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포니 기적을 만든다"..조르제토 주지아로 1문1답
"열정은 포니 기적을 만든다"..조르제토 주지아로 1문1답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2.11.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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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니 앞에 서있는 조르제토 주지아로, 루크 동커볼케, 이상엽(좌에서 우로)
푸니 앞에 서있는 조르제토 주지아로, 루크 동커볼케, 이상엽(좌에서 우로)

이탈리아의 전설적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50년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1973년 포니 프로젝트를 제안받아 현대차 울산 연구소를 방문한 이후 50년 만이다.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 회사로 유명한 '이탈디자인'의 공동 설립자다. 당시 포니 프로젝트를 이탈디자인이 맡았다. 포니와 포니 쿠페 디자인을 시작으로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1, 2세대 등 1900년대까지 다수의 현대차 초기 모델을 디자인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GFG 스타일’ 대표다.

현대차의 공식 초청으로 지난 21일 방한한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디자이너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1974년 포니가 양산됐던 울산 공장을 돌아보는 등 현대차와의 협업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 비전홀에서 주지아로와 현대차그룹 CCO(Chief Creative Officer)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디자인 토크 행사를 개최했다.

아래는 이 날 진행된 토크 행사에서 나온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1문1답이다.(※편집자주: 다소 난해한 대답이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를 수정했음)

조르제토 주지아로
조르제토 주지아로

문1. 1970년대 어떻게 현대자동차와 인연을 맺게 됐는가. 포니를 시작으로 이후 20여년 엑셀, 엑센트,쏘나타,스텔라 등을 디자인했는데.

답1. 정주영 현대자동차 창업자가 이탈리아 토리노에 방문했고 직후 1973년 한국의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달라고 초대했다. 당시 현대차는 독자 모델을 고민할 때다. 현대차 만을 위한 디자인을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소형차다.

당시 울산 현대자동차를 방문했다. 이미 큰 배를 건조하면서 조선업을 확대하고 있었다. 이후 포니 프로젝트를 맡아 50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현대차 독자 모델을 개발하게 됐다. 현대차 엔지니어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조립하기 쉽고 AS가 용이한 자동차를 설계했다. 8개월 만에 포니 개발 프로젝트를 끝냈다.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에 자동차 부품 조달 공급처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러한 측면이 유럽과 달랐다. 그럼에도 포니 프로젝트를 지속하기로 약속했고 1976년 포니가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됐다.

포니 쿠페 콘셉트(사진출처=이탈 디자인)

문2. ‘현대 스피드’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어떻게 보면 주지아로 디자이너가 시작이 아닌가 한다. 1973년 현대차와 만나고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주지아로 연구실에서 포니 컨셉트를 디자인했다. 1975년 시제작차가 나오고 1976년 양산했다. 현 동커볼케 디자인 총괄 부사장도 현대차에 처음 조인했을 때 6개월 후 프로토 타입을 만들었다고 한다.

답2. 자동차 프로젝트는 여러 방식이 있다. 1960년대 신차 디자인은 빠르게 진행했다. 현대차 기술자들의 열정이 대단했고 이런 열정이 현대 스피드를 만들어 냈다. 1973년 현대차와 처음 만났고, 1974년 11월 포니 프로토 타입을 전시할 정도로 속도가 빨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현대차 엔지니어들이 기적과 같은 일을 했다고 본다. 아울러 정주영 현대차 창업자는 천재라고 생각한다.

포니 쿠페 콘셉트(사진출처=이탈 디자인)
포니 쿠페 콘셉트(사진출처=이탈 디자인)

문3. 당시 현대차가 주지아로에게 포니 디자인을 의뢰한 것은 정확한 비전이 있어 가능했다고 본다. 당시 현대차 디자이너들에게 스타일링을 하지 말라고 했다. 엔지니어링 측면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주지아로가 디자인과 엔지니어를 결합한 첫 사람이 아닐까 한다. 디자이너는 결국 양산차를 잘 만들 수 있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모두 알아야 한다는 것 아닌가.

답3. 자동차 디자인은 당연히 엔지니어링 테크니션과 관계가 중요하다. 과거에 일을 할 때 직접 용접하는 일도 있었다.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이 결합하는 것은 당연하다. 창의성은 엔지니어링으로부터 나온다.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열정이 결합하면 ‘기적’이 나온다. 포니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디자이너는 테크니션이 돼야 하지만 과하면 안 된다. 두 가지를 

조화롭게 결합해야 한다. 그래야 조립도 쉽고 우수한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포니 쿠페 콘셉트
포니 쿠페 콘셉트

문4. 50년 만에 현대차를 다시 방문했는데 소감은.

답4. 3일간 보낸 시간이 꿈과 같다.  울산 공장에서 제네시스 조립라인도 시찰했고 600명의 현대차 디자이너와 만나는 시간도 있었다. 울산 1공장은 1973년 처음 가 봤던 부지 그대로였다. 포니가 생산된 공장이다. 그 때를 회상했더니 당시 공장 바닥에 콘크리트도 없던 맨땅이었다. 포니를 만들었던 공장에서 아이오닉5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건 기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50년이라는 세월은 현격한 기술의 차이를 보여준다. 여러 명의 작업자가 하던 일을 이제는 자동화를 통해 쉽게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973에는 이런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엔진을 사용한 것과 많이 다른 상황이다. 자동차 디자인 역시 진보한다. 자동차는 신비하게도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디자인뿐 아니라 구조적, 진보된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덧붙여서 아이오닉은 새로운 사용자, 새로운 시스템 변혁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심플하고 단순한 형태의 아이오닉5 디자인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문5. 주지아로는 자동차 업계에서 60년 이상 일하면서 엄청난 창의성을 발휘했다. 아울러 20년 넘게 현대차를 디자인해왔다. 하나하나가 모두 인상적이고 훌륭했다. 이러한 점을 울산에서 되짚어 봤는데, 스텔라가 현대차 첫 프리미엄 차라고 생각한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선조라고 생각한다. 이미 그 당시에 대중차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영역을 확장하려는 의지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포니는 대량 생산에 따른 대중차, 스텔라는 프리미엄 자동차 최초의 길을 만들었다. 제네시스의 모태가 스텔라부터 시작했다고 본다. 스쿠프, 엘란트라까지 세대를 거치는 디자인을 했다. 이런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답5.  현대차와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했던 것은 나에게도 행운이었다. 현대차가 당시 주지아로에게 미국에 수출할 범퍼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당시 일본에서 몇 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했다가 리콜을 한 적이 있었다. 현대차가 미국에 수출한다고 했을 때 엄청 놀랐다. 그래서 미국에 수출할 자동차의 범퍼 디자인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처음 6만~7만대, 총 18만대를 수출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포니 엑셀을 운전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아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도 있다. 현대차의 강점은 어려운 일을 성공시켰다는 것, 배를 건조했고, 철강을 직접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 디테일이 마술을 부리는 것처럼 대단한 성공이다. 이런 성공을 반추해보면 나는 단순한 연필 노동자에 불과하다. 

포니 쿠페 콘셉트(사진출처=이탈 디자인)
포니 쿠페 콘셉트(사진출처=이탈 디자인)

문6.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1974년 포니 쿠페 컨셉트카를 전시했다. 이후 양산 프로젝트까지 갈 수도 있었다. 스포츠 쿠페를 만드는 것은 그 당시 양산 과정이 무척 어려웠다. 비운의 영웅이라고 할까. 안타까운 점은 포니 쿠페 콘셉트카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모델카 유실을 아쉽게 생각했고 토리노에 가서 주지아로에게 포니 쿠페를 복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답6. 당시 포니와 포니 쿠페를 같이 디자인 했다. 엔지니어링 측면도 고려했다. 쿠페를 같이 내놓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다. 나는 다시 열정을 가지고 복원을 하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할 것이다. 보다 진보된 모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해결해야할 일이 많다. 새로운 기술을 위해 수 많은 서류를 봐야 한다.

현대차는 향후 50년을 고민하고 있다. 과거 50년의 시작이 포니였다면, 앞으로는 아이오닉5가 이어갈 것이다. 정신적인 아이디어는 포니 쿠페가 이어갈 것이다.

이상엽 총괄 디자이너 덧붙임 발언 : 현대차 존재에 가장 중요한 차인 포니 뿐 아니라 전세계 자동차 디자인에 영감을 준 ‘드로리안’, ‘로터스’를 디자인한 주지아로다. 현대차에는 포니가 있었기 때문에 아이오닉5, N비전 74까지 등장할 수 있었다. 이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고, 현재가 있기에 미래가 있다. 과거, 현재, 미래는 연결되어 있다.

포니 쿠페 콘셉트(사진출처=이탈 디자인)
포니 쿠페 콘셉트(사진출처=이탈 디자인)

다음은 사전에 받은 질문 내용에 대한 주지아로의 답변을 정리했다.

 

문1. 포니와 포니 쿠페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자동차를 디자인했는데, 본인만의 디자인 철학이 있는가.

답1. 어떠한 것을 디자인 할 때 단계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보고 배우고, 따라해야 한다. 우리가 배운 것에 나만의 형태를 부가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단계가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디자이너는 엔지니어, 건축가, 테크니션 등이 하는 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 그러면서 차별성 있는 다른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승인이 필요하다. 많은 규제가 있어 고려해야할 점이 너무 많다. 규정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일반적인 가구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포니 쿠페 콘셉트
포니 쿠페 콘셉트

문2. 젊은 세대에게 포니 쿠페는 굉장히 생소하다.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고 싶은 디자인 가치는 무엇인가.(동커볼게 디자이너에 대한 질문)

답2.  자동차 애호가라면 쿠페가 가장 감성적으로 다가 올 것이다. 양산차 프로젝트를 진행 할 때, 항상 높은 감성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다. 처음 아이코닉이던 포니 쿠페를 복원할 기회를 갖게 됐다. 포니 쿠페는 순수한 디자인이다. 현대차의 모든 DNA를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구현해 낸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쿠페는 모두가 운전하고 싶어하는 모델이다.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실현은 어렵지만 가슴에 품고 있다. 다시 한 번 포니 쿠페 74를 구현하는 것이 현대차의 미래를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본다. ‘빠르고 간결하게’ 이게 현대차의 미래다. 전통을 방문하는 여정, N비전의 모태, 기준이 되는 유산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포니 쿠페 콘셉트(사진출처=이탈 디자인)
포니 쿠페 콘셉트(사진출처=이탈 디자인)

문3. 최근 선보인 신형 그랜저에도 1세대 모델 디자인이 반영돼 있다. 앞으로 출시될 현대차 신차에도 이런 것이 담겨 있을까. (이상엽 디자이너에 대한 질문)

답3. 헤리티지는 중요하다.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포르쉐 911처럼 계승하는 디자인을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계승하는 디자인은 굉장히 어렵다. 계승하는 디자인은 한계를 극복해야 가능하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하나의 해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에 대한 향수를 터치했지만, 디테일은 소량 생산에 할 수 있는 것을 양산차에 접목하는 것이다. 계승하는 디자인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할 것이다. 아이오닉5를 계승하는 디자인도 이어질 것이다. 하나의 뿌리이기 때문에, 계승하는 디자인의 정점은 아이오닉5다.

훌륭한 디자인은 미래로 나아가는 훌륭한 긴장감이다. 유산을 물려받아 기술로 만드는 것은 자동차를 새로운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산이 아이오닉5와 같은 차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최고의 재료는 유산과 미래를 결합하는 것이다.

과거를 헤리티지로 포장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고객과 나눌 수 없으면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 고객의 니즈를 완벽히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더 가까이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이 돼야 한다.

문 4. 현대차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을 지 예상했는가. 지금 디자인한 예전 차를 보면서 더 개선해야 할 점을 느낀다면 어떤 점인지

답4. 대량 생산을 고려했을 때 당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어려움이 많았다. 포니라는 소형차로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유럽에서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현대차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각종 기자재를 수입해야 했다. 예를 들어 포니 양산차의 경우 전면부에 사각형 라이트를 넣을 것으로 처음 시도했다가 나중에 둥그런 헤드램프로 바꿨다. 작업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그 당시 현대차는 차량 제조 경험이 부족했고, 원하는 것을 공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헤드라이트를 둥글게 만든 것은 그 당시 작업의 용이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포니 쿠페 콘셉트(사진출처=이탈 디자인)
포니 쿠페 콘셉트(사진출처=이탈 디자인)

문5.  당시 포니 쿠페 디자인 방향성을 잡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국내 자동차 디자이너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답5. 나는 파랑색을 좋아한다. 자동차는 밝은 색을 좋아한다. 검은색은 형태를 잘 보여주지만 70년대 포니를 설계할 때는 단순함을 추구했다. 약간은 신비한 측면이 필요하다. 얼굴에 두 개의 눈, 입 코가 있지만 균형이 잡혀서 비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의 제품을 통해 전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을 보려면 화랑에 가야한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모빌리티다.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자동차다. 그러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 화랑에 있는 조각품이 아니다. 도로를 주행하는 디자인 제품을 본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산업 디자인의 측면에서 보면 별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자동차라는 것은 수 천, 수 만개의 부품을 만들어진다. 하나의 종합 예술이다.

우리가 자연을 그릴 때 비슷하게 그릴 수 있지만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즐거움과 만족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한다. 예술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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