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국, 이제 가성비 안 먹힌다..현대기아 재기하려면
[분석] 중국, 이제 가성비 안 먹힌다..현대기아 재기하려면
  • 김태현
  • 승인 2024.02.21 08:30
  • 조회수 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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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재기를 노린다. 새로운 현지 전략형 전기차를 내놓고 현지 기업과 협력도 강화한다. 현대차는 2000년대 초부터 중저가 라인업인 아반떼, 쏘나타 등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그 당시만해도 마땅한 경쟁 중국 브랜드가 없던 상황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브랜드가 한발 물러나고 토요타는 품질 문제로 민심을 잃었다. 이때 현대차는 반사이익을 등에업고 폭발적인 성공을 경험한다. 하지만 2016년 이후 현대차 성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2016년만 하더라도 중국에서 현대차는 180만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판매가 급락해 지난해까지 7년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2017년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반발해 한한령을 본격화한 여파가 시발점이 됐고 이후 중국 현지 브랜드가 전기차를 비롯해 급격한 성장을 거듭한 사이 현대차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점유율은 합쳐서 1%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현대기아는 중국에서 각각 27만4천대, 13만대를 판매해 총 40만대가 조금 넘었다.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2300만대에 달한다.

 

2010년대 이후 중국 정부는 폭발적으로 제조업이 증가하면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국가 차원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중심의 신에너지 산업을 신흥 전략사업으로 선정했다.

그 일환으로 2010년 8월 중국 정부는 16개 국영회사에 3년간 150억 달러를 투자해 신에너지차를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앞장서자 민간의 신에너지차 투자 건수와 금액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3년 6억2000만 위안이었던 중국 신에너지차 투자 규모는 2015년 71억5000만 위안, 2017년 451억 위안으로 4년 새 7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신에너지차 산업에 돈이 몰리면서 시장도 급성장했다. 이때부터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이름을 떨치는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이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을 인수해 기술을 배우고 자사 자동차에 접목한다.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은 자국 물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여기에 중국 토종 브랜드가 높은 완성도와 신뢰성을 갖추면서 중국인들은 더이상 수입차나 외산 브랜드 차량을 선택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중국 토종 브랜드가 약진하면서 중국 완성차 기업의 내수 점유율도 2018년 24.1%에서 2022년 49.9%로 25.8%포인트 증가했다.중국 브랜드는 전통적인 브랜드들이 제조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약한  전기차에 집중했고 중국 전기차 산업은 계속 발전을 거듭했다. 2018년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는 여전히 실험적인 성격이 강해 섣불리 전기차에 투자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현재 현대차의 가장 큰 숙제는 중국 소비자의 신뢰 회복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기술과 품질, 디자인은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아도 모두가 인정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판매량으로 따지면 지난해 토요타, 폭스바겐그룹에 이은 세계 3위에 올랐다.

2010년대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 글로벌 모델과 달리 최소 한 세대 이전 구형 모델에 껍데기만 바꾼 풀스킨 체인지로 중국을 공략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가성비로 승부한 것이다. 이들 차량은 2000년대 초중반 출시한 모델로 디자인만 바꿔 팔다 보니 중국인들에게 점점 ‘구식에다 싸구려 차’라는 인식이 심어졌다.

 

물론 당시에도 글로벌 신차를 중국에 출시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중국형 모델로 개조해 이른바 중국 전략차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사양과는 동떨어진 구형 파워트레인을 적용한다거나 디자인으로 차별을 뒀다. 제네시스, 팰리세이드, 넥쏘 등 완성차도 수출했지만 높은 관세율 탓에 제대로 경쟁하지 못하고 거의 사양된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자 2022년붜 중국 현지 공장을 처분하거나 중국 브랜드 모델을 위탁 생산하는 등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가 지난해 하반기 야심차게 내놓은 현지 전략형 전기차인 EV5도 기대와 달리 극심한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하반기 출시한 이래 겨우 451대를 파는데 그쳤다. 올해 1월은 289대를 판매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동남아, 인도 수출 호조로 공장 가동률이 증가했다는 것. 준중형 SUV KX3(현지형 셀토스)가 어느 정도 반응을 이끌어 내면서 기아는 1월 중국 내수 판매 7003대를 기록했다.

 

셀토스는 그간 중국형 모델과 다르게 글로벌사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시장에서 소소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대기아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중국 시장 판매 계획 및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중국 전용 전기차와 SUV 등 신차 위주 전략을 수립하고 중국 토종 브랜드 성장세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중국 현지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고 업무를 조정했다.

 

기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판매 부진이 심화하면서 현지 딜러들이 대거 탈퇴해 올해 현상 유지를 통한 버티기 전략이 중심이다. 지난해 기아 판매를 견인했던 스포티지를 중국에 우선 투입해 판매량 확대를 시도한다. 올해 6월에는 신차 EV6를 투입하고 추가로 준중형급 현지 전략형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은 2020년 이후 두 자리수가 아닌 연평균 5.5% 경제 성장률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성장폭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세계 경제 대국인 미국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기차뿐 아니라 인터넷과 IT, 전자 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아울러 중국 대도시 거주 소비자의 안목은 이제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섰다. 저렴한 가성비를 내세우면서 현대차가 승승장구했던 2000년대와 다른 세상이다. 현대기아가 중국에서 재기하려면 글로벌 선진국 소비자와 동일한 위치에서 중국 소비자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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