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선진 한국을 비추는 얼굴..현대 그랜저 3.5 AWD
[시승기] 선진 한국을 비추는 얼굴..현대 그랜저 3.5 AWD
  • 김태현
  • 승인 2024.02.23 08:30
  • 조회수 1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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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는 첫 출시 때나 지금이나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매번 완전변경 신차로 나올 때마다 그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변화해 왔다.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시대상에 따라 젊어지기도, 때로는 중후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흔히 각그랜저로 통칭하는 1세대 모델이 처음 등장할때만 하더라도 그랜저는 현대차의 최상위 모델로써 고위 관료나 기업 사장님이 타던 VIP 세단이었다.

 

이후 뉴 그랜저가 출시되면서도 그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각지고 네모난 인상에 6기통 엔진을 달고 푹신한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그러다 2000년대에 접어들기 직전 그랜저 XG가 등장하면서 다소 분위기가 바뀌었다. 현대차는 그랜저 위로 다이너스티와 에쿠스를 플래그십으로 내세웠고 자연스럽게 그랜저는 40대 성공한 계증까지 더 많은 수요를 창출했다.

 

EF 쏘나타 언더바디를 활용한 그랜저 XG는 고급스러운 내외관과 6기통 대배기량 엔진으로 쏘나타와 분명한 차이점을 뒀지만 한층 젊어진 외관 디자인과 함께 주행성능을 강조했다. 그 결과 구매층이 이전보다 대중적인 위치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이후 TG와 HG를 거쳐 IG에 이르기까지 그랜저는 계속 젊어졌다.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 중후함보다는 날렵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승차감은 탄탄해졌다. 2010년 이후 30대가 그랜저를 자가용으로 타고 다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구매층이 다양해졌다.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다. E클래스나 5시리즈 같은 중형 럭셔리 세단 수입차의 장벽은 더욱 낮아졌고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그사이 제네시스와 에쿠스가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로 합쳐지면서 분리됐다. 그랜저는 다시 초창기와 같은 플래그쉽 세단 위치에 놓이게 됐다. 그랜저는 플래그쉽 다운 중후함과 세련됨을 겸비해야 했지만 제네시스보다 고급스러워서는 안 되는 운명이 됐다.

 

그렇게 2022년 10월 탄생한 GN7, 7세대 그랜저는 5미터가 넘는 전장과 높은 후드, 넓은 실내공간을 갖춰 플래그쉽다운 용모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전략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2023년 국내 시장 단일 차종 중 가장 많은 11만3천여대를 판매하면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신차 출시 3년째로 접어 들지만 디자인은 여전히 새롭게 느껴진다. 한줄로 이은 전면 DRL 램프와 세단임에도 낮게 위치한 헤드램프, 전면 전체를 두른 대형 그릴은 기존 그랜저 인상과는 확연히 다르다.

1세대 각 그랜저의 오페라 글라스를 모티브로 한 C필러 유리는 헤리티지를 이었고 차체 안쪽으로 매끈하게 숨어들어가는 도어캐치는 미래적 분위기를 담았다. 높아진 차체 만큼 하단에 몰딩을 둘렀고 뒤쪽으로 갈수록 높아지게 만들어 자칫 처져 보일 수 있는 사이드라인에 엣지를 더했다.

후면은 역대 그랜저의 헤리티지인 한 줄로 이은 램프를 더욱 얇게 처리했다. 출시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램프로 소개 되기도 했을 정도다. 램프의 얇기를 위해 범퍼 하단으로 이동한 방향지시등은 검정색 몰딩속에 숨겨 깔끔한 인상에 일조한다. 하지만 위치가 지나치게 낮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 시승 중 정체 구간이 많은 시내에서는 끼어들기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실내로 들어서면 수평 기조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역대 그랜저 헤리티지는 실내에서도 이어지는데 1세대 각그랜저의 핸들 디자인을 모사한 원 스포크 디자인 핸들이다. 실제로는 3스포크지만 가운데 에어백 커버와 하단 스포크를 두께를 같게 했다.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두 개로 매끈히 이었고 조수석 쪽에서 살짝 비틀어 엣지를 줬다. 디스플레이 하단에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위한 퀵버튼 패널이 물리 버튼으로 자리했다. 하단에는 공조기와 공조기 조작 디스플레이가 놓여있다.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공조기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장점을 십분 살린 공조기 버튼 커스텀 기능은 제조사에서 지정한 배열 뿐만 아니라 사용자화가 가능하다. 심플하게 온도 조절만 띄운다거나, 각 온도에 맞는 키워드를 표시해 이해하기 쉽다. 주 고객층이 디지털 장치에 익숙치 않은 중장년층이라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이번에 새롭게 업데이트된 클러스터 디자인은 기존 비판이 많던 디자인을 개선한 결과다. 기존 대비 화려해지고 입체적으로 변한 점은 칭찬할 부분이지만 여전히 레이아웃은 그대로이고 다소 고급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

1열 시트는 가죽 절개 패턴이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지만 적당한 착좌감과 질좋은 가죽으로 마무리했다. 오랜시간 운전해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시트다. 허리 디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스트레칭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2열 시트는 넓은 레그룸과 헤드룸 덕에 편안한 탑승이 가능하다. 또한 2열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이 있어 키가 크더라도 편안한 자세를 만들 수 있다. 전동식으로 작동하는 측후면 커튼도 대중 브랜드임을 생각하면 호화스러울 정도다.

그랜저에서 가장 많은 선택률을 보이는것은 단연 1.6L 터보 하이브리드지만 플래그쉽 대형 세단에 걸맞는 3.5L V6 엔진도 선택이 가능하다. 시승차는 3.5L V6 AWD 사양으로 무려 300마력에 36.6kg.m의 토크를 내 넉넉한 출력을 보인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3.5L V6 엔진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6기통 특유의 발진 사운드와 회전질감은 4기통 엔진에서 누릴 수 없는 특징이다. 더구나 4륜구동 옵션은 3.5L 트림에서만 선택이 가능하다.

그랜저 최초로 적용된 4륜구동 시스템은 전륜구동 기반으로 후륜에 최대 40% 정도의 토크를 보내준다. 악셀을 끝까지 밟아 출발하거나 고속으로 몰아 붙일수록 4륜구동 특유의 거동이 느껴지지만 체감은 미미한 편이다. 고속 안정성과 일시적인 험로 탈출용 사륜구동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적당한 직결감과 무난한 변속감을 보여준다. 전방 상황을 예측해 스스로 변속을 하는 전방 예측 변속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내비게이션, 레이더, 카메라의 정보를 조합해 스스로 기어를 내리고 올리는 방식이다.

3.5L AWD의 공인 연비는 9km/L지만 고속도로에서는 11~13km/L, 도심에서는 6~7km/L 수준을 보인다. 이전 시승자를 포함해 약 1700km를 주행한 동안 기록된 평균연비는 약 11km/L 수준이다. 3.5L의 대배기량 파워트레인 치고는 준수한 연비다.

 

5미터가 넘는 그랜저는 커진 덩치 답게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20인치 휠의 적용으로 탄탄한 승차감이 느껴지지만 기본적으로 푹신한 주행감은 여전하다. 어느 정도 요철은 적당히 무시하고 방지턱을 넘을때도 부드러운 착지를 보여준다.

이전 그랜저 보다 커지고 무거워진 만큼 둔할 때도 있지만 급격한 차선변경이나 와인딩 로드에 접어들면 덩치와 무게가 체감될 정도로 묵직하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장착 되어 있지만 승차감 개선 목적이 크다 보니 스포츠 모드에서 변화폭이 적다.

 

이러한 안락한 승차감과 더불어 정숙성도 상당하다. 상대적으로 방음에 불리한 프레임리스 도어를 적용했음에도 풍절음이 쉽게 유입되지 않고 바닥소음도 차폐가 잘 되어있다. 한 급 위인 제네시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본격적 판매가 이루어진 2023년 첫 성적표를 받아든 그랜저는 저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1986년부터 38년의 역사동안 꾸준히 누군가의 선망의 대상으로 오르고 성공의 상징이 된 그랜저는 급변한 디자인과 커진 차체, 초기 품질 논란 등 수많은 수난을 겪고도 당당한 1위의 자리에 올라섰다.

 

시선을 끄는 디자인과 동급 가격대에서 누릴 수 없는 수많은 첨단 장비, 디자인과 디테일까지 갖췄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든 프리미엄 세단과 비교해도 가격대비 좋은 상품성이 가장 큰 무기다. SUV의 인기와 사실상 전동화를 강제하는 규제 등 급변하는 시대속에서도 꾸준한 1위를 유지할 세단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춘 셈이다.

 

 

한 줄 평

 

장점 : 웅장한 외장 디자인, 헤리티지를 이은 디자인 요소

 

단점 : 3.5L V6 엔진은 너무 과하다..스포츠 모드 변화가 적다

..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현대 그랜저 3.5 AWD

 

엔진

3.5L V6 NA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전장

5035mm

전폭

1880mm

전고

1460mm

축거

2895mm

공차중량

1780kg

최대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6.6kg.m

복합연비

9km/L

시승차 가격

564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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