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기계식보다 전자식 기어 시프터가 정말 좋을까
[분석] 기계식보다 전자식 기어 시프터가 정말 좋을까
  • 서동민
  • 승인 2023.07.03 08:30
  • 조회수 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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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RZ에 적용된 다이얼식 변속 레버
렉서스 RZ에 적용된 다이얼식 기어 시프터

 

2020년 이후 신차에 달리는 변속기에 전자식 기어 시프터 탑재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의 전자제어 비중이 늘며 전자식 기어가 대중화되고 있는 것. 위아래로 레버를 당겨 변속하는 기계식이 줄어드는 셈이다. 

 

미국 마켓워치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전자식 기어 시프터 탑재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식이 무려 41%에 달했다. 

 

현대 쏘나타에 탑재된 버튼식 기어 시프터

 

전자식 기어 시프터에는 '시프트 바이 와이어(Shift-By-Wire, SBW)' 기술이 바탕에 있다. 기어 시프터와 변속기 사이에 기계적 연결 없이 전자 제어를 통해 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전자식 기어 시프터를 탑재하면 기계식에 비해 디자인 다양화가 가능하며 공간활용도 이점이 있다. 

 

1951년식 포드 커스텀에 적용된 컬럼식 기어 시프터

 

전자식 기어 시프터가 대중화되기 이전 자동차의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둘로 나뉘었다. 센터터널 중앙에 기계식 기어 시프터를 배치하는 플로어체인지 방식과 스티어링 휠 뒤에 달린 컬럼식이 그것이다. 컬럼식은 주로 미국차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플로어체인지 기어 시프터

 

변속기와 기어 시프터가 기계적으로 맞물려 있어야 해 실내 디자인을 다양화하기 어려웠다. 전자식 기어 시프터가 보급되면서 기계식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지만 기계식만의 장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직관성과 신뢰성이다. 전자식을 달았다가 기계식으로 돌아온 경우도 꽤 된다.  

 

자동변속기는 전 세계가 공용으로 P-R-N-D 순서를 사용한다. 또 각각의 기어 단은 케이블을 통해 기계적으로 연결돼 변속이 즉각적이며 조작감이 분명하다. 사용자가 변속을 잘못할 오인율이 현저히 낮아진다.

 

 

전자식 기어 시프터의 장점은 공간활용성, 디자인의 다양화, 경량화, 부품의 호환성있지만 오작동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기존 기계식은 탑재할 위치가 정해져 있지만, 물리적 연결이 사라진 전자식은 버튼이던 다이얼이던 어디든 탑재할 수 있다.

 

물리적 연결이 사라져 무게 감량도 가능하다. 버튼식 전자식 기어 시프터를 처음부터 탑재한 현대 팰리세이드는 변속 버튼 하단에 큰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제네시스 GV60의 크리스탈 스피어

 

기어 시프터 디자인도 다양해진다. 기존 기계식은 이렇다 할 차별점을 만들지 못했다. 전자식은 디자인 자유도가 높아져 기존 플로어체인지식, 컬럼식도 유지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버튼, 다이얼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제네시스 GV60의 경우, 기어 시프터에 크리스탈 스피어를 채용했다. 전원이 꺼진 상태에선 완전한 구(球) 형태로 있다가, 전원이 켜지면 회전하며 기어 시프터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기어 시프터가 '와우' 팩터로 활용된 대표적 사례다.

 

하나의 부품을 다양한 차종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계적 연결이 없어 별도의 내부 설계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기아 EV6에 탑재된 다이얼식 기어 시프터는 니로뿐만 아니라 K5, 쏘렌토 차종에 두루 적용되고 있다. 

 

 

장점이 많지만 뚜렷한 단점도 존재한다. 기계식의 장점이 전자식에선 단점으로 작용한다. 직관성과 신뢰성의 문제다. 우선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즉각적 변속이 어렵다. 변속 후에 기어가 체결되는 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D단에서 R로 전환하는 경우, 사용자는 변속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계식일 때는 기어 변속 행위만으로 확인이 가능했지만, 전자식은 기어 시프터를 전환하고 기어 체결이 정확히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변속 체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는 2020년 버튼식 기어 시프터를 탑재한 현대 팰리세이드에서 운전자의 변속 오인으로 전복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혼다는 11세대 어코드에서 기계식 기어 시프터를 다시 탑재했다

 

사용자의 혼돈을 막기 위해서인지 2023년, 혼다는 기계식 기어 시프터로 회귀했다. 2018년 출시한 10세대 어코드에는 버튼식 기어 시프터를 탑재했으나, 2023년 11세대 어코드 출시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신뢰성도 문제다. 물리적 연결이 아닌 센서 간의 연결이라 변속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을 때, 사람이 제어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직접 조작이 불가능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불안한 요소다.

 

 

그럼에도 자동차 업계의 전자식 기어 시프터 탑재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기술과의 궁합이 좋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모터 회전을 통해 구동하기 때문에 변속기가 따로 필요 없다. 또 자율주행 기술 적용에 기계식은 걸림돌이다. 기계식 기어 시프터를 탑재한다면 자율주행 중 자동차가 스스로 변속할 수 없어 운전자가 변속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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