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VIP가 되고 싶다..2열 안락함 끝판왕, 토요타 알파드
[시승기] VIP가 되고 싶다..2열 안락함 끝판왕, 토요타 알파드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3.09.23 08:00
  • 조회수 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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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에 육박(9920만원)하는 미니밴 토요타 알파드의 2열 시트만 1천만원이라는데 과연 VIP를 위한 최적의 안락함과 승차감을 보여줄까”

럭셔리 미니밴 알파드 시승에 앞서 기자에게 가장 궁금증을 자아낸 부분이 2열 승차감이었다. 2020년 이후 시승한 100여대의 신차 대부분이 운전석에 앉아 가속력, 핸들링, 거주성, 승차감, 연비 등을 체크하는 게 시승의 핵심 포인트였다.

 

알파드는 다르다. 운전의 재미나 핸들링, 가속력 같은 부분보다 2열의 안락함과 승차감이 더 중요하다. 국내에 들어온 알파드는 일본 사양으로 최고 트림이다. 대략 900만엔 정도 한다.

 

올해 시승했던 차량 가운데 2열 승차감을 중요하게 체크했던 차량은 제네시스 G90 부분변경, 신형 BMW 7시리즈 정도였다. 2열 승차감 뿐 아니라 운전석에서 운전의 즐거움과 첨단 기능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기자는 2003년 일본에서 주재할 때 막 나온 1세대 알파드를 타본 경험이 있다. 당시 일본의  대형MPV 시장은 1997년 등장한 닛산 엘그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알파드는 토요타의 막강한 판매력을 앞세워 빠르게 엘그란드 시장을 빼앗아 미니밴 1위를 차지했다. 

 

당시에도 알파드는 실내 공간은 넓지만 전폭이 크지 않아 좁은 길이 많고 주차장이 좁은 일본 도로 사정에 최적화된 차량이었다. 알파드는 요즘에도 일본에서 연간 10만대씩 팔리는 인기 차종이다. 개인과 법인 수요가 6대4라고 한다. 개인 구매의 경우 대략 500만~600만엔대의 중간 트림 선택이 대다수다.

 

일본에서 900만엔하는 최고 트림은 말 그대로 VIP 의전용 특수 수요를 가져갈 뿐이다. 알파드가 국내에서 얼마나 팔릴지, 특수층 차량이나 기업 의전용 수요가 다했을 때 부유층 패밀리카 시장을 파고들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한국에 처음 출시한 알파드는 올해 6월말 일본서 공개된 4세대 신형이다. 2002년 일본 내수 모델로 1세대가 출시된 이래로 2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럭셔리 미니밴의 대명사다. 

 

알파드는 그동안 대만 및 동남아 일부 지역에 소량 수출했지만 4세대로 진화하면서 한국과 중국에 수출을 시작했다. 다만 아직까지 미국 수출 계획은 없다. 지난달 국내에서 사전계약을 시작, 이미 100여대가 넘게 의전용 차량으로 본계약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4세대 알파드 크기는 전장 5005mm, 전폭 1850mm, 전고 1950mm, 휠베이스 3000mm다. 전반적인 크기는 기아 카니발에 비해 반 뼘씩 작다. 우위를 점하는 건 높이 뿐이다. “실내가 좁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개발 컨셉을 살펴봐야 한다.

 

좌측 콘야마 마나부 토요타코리아 사장, 우측 요시오카 켄이치 수석 엔지니어

토요타코리아는 최고 트림 알파드를 ‘프리미엄 미니밴’으로 정의한다. 탑승객의 편의를 극대화한 럭셔리 컴포트 공간, 장시간에도 피로감이 적은 2열의 안락한 승차감 및 운전자와 탑승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다양한 편의사양을 탑재해 VIP부터 가족과 함께 레저를 즐기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에 들어온 최고 트림 알파드는 가족 및 레저용보다는 VIP 의전용으로 최적이다. 우선 외관이다. 알파드는 전체적으로 박스형 미니밴이지만 강렬한 디자인 포인트를 줘 박스카의 지루하고 단순한 이미지를 지웠다.


먼저 전면 거대한 블랙 하이글로시 메시 그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국내 들어온 어떤 차량보다 그릴이 거대하다. 여기에 주간주행등은 그랜저나 투싼에서 보듯 그릴을 살짝 파고든다. 트리플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는 날카로운 인상을 더한다. A필러에 큼지막하게 달린 델타 글래스는 시야 확보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측면은 표범이 사냥을 위해 잔뜩 웅크린 듯한 역동적인 느낌의 크롬 가니쉬와 근육질 곡선이 어우러진다. 광대한 2열 슬라이딩 도어 판넬까지 가세해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측면을 다이내믹하게 바꿔준다. 다이아몬드 커팅이 적용된 19인치 알루미늄 휠은 상당히 고급스럽다. 


후면은 신형 싼타페에서 보듯 수직으로 떨어진 직사각형 테일 게이트 그대로다. 대신 강인한 테일램프와 리어 스포일러가 인상적이다. 리어 스포일러 안에는 와이퍼를 숨겼 다. 블랙 하이글로시 안에 알파드 영문 레터링도 큼지막하다. 


박스카 디자인의 최대 약점인 후면을 생각보다 날렵하고 보기 좋게 처리했다. 테일 게이트 전동식 버튼은 특이하게 우측 테일램프 밑에 달았다. 워낙 테일 게이트가 커서 일반적인 중하단에 버튼을 달고 열면 뒤로 물러서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시에 수동으로 여는 버튼이 게이트 하단에 달려 있을 뿐이다. 

1열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손이 닿는 곳 대부분을 가죽으로 마감했다. 시트는 고급스런 나파가죽 소재다. 감촉 뿐 아니라 착좌감도 좋다. 열선과 통풍 및 메모리 기능을 지원하지만 허리 및 허벅지 지지대는 없다. 2열 VIP 고객을 위한 운전 기사용 시트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우드패턴 가니쉬를 적용한 3 스포크 스티어링 휠도 상당히 고급스럽다. 14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크라운 크로스오버에서 본 것과 똑같다. 아쉬운 부분은 글로브 박스나 센터 콘솔 안쪽에 부드러운 융 같은 소재로 마무리하지 않고 플라스틱 그대로다. 


알파드의 진수는 2열이다. 우선 좌우 전동식 슬라이딩 도어가 무척 넓게 열린다. 박스카의 강점을 제대로 보여준다. VIP가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도 탑승이 가능하다. 타고 내리는데 무척 편안하다. 


특이하게도 B필러 아래 도어에 달린 세로 형태의 손잡이 길이가 무려 80cm가 넘는다. 신장에 관계없이 어느 위치에서나 편하게 잡을 수 있다. 토요타 특유의 디테일이다.

 

오토만 다리 받침을 포함한 2열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에 착석하면 우선 나파가죽 촉감이 매우 부드럽다. 쿠션감도 적당히 푹신하다. 하단 쿠션 부분에는 체중의 압력을 분산하는 우레탄 소재를 적용했다.

 

토요타 최초로 등받이와 암레스트 부분에 저반발 메모리 폼 소재를 사용해 몸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최소화했다. 2열 시트는 전동 슬라이드 및 수동 슬라이드 기능을 모두 달았다. 빠르고 편리하게 시트 포지션을 조절할 수 있어 3열 승하차가 편리해진다. 


도어 천장에 달린 손잡이 길이가 40cm가 넘는다. 이유인 즉 2열 시트가 무려 480mm까지 앞뒤로 롱슬라이딩이 가능해 탑승객이 누웠을 때도 손잡이를 잡을 수 있게 배려했다. 2열 열선을 작동하면 시트 뿐 아니라 팔걸이까지 따뜻해진다. 한 겨울 골프를 끝내고 돌아올 때 푹 단잠을 잘 수 있겠다. 


시트 조작은 암레스트에 달린 버튼으로 가능하지만 팔걸이 앞에 스마트폰처럼 생긴 무선 터치 패드로 완벽하게 조작할 수 있다. 180도 풀플랫부터 마사지는 물론이고 온도조절과 각종 오디오도 컨트롤한다. 

 

알파드 개발 책임자인 요시오카 켄이치 토요타 치프(Chief) 엔지니어는 “2열에 무선 터치 패드를 장착한 이유는 누운 자세에서도 시트나 온도 조절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재미난 것은 터치 패드에서 ‘드림’ 모드를 선택하면 실내조명이 컴컴해지면서 천장 선루프가 자동으로 닫힌다. 아울러 2,3열 전동 커튼이 위에서 아래도 내려오고 시트도 누울 수 있게 바뀌면서 취침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꼭 무슨 호텔 방에 들어온 느낌이다. 3열 공간도 꽤 넓다. 성인 2명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다.

 

리클라이닝, 암레스트가 기본 장착돼 장거리에도 편하게 탑승이 가능하다. 문제는 3열을 사용하면 트렁크 공간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테일 게이트를 열면 긴 우산 두 세 개를 넣을 수 있을 뿐이다. 3열은 접어서 좌우 양쪽에 수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골프백 4개 이상이 넉넉하게 들어간다. 사실상 3열은 비상시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시동을 걸고 주행에 나섰다. 초반 가속 승차감은 역시나 예상대로 무척 부드럽다. 그렇다고 하이랜더 SUV처럼 물컹거리지 않는다. 전자식 주파수 감응형 서스펜션이 노면 요철에 따른 진동을 제대로 걸러준다.

 

차체는 토요타 TNGA-K로 캠리부터 시에나, 하이랜더까지 쓰이는 쓰이는 전방위 플랫폼이다. 차체 강성 향상과 소음·진동(NVH) 저감 설계가 반영됐다. NVH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조용하고 진동도 제대로 억제했다.

 

바닥 소음은 윈드실드 및 1열과 2열 측면에 어쿠스틱 글래스, 이중 실링 슬라이드 도어를 적용해 소음 유입을 최소화했다. 노면 같은 외부 소음은 제대로 잡아내지만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운전석으로 토요타 하이브리드 특유의 엔진과 e-CVT 구동음이 유입된다.

 

가속력은 2.3톤 무게를 감안했어도 꾸준하게 이어지는 게 인상적이다. 중고속에서도 문제가 없다. 대신 시속 140km를 넘어서면 풍절음이 꽤 들어온다. 알파드 특성상 고속 주행보다는 시속 110km 전후로 정속주행을 할 때 승차감이나 정숙성이 최고 수준이다.

 

코너링은 반드시 사전에 브레이킹을 확실하게 해야 롤링을 방지할 수 있다. 고속에서 갑작스런 레인 체인지를 하면 차고가 높은 MPV임을 감안했을 때 준수한 편이다.


파워트레인은 익히 아는 2.5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하이브리드다. 전기모터를 결합해 시스템 총 출력 250마력을 발휘한다. 토요타가 오랜 기간 숙성 시킨 파워트레인인 만큼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신뢰성이 상당하다. 

 

여기에 후륜을 전기 모터로 구동하는 사륜구동 E-Four 시스템을 탑재했다. 전·후륜 모터를 활용해 트랙션을 컨트롤한다. 빗길이나 거친 노면에서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비결이다. 공인 복합 연비는 13.5km/L다. 실제 주행한 결과 고속도로에서는 13.5km/L 아래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시승 코스가 대체로 와인딩과 고속 구간이라 시내 연비는 측정하기 어려웠다.
 


국내 MPV 시장의 압도적 1위인 기아 카니발은 성인 6명 이상이 타도 넉넉하다. 여기에  6명이상 탑승 시 고속도로 전용차선을 달릴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토요타 알파드는 넓은 실내에 성인 4명이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사실상 카니발과 컨셉이 같은 모델을 꼽자면 토요타 시에나가 맞상대다. 


국내에서 알파드 경쟁자를 굳이 따진다면 내년쯤 등장할 7인승 카니발 하이리무진(하이브리드 사양)이 될 수 있다. 현재 카니발 7인승 하이리무진은 하이브리드가 없다. 시그니처 단일 트림으로 가격이 6400만원대다. 내년에 등장할  하이브리드 하이리무진 가격은 대략 7천만원대 중후반이 예상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2열의 넓은 거주공간과 안락함, 승차감은 국내 어떠한 차량도 따라오기 힘든 ‘NO.1’ 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S클래스나 G90의 2열 승차감이 더 좋겠지만 알파드는 미니밴 특유의 탁 트인 쾌적한 공간과 완전히 누울 수 있는 오토만 시트의 180도 풀플랫 기능은 압도적이다. 


여기에 2열 공기압을 이용한 `마사지(릴랙세이션)’ 역시 지금까지 타본 차량 중에 최고 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한 마사지가 가능했다.그렇다면 주행성능은 어떨까. 미니밴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가속력과 코너링 성능을 보여줬다.

 

중량이 2.3톤에 달하고 차고가 1900mm가 넘어 제대로 브레이킹을 하지 않고 코너에 진입하면 롤링도 느껴졌다. 하지만 2열 VIP를 감안하면 절대 이렇게 운전을 해서는 안되는 차량이다.

 

가격이 1억원에 육박하지만 2열 시트의 안락함과 넓은 실내공간과 럭셔리한 인테리어, 급급 편의장비를 고려하면 대기업이나 특급 호텔의 의전용, 중견 기업 VIP 차량으로 알파드의 경쟁 차량은 당분간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줄 평

 

장 점 : 2열 시트 안락함은 정말 최고다..곳곳에 보이는 디테일과 노하우도 굿~

 

단 점 :  가속 시 엔진음과 e-CVT 소음이 운전석에서 거슬린다

 

가평(경기도)=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토요타 알파드

엔진

2.5L 가솔린 하이브리드

변속기

무단 변속기 (e-CVT)

구동방식

사륜구동 (E-Four)

전장

5005mm

전폭

1850mm

전고

1950mm

축거

3000mm

공차중량

2330kg

시스템 총 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24.4kg.m

복합연비

13.5km/L

시승차 가격

99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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