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소비자 ‘환영’ 딜러는 ‘울상’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소비자 ‘환영’ 딜러는 ‘울상’
  • 전우빈
  • 승인 2022.03.15 14:00
  • 조회수 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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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지난 7일 중고차 사업 진출을 확정하면서 방향성을 공개했다. 고객 중심 시장 변화와 기존 매매업계와 상생을 주요 골자로 한다. 상당수 소비자는 현대차 진출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중고차 매매업계는 생산부터 판매에 이어 중고차까지 독과점을 우려하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로 인증중고차를 선보이고 해외시장을 벤치마킹해 기존에 볼 수 없던 차별화된 고객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한다 또 판매자와 소비자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인증중고차는 5년 10만km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이 대상이다. 이후 200여 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거쳐 상품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3단계에 걸친 품질검사 및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를 구축한다. 하이테크 센터에서 차량 진단과 정비를 한 번에 이뤄질 수 있게 전용 장비를 갖출 예정이다.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은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타사 고객, 기존 중고차 업계 등 중고차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에게 개방한다. 또 국토교통부와 보험개발원 등이 제공하는 차량 이력 정보와 현대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중고차 시장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정보의 비대칭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을 이야기하며 기존 업계와 상생을 도모한다고 언급했다. 현대차는 2022년 시장점유율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까지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또 인증중고차 대상 이외 물량은 기존 업계에 넘긴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해 상생협약에서 이미 제시한 내용이다. 또 중고차 산업 종사자 교육 지원 등을 통해 중고차 업계 경쟁력도 키우겠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가 이끄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예상대로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색한다. KAMA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계가 모두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도 시장 점유율 7.5~12.9%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2026년 기준). 독과점을 우려하는 기존 업계 예측과는상반된 수치다. KAMA는 자동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진입은 거래 안전성을 높여 시장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 자동차 부품산업 신규 시장 창출 등 외연 확대도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기존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 중고차 진출에 난색을 보인다.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가 제시한 물량 제한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현대차는 연간 250만여 대 시장의 10%인 25만여 대만 판매한다는 입장이다. 중고차 업계는 개인 거래를 제외한 130만 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수용하지 않은 대신 인증중고차 조건을 6년 12만km에서 5년 10만km로 강화했다.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이 마케팅 일환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는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 시 할인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중고차 업계는 이 프로그램이 신차 판매를 높이고 ‘좋은’ 매물을 선점하기 위한 ‘속임수’라고 지적한다.

 

상대적으로 소비자는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는 “중고차 시장이 점점 확대되는 만큼 허위매물, 자동차 성능 및 상태 불일치 등 소비자 피해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며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가 진출해 기존 소비자 불만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 중고차 관련 종사자도 대기업 진출이 중고차 시장의 자정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현대차 진출을 반기고 있다.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은 이제 중소벤처기업부에 달렸다. 중고차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은 진출할 수 없었다. 2019년 2월 규제가 만료됐고 재지정 여부는 이달 말 가려진다. 자동차 업계는 새 정부 출범으로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장벽이 없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수입 브랜드만 인증중고차 사업을 운영 중이다.

중고차 시장의 현대차 진출에 대한 시선은 업계 종사자를 제외하면 우호적이다. 그동안 일부 업체의 비양심적 행동과 정보 비대칭으로 소비자 불만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사업이 KAMA의 예측처럼 중고차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거대 기업의 독과점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우빈 에디터 wb.jeon@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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