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이거 7시리즈 아냐..존재감 확실한 디자인 BMW 뉴 5시리즈 
[시승기] 이거 7시리즈 아냐..존재감 확실한 디자인 BMW 뉴 5시리즈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3.10.07 08:30
  • 조회수 419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눈에 깜짝 놀랐다. “이거 뭐야, 5시리즈가 아니라 7시리즈 아냐” 차체가 엄청나게 커져서 나온 탄성이다.

BMW를 대표하는 5시리즈 8세대 완전변경 모델이 5일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출시됐다. BMW는 지난 5월 월드 프리미어로 5시리즈를 글로벌 공개하고 5달 만에 세계 시장에서 한국을 첫 공식 출시 국가로 선택했다.


5시리즈는 지난 1972년 출시돼 현재까지 전세계 800만대 이상 팔린 BMW의 대표 세단이다. 국내에는 1995년 소개돼 올해까지 24만대 이상 팔렸다. 8세대 5시리즈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시승을 통해 만나봤다. 시승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짧은 것이 아쉬울 뿐이다. 

 

뉴 5시리즈는 동급 중형 세단에서 최대 길이다. 전장이 5m를 훌쩍 넘긴 5060mm에 달한다. 이 급에서 가장 길던 제네시스 G80의 4995mm보다 더 길다. 기존 모델 대비 길이 95mm, 폭 30mm, 높이가 35mm 증가했다. 휠베이스도 20mm가 길어져 실내공간이 넓어졌다. 기존 5시리즈는 전장 4965mm, 전폭 1870mm, 전고 1480mm, 휠베이스 2975mm였다. 

2001년 자동차 기자에 입문할 때 시승하면서 덩치에 놀랐던 4세대 7시리즈보다 더 크다. 당시 주차를 할 때 큰 차체에다 새롭게 달린 스티어링 휠 컬럼 변속레버가 어색해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4세대 7시리즈는 1999년BMW 디자인 총괄에 취임한 크리스 뱅글의 첫 작품이었다. 날렵함이 특징이던 BMW 전통을 과감히 버리고 대담한 디자인으로 승부했다. 당시 BMW 마니아들은 트렁크리드가 튀어나온 것을 빗대어 ‘뱅글 부트(Butt, 엉덩이)’ 같다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이런 조롱과는 관계없이 4세대 7시리즈는 대박 행진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는 경쟁 모델인 S클래스를 완전히 제압하고 럭셔리 대형 세단 1위에 올랐다. 7시리즈는 5세대 들어 뱅글 디자인이 개성이 둔화됐지만 호조를 이어갔다. 

 

문제는 2009년 그가 은퇴한 6세대부터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S클래스에 밀려 완전히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특히 올해 초 데뷔한 7세대 7시리즈는 존재감이 부족한 디자인부터 도마에 오르더니 신차효과는고커녕 벌써 엄청난 재고 할인에 들어간 신세가 됐다.

 

그래서일까. 8세대 5시리즈는 차체를 대폭 키우면서 7시리즈의 기함 역할까지 일부 맡은 운명처럼 보인다. 사실상 2열에 탑승했을 때 오너 드리븐이 아닌 쇼퍼 드리븐으로 사용해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넉넉한 공간을 보여줬다.

 

이날 시승행사에는 현재 BMW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는 에드리안 반 호이동크 부사장이 깜짝 방한해 미디어를 대상으로 직접 디자인 설명을 했다. 기자도 해외 모터쇼에서 여러 번 인터뷰했던 친숙한 인물이다. 

 

호이동크 디자인 총괄은 이날 한층 커진 5시리즈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외관 디자인 뿐 아니라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라이징에 대한 고민과 이를 해결한 모범답안을 차례대로 설명했다. 시승차는 523d M스포츠패키지로 xDrive가 빠진 후륜구동이다. 가격은 8030만원이다.

 

오랜만에 타보는 디젤 파워트레인이다. 우선 외관이다. 첫 눈에 한층 커진 차체 뿐 아니라 기존 보수적인 기조에서 살짝 탈피해 대담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 전면은 BMW의 상징인 커다란 키드니 그릴 가장자리를 LED조명으로 감싼 것이 가장 인상적이다. 7시리즈에 먼저 도입됐던 부분으로 실제 밤에 주행할 때 보면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준다. 

 

차고가 높아지면서 두툼해진 보닛은 키드니 그릴의 각진 부분과 직선으로 연결한 캐릭터 라인이 강렬해 보인다. 헤드라이트는 이전 세대보다 더 날렵하게 처리했다. 커진 차체의 육중함을 상쇄시킨다. 주간주행등은 기존과 비슷하게 L자 형태다. 범퍼 하단에 위치하던 안개등은 없어지고 에어 인테이크 면적을 키웠다. 

 

옆면은 후륜구동 특유의 아름다운 프로포션을 제대로 살려냈다. 19인치 휠 디자인이 매우 섬세해 눈길을 끈다. 특이한 것은 존재감을 더 과시하려는 듯 C필러에는 커다랗게 ‘5’ 숫자를 새겨 넣었다. BMW는 중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아마도 중국인이 환영할 디자인 요소로 보인다.

 

후면은 첫 인상이 육중하고 꽤나 두껍게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헤드라이트와 비슷하게 테일램프를 날렵하게 손을 봤다. 글라스 커버와 LED 등은 굵직하게 넣었다. 배기구는 전기차 i5와 통일성을 유지하기 일환으로 페이크로 처리했다. 8세대 5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전기차와 내연기관 모델 디자인이 완벽하게 흡사하다는 점이다.


실내 변화는 두드러진다. 디스플레이가 커지고 해상도도 좋아졌다. 커브드로 연결된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백미다. 운전석 시야에서 어떤 물리 버튼도 찾을 수 없다. 정말 말끔하고 모던하다. 기자가 20년 넘게 봤던 BMW 인테리어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든다.

 

깔끔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더 빛이 나는 것은 송풍구를 완전히 숨긴 데 있다. 디스플레이 아래 쪽으로 가늘게 송풍구 홈을 마련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전면 4개의 방향 조작 장치도 아래 쪽에서 숨기면서 부드러운 고무 재질로 마무리했다. 프리미엄 BMW 다운 디테일이 돋보인다.


센터 디스플레이 아랫단에 위치한 공조장치도 터치식으로7시리즈에 선보인 것과 흡사하다. 전체적으로 7시리즈의 인테리어 요소를 적극 적용해 5시리즈 고급감을 극대화한 셈이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역시 무선으로 지원한다. 폰 커넥티비티 화면이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연동되는 점도 특징이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반자율주행 기능은 만족도가 높다. 3개의 카메라가 차량 주변을 파악한다.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차선 중앙 유지부터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가 전 모델 기본이다. 

 

특히 차량 주변 상황을 계기판에 표시해주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는 무척 편리하다. 방향 전환 등 꼭 필요할 때 가상현실도 입체적으로 작용한다. 승용차, 트럭, 버스 뿐 아니라 모터사이클, 자전거도 구분한다. 


자연어를 인식하는 음성인식 기능도 쓸만한 수준이다. ‘안녕 BMW’라고 하면 음성인식이 활성화된다. 이를테면 ‘조수석 창문 반만 내려줘’나 ‘스포츠 모드로 바꿔줘’ 등과 같은 말을 인식해 동작한다. 센터 디스플레이 근방에서 손가락으로 회전을 하면 오디오 볼륨을 조절하는 제스처 인식 기능은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523d파워트레인은 2.0L 4기통 디젤 트윈 터보에 8단 자동변속기다. 최고출력 197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낸다. 한다 여기에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더해진다. 출력을 보조하는 풀 하이브리드는 아니라 타력주행이나 가감속시 일부 출력을 보태고 연비에 도움을 준다. 공인 연비는 복합 14.7km/L다. 시승 코스는 영종도부터 의정부를 왕복한다.  

 

센터 콘솔 앞에 달린 시동 버튼을 눌렀다. NVH가 상당한 수준이라 깜짝 놀랐다. 디젤 특유의 진동이 처음에만 살짝 느껴질 뿐 소음은 완벽하게 차단됐다. 주행을 시작하면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을 비롯해 차체로 들어오는 잔진동까지 제대로 잡아냈다. 운전석 뿐 아니라 2열 탑승객도 안락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속은 디젤의 두툼한 토크가 인상적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3초가 걸린다. 굳이 스포츠 모드를 설정하지 않아도 가속의 불만은 없다. 급격한 가속감과는 거리가 멀지만 1900kg대의 육중한 차체를 꾸준히 밀어준다.

 

신형 5시리즈는 차체가 커지면서 무게도 대략 165Kg 증가했다. BMW가 벤츠, 아우디 같은 독일 경쟁 브랜드 가운데 가장 잘하는 부분이 경량화였다. 8세대 5시리즈는 차체가 커지고 디지털 장비가 잔뜩 달리면서 경량화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핸들링과 코너링 테스트다.

 

BMW가 가장 잘 하는 부분이다. 무거워진 중량 때문에 거동이 어색할까 걱정이 앞섰지만 기우였다. “역시나 BMW~” 급격한 레인 체인지를 해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BMW 특유의 자로 잰듯한 몸놀림이 운전석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도로를 물고 늘어지는 호흡이 운전자와 딱 맞아 떨어진다.


디스플레이 조작이나 두툼하고 감촉이 좋은 M패키지 3스포크휠은 더할 나위 없이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실내에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기본 모델에 들어간 엠비언트 라이트다. 그랜저 같은 대중 브랜드에 달린 엠비언트 라이트보다도 더 단조롭고 광량도 어색하다.

 

기존 5시리즈를 타던 고객이 경쟁 모델인 벤츠 E클래스에 비해 한숨을 내쉬던 부분이 바로 엠비언트 라이트다. 신형 5 시리즈는 이를 의식해서인지 단순했던 엠비언트 라이트를 대폭 보강해 조수석 앞쪽에 크리스털로 조각한 ‘인터랙션 바’를 선보였다. 문제는 최고급 옵션에만 들어간다는 점이다.  

 

화려한 인터랙션 바를 보려면 8420만~8870만원인 530i xDrive 또는 9390만~1억3890만원인 i5 전기차를 선택해야 한다. 국내 5시리즈 판매의 70% 이상인 520i, 523d 같은 트림에서는 아예 선택조차 불가능하다. 요즘 소비자가 적극 좋아하는 엠비언트 라이트에 BMW는 왜 이렇게 인색한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경쟁 브랜드 벤츠가 엠비언트 라이트에 주력해서 일부러 하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이다.

 
중량이 늘었지만 제동력은 딱 BMW다. 딱 밟는 만큼 차량을 멈춰 세운다. 스포츠 세단의 교과서인 5시리즈답게 코너링도 신뢰감이 더해진다. 고속에서도 차체는 불안함이 없이 뒤꽁무니까지 흔들림없이 완벽하게 돌아나간다. 승차감은 무거워진 여파인 기존 5시리즈보다 다소 하드하게 다가온다.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는 딱딱하게 느껴진다.

 

레벨2 단계를 살짝 넘어서는 반자율주행 장치 성능도 만족스럽다. 차선 중앙을 제대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앞 차와 간격도 유연하게 조절한다. 더불어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시간이 30초까지 길어져 막히는 길에서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항속주행을 이어가면 연비는 17km/L 이상이 쉽게 나온다. 신경을 쓰고 연비 주행을 하면 20km/L 언저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체구간에서는 13~14km/L 정도로 공인 연비와 비슷하다. 디젤 특유의 장거리 항속주행 연비의 매력이 돋보인다. 


결론적으로8세대 5시리즈는 7시리즈의 아쉬움을 만회하려는 듯 차체를 대폭 키우고 7시리즈에 달린 첨단 기능과 럭셔리까지 더했다. 5시리즈는 패밀리 스포츠 세단이 가져야할 모든 것을 갖춘 것에 더해 쇼퍼 드리븐 역할도 일부 해낼 정도로 실내가 넓어졌다.

 

고속 크루징의 편안함 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존재감을 극대화한 디자인과 날렵한 핸들링을 만나 볼 수 있는 차는 BMW 뉴 5시리즈 뿐이다. 523d 가격은 7580만~8030만원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막강한 경쟁자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완전변경 모델도 나온다. 불꽃 튀는 대결이 예상된다.
 

 

한 줄 평

장 점 : 존재감을 극대화한 디자인과 모던한 실내, BMW 핸들링과 스포츠 성능은 덤

단 점 : 많이 팔리는 기본 모델의 엠비언트 라이트는 그랜저 만도 못해! E클래스는 넘사벽

 

영종도=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523d M스포츠패키지

엔진

2.0L 디젤 트윈터보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RWD

전장

50605mm

전폭

1900mm

전고

1515mm

축거

2995mm

공차중량

1900kg

최대출력

197마력

최대토크

40.8kg.m

복합연비

14.7km/L

가격

8030만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