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주변을 왜소하게 만들다..초대형 SUV 쉐보레 타호
[최초시승] 주변을 왜소하게 만들다..초대형 SUV 쉐보레 타호
  • 전우빈
  • 승인 2022.03.31 18:00
  • 조회수 1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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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으로 맛볼 수 있는 미국 정통 풀사이즈 SUV
쉐보레 타호

쉐보레 타호는 미국에서 풀사이즈 SUV로 분류한다. 국내에서는 초대형 SUV로 번역하는 게 가장 적당할 듯 하다. 이미 대형 SUV 분류에 현대 팰리세이드, 쉐보레 트래버스 등이 포진한다. 타호는 확실히 이들보다 한 체급 위다.

타호는 지난 2018년 부산모터쇼에 등장했다. 거대한 덩치와 넉넉한 공간의 매력이 돋보였다. 이후 타호 출시를 바라는 소비자가 쉐보레 차종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오를 만큼 관심도 많았다. 그리고 4년 뒤 타호가 국내에 공식 등장했다.

3월 말 서울 양재동 쉐보레 드라이빙 캠프에서 타호를 만났다.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서 FBI 같은 수사기관이 타던 차를 실제로 보니 기분이 남달랐다. 멀리서 봐도 덩치가 큰데 가까이서 보니 제법 위압감이 느껴진다. 195cm 신장의 기자가 옆에 서도 지붕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어지간한 차 지붕은 그대로 보던 기자도 발뒤꿈치를 들어야 했다.

타호는 길이 5350mm, 너비 2060mm, 높이 1925mm로 카니발보다 월등히 크다. 휠베이스만 3071mm로 둘이 비슷하다. 수치만 보면 가늠이 잘 안 된다. 주차장 한 칸을 꽉 채운 타호를 보면 마치 탱크를 보는 듯하다. 얼마 전 출시한 트래버스도 한 덩치 하는데 타호 옆에 있으니 왜소해 보인다.

타호 외관은 큰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앞모습은 거대한 그릴과 몸집에 비해 작은 헤드램프를 하나로 엮었다. 과격한 디자인이나 볼륨감을 주는 대신 담백하게 마무리했다. ‘고드릭 액센트 갈바노 크롬’으로 마감한 그릴은 ‘액티브 에어로 셔터’가 장착돼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ㄷ’자 주간주행등은 헤드램프 아래에 배치했다. 범퍼 양쪽 공기 흡입구와 이어지게 디자인해 헤드램프와 그릴, 주간주행등, 공기 흡입구가 하나로 이어진 듯한 느낌을 준다. 가느다란 헤드램프와 거대한 그릴을 포인트로 한 디자인은 같은 집안 식구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XT6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옆은 직선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사이드미러, 창문, 문 크기 등 모든 게 큼직큼직하다. 휠도 22인치가 장착된다. 커다란 몸집 덕분에 적당해 보인다. 뒷모습도 담백하다. 큼직한 테일램프와 트렁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크롬 바, 쿼드 배기구가 전부다. 보닛과 A필러가 연결된 쪽에는 하이컨트리, 도어에는 타호 레터링을 넣었다. 쉐보레 특징이다. 기본 모델(하이컨트리)은 크롬 레터팅이 장착되고 다크나이크 에디션은 검은색으로 처리한다. 이외에도 LED 블랙 보타이, 프로젝션 퍼들램프 등이 다크나이트에 적용된다.  

차 문을 열면 사이드 스텝이 내려온다. 전동식이다. 고정식과 달리 옆이 튀어나오지 않아 보기에도 깔끔하다. 100kg이 넘는 거구의 기자가 올라가도 거뜬하다.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계기반은 디지털 방식으로 크기는 12인치다. 4가지 테마도 지원하는데 원형 속도계와 태코미터 모드를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다. 맵 인 클러스터 기능은 없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10.2인치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고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기능에서 부족함은 없지만 1억 원에 가까운 가격을 생각하면 디스플레이 크기가 아쉽다.

 

15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오프로드, 차간 거리 등 다양한 정보를 띄울 수 있다. 오프로드 정보를 선택하면 앞뒤 좌우로 기울어진 각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스티어링 휠 왼편에 자리한 컨트롤러로 조작할 수 있다. 버튼식이라 직관적이다. 공조기도 큼지막해 사용하기 편하다. 공조기 아래 공간에는 무선 충전패드를 마련했다. 패드 크기도 커서 스마트폰을 대충 놓아도 충전이 잘 된다. 1열 헤드레스트 뒤에는 12.6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HDMI 케이블을 이용하면 노트북, 스마트폰 등과 연결할 수 있다. 무선 연결은 지원하지 않는다.

시트는 널찍하고 탄탄하다. 덩치가 큰 기자가 앉아도 시트가 남는다. 오랜만에 몸이 남는 느낌을 받았다. 센터 콘솔도 크다. 소형 핸드백도 충분히 들어간다. 과장을 조금만 보태면 어지간한 승용차 글로브 박스보다 용량이 크다. 1열을 195cm 기자에 맞추고 2열에 앉아도 주먹 한 개 정도 레그룸이 남는다. 헤드룸은 1열은 넉넉하지만 2열은 살짝 닿는다. 3열은 지금까지 나온 SUV 중 가장 널찍하다. 성인 3명이 앉기엔 부족하지만 2명은 장거리도 편안하게 갈 수 있어 보인다.

적재 공간은 엄청나다. 기본 722L, 2열까지 모두 접으면 3480L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2열과 3열은 적재 공간에 마련된 버튼으로 접고 펼 수 있다. 또 3열은 운전석 오버헤드 콘솔에 마련된 버튼으로 접을 수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으르렁거리며 엔진이 깨어난다. V8 6.2L 엔진은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m를 발휘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묵직하게 나간다. 덩치와 무게가 있다보니 몸이 앞으로 쏠리는 느낌은 크지 않다.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과거 플래그십 세단이 진중하게 속도를 높이던 모습과 비슷하다. 운전석이 높다보니 주행 시야는 탁 트여 있다. 버스 기사와 눈이 마주칠 정도로 높다. 주행하기 전 크기 때문에 운전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 운전해보니 생각보다 가뿐했다. 넓은 주행 시야와 넘치는 출력 덕분에 의외로 덩치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변속기는 10단 자동이다. 변속 충격이나 허둥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운전자가 신경 쓰지 않게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타호 복합연비는 6.4km/L다. 시승하면서 기록한 연비는 6.8km/L. 100km 좀 넘게 주행하면서 고속도로와 시내, 경사진 오프로드 심지어 3톤 정도의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나서 기록한 수치다. 타호에는 17개 모드로 엔진 실린더를 활성/비활성화하는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DFM)’이 적용됐다. 8개 실린더를 모두 비활성화할 수도 있다. 기존 4개만 가능하던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AFM)’보다 진보한 시스템이다.

타호는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이 기본 적용된다. 이 서스펜션은 자동 레벨링과 지상고 조절 기능을 갖췄다. 고속에서는 지상고를 20mm 낮춰주고 오프로드 모드에 따라 25~50mm까지 높인다. 적재 공간을 이용할 때 편리하도록 지상고를 50mm 낮추는 기능과 트레일러 견인이나 무거운 짐을 실었을 때 차량의 쏠림을 방지하도록 자동으로 수평을 맞춘다. 또 노면을 1/1000초 단위로 스캔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기능도 갖췄다. 상위 브랜드인 캐딜락에서 먼저 선보인 기능이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는 세단과 비교해 고속 안정성이 조금 떨어진다. 타호는 서스펜션 덕분에 롤링을 많이 줄였다. 덕분에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 조작을 크게 해도 쉽게 허둥대지 않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오프로드에서는 사륜구동 시스템과 함께 안정감을 보여준다. 쉐보레는 타호의 오프로드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시승에 스키 슬로프 코스를 넣었다. 시즌이 끝난 슬로프는 눈 대신 진창길로 변해 있었다. 주행모드를 오프로드로 바꾸고 20도 경사의 슬로프를 오르고 내렸다. 구동 방식은 오토로 맞췄다. 넉넉한 출력과 사륜구동, 에어 서스펜션 덕분에 굴곡이 심한 곳도 많이 출렁이지 않고 여유롭게 넘어갔다. 내리막길은 오를 때보다 길이 미끄러워 힐 디센트 컨트롤(제동장치를 자동으로 조절해 속도를 유지하는 기능)과 4륜 로우 기어로 내려왔다. 중간중간 뒤가 미끄러질 때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는 ‘접지력이 낮음’이라는 경고가 나타났다.

슬로프를 내려와서는 3톤 캠핑 트레일러를 견인했다. 타호 최대 견인력은 3402kg, 수직 하중은 340kg이다. 쉐보레는 아웃도어 활동이 많아지고 캠핑 트레일러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져 타호의 트레일링 기능을 높였다고 말했다. 트레일러와 원활한 히치 결합을 위한 히치뷰 카메라와 트레일러 어시스트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헤비듀티 엔진오일, 변속기 오일 쿨러 등을 갖췄다. 타호는 트레일러를 달아도 주행감이 달라지지 않았다. 동승했던 인스트럭터에 따르면 트레일러 견인 시 출력, 서스펜션 움직임 등 전반적인 자동차 움직임이 달라지는데 타호는 그 차이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행해보니 후방 시야가 가려지고 회전 반경을 좀 더 넓게 해야 하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다.   

타호는 하이컨트리 단일 트림으로 가격은 9253만 원(개소세 인하분 포함). 다크나이트 에디션은 9363만 원이다. 반도체 수급 문제로 현재는 주차보조 기능 미작동 옵션(-8만 원)을 선택해야만 차량을 출고할 수 있다. 추후 반도체 수급이 원활해지면 해당 기능을 무상 장착해준다.  

타호는 수입 프리미엄 초대형 SUV를 원하는 이에게 좋은 선택지다. 경쟁 모델이 1억 원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도 경쟁력 있다. 미국에는  V8 5.2L 가솔린과 V6 3.0L 디젤 엔진 등 총 세 가지 엔진을 선보인다. 한국GM은 국내에 더 이상 디젤 엔진을 선보이지 않는다. 

 

한 줄 평

장점: 시선을 사로잡는 크기와 넉넉한 출력 그리고 찐 미국 감성 SUV

단점: 고유가 시대에는 부담스러운 6.2L 가솔린 엔진, 차로 중앙유지 기능 미탑재

전우빈 에디터 wb.jeon@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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