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보다 비싼 중고차 닛산 ‘피가로’..인기 재점화
신차보다 비싼 중고차 닛산 ‘피가로’..인기 재점화
  • 조희정
  • 승인 2023.01.08 09:00
  • 조회수 6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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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가격 3천만원 넘어..닛산 파이크카 시리즈 중 최고 인기 모델

가끔 우리나라 도로에서 달리는 일본 경차를 목격하게 된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음에도 그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타는 이유는 주로 개성 있는 디자인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닛산의 명차로 꼽히는 '피가로'가 종종 눈길을 끈다.

국내에서 피가로는 상당한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 닛산 파이크카 시리즈 3탄 ‘피가로’

피가로는 1987년에 시작된 닛산 파이크카 시리즈 중의 하나다. 파이크(pike)는 ‘창’이나 ‘첨봉(매우 뾰족한 산봉우리)’이라고 하는 의미를 가지는 영어 단어이다. 창을 앞세워 세상의 움직임이나 사람들의 기호를 찾아다닌다는 것이 파이크카의 개념이다.

즉, 닛산 파이크카 시리즈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요즘 쉽게 마주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보기 드물었던 ‘장난기가 느껴지는 자동차’ 정도로 취급됐다. 기존 딱딱한 이미지를 깬 개성 있는 디자인을 한 자동차 만들기를 일본에서는 닛산이 최초로 시도한 것이다.

닛산 파이크카 시리즈 제3탄 ‘피가로’(1991년)
닛산 파이크카 시리즈 제3탄 ‘피가로’(1991년)
전장 3740mm, 전폭 1630mm, 전고 1365mm 콤팩트 2인승 쿠페
전장 3740mm, 전폭 1630mm, 전고 1365mm 콤팩트 2인승 쿠페

이 시리즈의 시작은 1987년 1세대 마치를 베이스로 한 'Be-1' 파이크카가 제1탄이다.

닛산 파이크카 시리즈 제1탄 ‘Be-1’(1987년)
닛산 파이크카 시리즈 제1탄 ‘Be-1’(1987년)

1989년에는 파이크카 제2탄 파오가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파이크카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모델인 2인승 쿠페 피카로가 파이크카 제3탄으로 세상에 나왔다.

닛산 파이크카 시리즈 제1탄 ‘파오’(1989년)
닛산 파이크카 시리즈 제2탄 ‘파오’(1989년)

피가로는 1991년부터 1992년 사이에 세 차례로 나뉘어 2만대가 추첨 판매됐다. 발매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중고차 시장에서 위세가 당당하다. 

 

■ 피가로의 인기와 중고차 시세

도쿄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파도라는 뜻의 프랑스어 ‘도쿄 누벨바그’라는 카피가 붙은 자동차, 지금 사야 할 핫한 중고차가 바로 닛산 피가로다.

일본에서는 작년부터 피가로의 중고차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인기가 재점화된 이유와 피가로의 중고차 시세에 대해 알아본다.

피가로는 1991년 2월부터 1992년에 걸쳐 총 2만대가 생산됐다. 1991년식의 가격은 187만엔(한화 약 1771만원)이었다.

대표적인 보디 컬러는 사계절을 이미지로 한, 에메랄드(봄), 페일 아쿠아 (여름), 토파즈 미스트(가을), 라피스 그레이(겨울)의 4가지 색이 있으며, 루프 탑 부분은 모두 화이트
보디 컬러는 사계절을 이미지로 한
에메랄드(봄), 페일 아쿠아 (여름), 토파즈 미스트(가을), 라피스 그레이(겨울)의 4가지 색
루프 탑 부분은 모두 화이트

콤팩트 카의 원조인 마치를 베이스로 한 피가로는 당초 8000대 만을 한정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구매자가 워낙 많아 판매 대수가 크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1991년 2월 14일에 한정판으로 2만대가 출시됐다.

같은 해 8월 말까지 3회에 나누어 추첨을 통해 판매되는 독특한 방식이 도입됐다.

콤팩트 2인승 쿠페 피가로 보디 사이즈는 전장 3740mm, 전폭 1630mm, 전고 1365mm이다. 공차 중량이 채 1톤도 안되는 경량 스포츠카를 표방했다. 리어 필러와 사이드 루프 레일은 고정되어 있지만 슬라이딩 소프트탑을 갖추고 있어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소프트탑의 개폐는 수동이다. 프런트 펜더와 에프런은 Be-1과 마찬가지로 플렉스 패널(Flex Panel) 수지 소재를 사용했고 보디 차체는 타카다 공업에서 위탁 생산됐다.

피가로는 2도어의 오픈카로 필러 부분을 남기고 천 재질의 루프 부분만이 개폐된다.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76마력, 최대 토크 10.8kgm의 1L 직렬 4기통 터보다. 여기에 3단 AT가 장착됐다.

소프트탑 개폐는 수동
소프트탑 개폐는 수동

신차 발매 당시부터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에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다. 그러던 것이 약 10년 전부터 인기가 재점화됐다.  파이크카 중고차 전문점이 생겨날 정도이니 그 인기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2000년도부터 지금까지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형사 드라마 ’아이보(한국 제목은 파트너)’ 주인공의 애차로서도 각광을 받은 피가로는 드라마에 나온 것과 같은 색상의 미니카가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일드 아이보 주인공 노형사의 애차로 등장한 피가로(위 사진)
인기를 짐작케 하는 미니카(아래 사진)

외관뿐만 아니라 계기판, 각종 스위치류, 문 손잡이까지 까다로운 인테리어 디자인을 철저하게 고집한 것도 인기의 비결일지도 모른다. 지금 봐도 감탄사가 나올 만큼 디자인이 훌륭하다.

레트로와 모던함이 만난 피가로 디자인은 일본보다 유럽에서 더 인기가 높았다. 영국의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에릭 클랩튼을 비롯한 해외 셀럽도 구매했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피가로는 영국에서 인기가 매우 높았다. 많은 중고 피가로가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향했다. 구체적인 대수는 3000대로 일본 국내보다 영국에 더 많은 피가로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피가로는 영어권에서는 Figs로 불리며 2014년에는 네덜란드에서, 2015년에는 스코틀랜드, 2016년에는 벨기에에서 피가로 랠리가 개최됐다.영국에서는 런던 외 각지에서 25주년 이벤트가 개최되는 등 유럽 각지에서 이벤트가 개최되고 있다.

영국에서 피가로의 중고차 가격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약 470만원부터 3000만원이 넘어가는 것도 있다.

세계적인 경매 회사 소더비즈 RM 경매에서 1991년식의 주행 9134km의 피가로에 무려 5만1750달러(한화 약 6556만원)라는 가격이 붙기도 했다.

 

조희정 에디터 hj.ch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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