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K8 3.5 AWD..부담스럽지 않은 친숙한 대형 세단
[시승기] 기아 K8 3.5 AWD..부담스럽지 않은 친숙한 대형 세단
  • 김태현
  • 승인 2023.08.22 08:30
  • 조회수 8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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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는 참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겠다. 3.5L나 되는 거대한 자연흡기 6기통 엔진은 분명히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준대형차라면 당연한 구성이었겠지만 지금은 어색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시승차는 기아 K8 3.5 플래티넘 AWD 사양이다. 전륜구동 기반에 국산 세단 최초의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갖췄다. 여기에 전장이 5m가 넘는 길이까지 대형차에 필적할 수준이다.

K7 시절부터 예나 지금이나 K8의 치열한 경쟁자이자 형제차인 현대 그랜저는 준대형 세단 판매량 1위를 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워낙 강력한 그랜저 브랜드 파워 덕분이다. 그런 와중에서 K8은 꾸준히 월 4천 대 이상씩 팔리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그랜저가 심리스 호라이즌을 기반으로 한 일자 램프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보편적인 인상에서 벗어난데 비해 K8 디자인은 친숙하다. 오히려 K8쪽이 준대형 세단 차급에 어울리는 차분하고 점잖은 인상이다.

기아의 오랜 디자인 아이덴티티였던 타이거 노즈는 페이스로 진화를 거쳤다. 범퍼 패널과 경계를 두지 않는 그릴은 차체 색상과 잘 어울린다 K8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색상에 따라 이질감이 커 보일 수 있는 그릴 디자인이지만 시승차의 회색 컬러와 잘 맞는다.

전반적인 비례감은 전형적인 세단보다는 패스트 백에 가깝다. 5미터가 살짝 넘는 늘씬한 차체에 완만한 루프라인은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져 스포츠 세단 같은 인상을 보인다.

그릴을 제외하면 화려함이 절제된 디자인이지만 실내는 아낌없이 화려함을 뽐낸다. 다이아몬드를 기조로 한 앰비언트 라이트, 메모리 시트 버튼, 도어트림 디자인까지 독창적으로 풀어 나갔다. 프랑스 차에서 볼 수 있던 감성이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를 하나로 이어 살짝 휜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넓은 화면에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이게 디자인해 조작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바로 하단에 터치 타입 전환형 컨트롤 패널이 자리한게 흠이다. 운전 중 빠른 조작이 불편할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를 터지하다 오조작도 종종 일어나 불편을 겪기도 했다.

기어 변속은 다이얼 방식이다. 주변부가 블랙 하이그로시라 세련된 감각이 넘치지만 지문과 먼지가 잘 달라붙는다. 고급 세단답게 다른 소재를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에르고 모션을 지원하는 시트는 편안하다. 고급스러운 가죽의 향연이다. 국산차에 드문 허벅지 지지대 부터 다양한 방향을 지원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능을 담아서일까. 키가 182cm인 기자가 편안하게 자세를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시트 높이가 불만스러웠다.

 

2열 공간은 여느 플래그십 세단 부럽지 않게 넉넉하다. 4륜 구동이라 센터터널이 높게 솟아 있어 성인 두명이 제격이다.

트렁크 공간은 캐디백 4개는 넉넉히 들어갈 정도로 광활하다. 스키 스루를 통한 긴 물건 적재도 가능하다. 주 고객층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결과로 보인다.

파워 트레인은 3.5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최고 300마력, 36.6kg.m의 출력을 네 바퀴로 전달한다. 초기 시동이나 정차 상황에서는 놀라울 정도의 정숙성을 보여준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6기통 엔진 특유의 부드러운 사운드가 실내로 유입된다.

 

워낙에 고성능 차가 많아진 지금 K8의 300마력이라는 숫자가 크게 와닿지 않지만 1.7톤에 달하는 차체를 가볍게 이끄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충분히 더 출력을 높일 수 있었음에도 최대한 절제된 세팅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높은 연료 효율성을 고려한 결과다. 고속도로에서 흐름에 맞춰 천천히 주행을 하면 평균 연비는 14~16km/L를 기록하는 등 놀라운 수치를 보여주었다.

 

대배기량이라 유류비가 많이 들것이라는 상식을 가볍게 깼다. 대신 시내에서는 두 자리수를 기록하기 어려웠다. 잘 나오면  9~10km/L 수준이었다.

K8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마지막 가성비 고급 세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경쟁 모델인 그랜저의 경우 캘리그래피 트림이 5103만원, 시승차와 유사하게 옵션을 맞추면 약 5380만원에 달한다. K8 시승차의 5014만원 보다 300만원 이상 비싸다.



확 커진 그랜저가 넓은 전폭, 긴 전장으로 운전에 어려움을 겪는 오너도 꽤나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디자인이나 운전 감각, 크기 등 모든 면에서 친숙한 K8이 오너 드라이버로서 최적의 선택지가 아닐까.

 

 

한 줄 평

 

장점 : 두루두루 친숙함을 갖춘 부담 없는 준대형세단

 

단점 : 실내 구성과 편의장비가 최신차 느낌이 덜하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내연기관

 

엔진

3.5L 자연흡기 6기통

변속기

8단자동

구동방식

AWD

전장

5015mm

전폭

1875mm

전고

1455mm

축거

2895mm

공차중량

1715kg

최대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6.6kg.m

복합연비

9.3~9.7km/L

시승차 가격

501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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