 조사하고 고객의 요구를 체크한다. 신차를 디자인하고 설계할 때 이런 의견을 반영하는 게 패키지팀의 중요한 업무다. 

승객 공간과 적재 공간을 어떻게 나눌지, 디스플레이에 버튼을 통합할지, 크기는 어떻게 할지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관장한다. 패키지팀은 글로벌 연구소 가운데 남양연구소와 중국 법인 딱 두 곳에만 있다.”

-공간 구성과 사용자 경험을 반영하는게 주요 업무인데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운전자와 탑승객 입장에서 신차를 사용할 때 편리함과 사용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획하고 개발한다. 특히 디자인 팀과 업무 협의가 많다. 외관 디자인파트는 아무래도 미적인 부분(스포티하거나 다이내믹)에 치우칠 수 밖에 없다. 디자이너는 트렁크리드를 날렵하게 하고 뒷유리를 작게 해 스포티해 보이는 걸 선호한다. 이럴 때 패키지팀이 시계성과 거주성을 체크해 디자이너와 타협을 이끌어낸다.”


-2세대 코나를 개발할 때 경험을 이야기해달라.


“2세대 코나는 기존 모델의 약점인 뒷좌석과 적재 공간을 크게 개선했다. 1세대 대비 전장(4,350mm, +145mm)과 휠베이스(2,660mm, +60mm)를 대폭 확장해 차급을 뛰어넘는 공간을 완성했다. 아울러 12.3인치 듀얼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운전자 중심의 드라이빙 콕핏, 수평형 레이아웃 설계, 오픈형 센터 콘솔, 편안한 착좌감을 제공하는 2열 벤치 시트 등 실내 편의성을 높인 실내를 완성했다.“

2세대 코나 현대차 소형패키지팀 박남건 책임연구원
2세대 코나 현대차 소형패키지팀 박남건 책임연구원

-1세대 코나 대비 중점을 둔 요소는 


“현대차 SUV 라인업의 막내이던 1세대 코나는 효율적인 연비, 편리한 주차, 민첩한 주행 성능 을 고려해 최대한 작게 개발해 뒷좌석 거주성과 적재 공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더 작은 SUV 베뉴가 등장했다. 2세대 코나는 공간성을 집중적으로 개선하는게 신차 개발의 중점 사항이었다. 특히 전기차 중심의 모델이라 코나 일렉트릭의 2열 거주성과 화물 공간 확대에 주력했다.

 

코나EV의 운전석 레그룸은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하다. 2열 역시 큰 차이를 느낄 수없이 살짝 높아졌다. 늘어난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앞뒤 실내 공간을 확장해 5명의 성인이 편안히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적재공간 역시 후석 거주성을 방해하지 않고도 골프백이나 유모차를 쉽게 실을 수 있는 크기로 늘렸다.” 

-작은 공간이라도 놓치지 않고 공간을 확대했다는데 어떤 부분인가.


“운전석과 조수석은 컬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와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회전 타입 컵 홀더를 갖춘 가변형 센터 콘솔을 적용했다. 후석 등받이 각도도 26~32도까지 조절할 수 있게 해 장거리에도 2열 탑승객이 편안하도록 배려했다. 트렁크는 측면 별도 수납 공간, 보드 밑의 추가 공간, 전기차의 경우 보닛 하부에 27리터 크기의 프렁크 공간을 추가했다. 충전 케이블이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기 딱 맞는 공간이다. 패키지팀의 실력을 보여준 케이스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협의가 중요했다고 하는데.


“동급 최초로 적용한 12.3인치 듀얼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가 커진 만큼 조수석 공간이 좁아질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센터페시아 컨트롤 패널 부분 형상과 위치, 버튼 크기를 조정했다. 개발 초기에는 디스플레이 하단 공조장치 패널이 너무 길었다. 조수석 승객이 불편할 수 있다고 판단해 길이를 상당 부분 줄이는데 애를 먹었다. 수 차례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옥신각신 협의를 거치고 나서다. “


-코나는 전기차 디자인을 먼저 완성한 뒤 내연기관 모델에 반영했다는데 전기차 패키지 특징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내연기관과 혼용하는 전기차는 사실상 특별히 달라지는 게 없다. 전기차는 차체 하부에 탑재되는 배터리로 인해 내연기관차보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지는게 보통이다. 2세대 코나는 내연기관 모델과 전기차의 시트 포지션을 동일하게 설정하고, 배터리 탑재로 인해 바닥이 높아지는 부분을 최소화했다. 

 

현대차가 오랜 전기차 개발 경험을 통해 이전 세대까지 다양한 형상으로 적용했던 고전압 배터리를 평평한 1단으로 통일했다. 더구나 이를 차종별로 최적화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런 노하루를 2세대 코나에 접목할 수 있어 레그룸, 헤드룸을 내연기관 모델과 최대한 동일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운전석 하단 배터리 팩을 얇게 설계해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한 높이에 시트 포지션을 설정했다. 운전석 시트 아래 보이지 않는 곳만 두껍게 했을 정도다. 2열도 내연기관과 동일한 높이의 시트포지션 설정으로 헤드룸을 확보했다. 2열은 센터터널을 완전히 삭제해 바닥이 평평해졌다. 편안한 거주성의 완성인 셈이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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