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세단과 SUV 절묘한 교집합..가장 볼보다운 V60CC
[시승기]세단과 SUV 절묘한 교집합..가장 볼보다운 V60CC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3.01.14 09:00
  • 조회수 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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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4년 내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제일 잘 나가는 브랜드는 단연 '볼보'다. 2019년 처음으로 연간 판매 1만대를 돌파한 이후 승승장구다. 코로나 여파 및 반도체 대란이 겹친 가운데도 매년 20% 이상 성장하면서 프리미엄 수입차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V60CC(크로스컨트리) 같은 인기 차종은 무려 2년을 기다려야 한다. 고금리 여파로 계약이 취소된 것이 있더라도 볼보 상당수 모델은 18개월 대기가 보통이다.

 

볼보의 출생지 스웨덴은 혹독한 겨울로 유명하다. 국토 대부분이 숲과 호수다. 이런 지리적인 이유로 볼보는 실용적일 뿐 아니라 악천후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DNA를 갈고 닦아왔다. 실용적인 디자인과 차체 설계와 안전 장비에 이런 노하우가 그대로 묻어 난다.

장거리 여행에 쓸모가 있는 루프 박스..긴 짐을 싣기 좋다

볼보 전체 모델 가운데서도 크로스컨트리는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낸 모델이다. 세단과 SUV의 장점만 살려 절묘한 교집합으로 만들어 냈다. 가격대도 럭셔리 수입차 치고는 합리적이라 할 수 있는 5000만원대에 시작한다.

 

이런 이유에서 신년 첫 시승으로 볼보 최고 인기 차종인 V60CC를 골랐다. 시승차는 최고 트림 얼티메이트로 6160만원다. 장거리 여행에 걸맞게 볼보 순정 루프박스가 달려 있다. 

 

서울서 출발해 여주- 강원도 일대까지 1박2일 동안 500km를 주행하면서 어떤 매력이 있는지 직접 체험해봤다. 시승 도중에 눈까지 내린데다 고속도로, 국도 등 다양한 도로 환경을 경험할 수 있었다.

왜건 보다는 소형 SUV 느낌이 나는 후면

먼저 V60CC는 중형 세단 S60과 똑같은 차체와 인테리어를 공용한다. S60뿐 아니라 대형 세단 S90, 대형 SUV XC90과 마찬가지로 볼보의 SPA 모듈형 플랫폼을 쓴다.

 

다른 점은 S60이 전륜구동 뿐이고 세단이라는 것. V60CC는 세단에 비해 50mm 정도 차고가 높고 2박스(트렁크 공간과 탑승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구조) 왜건 스타일에 사륜구동을 갖췄다. 어찌 보면 왜건의 명가 볼보가 가장 잘 만든 차종이 V60CC일 것이다.

 

우선 외관은 화려한 장식이 없이 심플하다. 직선 위주의 단정한 디자인은 번쩍이는 크롬 장식이 없어도 당당함과 기품이 느껴진다.

전면부는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T’자 모양 주간 주행등, 볼보의 상징인 아이언 마크, 말끔하게 정돈된 심플한 긴 직선이 시원함을 더해준다. 전륜구동 기반임에도 극단적으로 짧은 앞 오버행이 스포티함을 더한다. 이는 볼보 SPA 플랫폼 덕분이다. 처음부터 후륜구동 비율에 맞춰 설계했다.

 

측면은 전형적인 왜건이다. 두터운 D필러와 쪽창이 단박에 왜건 임을 알게 해준다. 5스포크 19인치 휠은 세련됨을 더할 뿐만 아니라 편평비(235/45R)가 높아 주행 안정감도 높인다.

트렁크는 직사각형 형태라 활용도가 높다..왜건의 특징

후면은 이 차의 매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각진 깍두기 같은 왜건과는 거리가 멀다. 리어 램프 디자인도 볼보 SUV 라인업인 XC60과 동일해 SUV 느낌이 난다. 왜건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소비자들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다.

 

실내에 들어서면 화사한 베이지 톤 내장이 돋보인다. 볼보 특유의 기분 좋은 가죽 냄새가 다가온다. 인테리어는 볼보 라인업 대형 S90, XC90부터 소형 XC40까지 크기만 다를 뿐 각종 버튼 배치는 물론 시동 버튼과 기어 레버도 동일하다. 인테리어는 크기가 다른 독일 소시지라고 할 수 있다.

트렁크 가운데를 나눠서 쓸 수 있게 했다

볼보 특유의 얇지만 구석까지 몸을 받쳐주는 편안한 시트는 나파가죽으로 치장했다. 운전석,조수석은 헤드레스트 일체형이다. 3단계로 조절되는 통풍시트와 마사지 기능까지 달려있다.

 

스티어링휠은 볼보 전형을 보여준다. 적당히 두터워 손에 감기는 그립감이 좋다. 열선도 기본이다. 디자인은 실용성을 앞세우다 보니 투박하다. 뒤에 패들시프트가 없는 점은 아쉽다.

고급스런 나파 베이지 가죽 시트..1열은 헤드레스트 일체형이다

실내 장비 중 백미는 천연나무를 가공해 만든 우드 트림이다. 볼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을 자아낸다. 오디오는 환상적이다. 얼티메이트 트림에만 달린 바워스&윌킨스 오디오는 총 19개의 스피커로 구성돼 주행 시간을 즐겁게 해준다.

 

가장 큰 단점은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세로형 9인치 디스플레이다. 요즘 프리미엄 차량에서는 보기 힘든 작은 크기다. 다행히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세로로 지원한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은 꼭 필요한 정보를 정돈해 전달한다. 단지 디자인 구성은 다소 올드한 느낌이다. 스티어링휠에 패들 시프트가 없는 건 아쉽다.

 

무난한 5스포크 19인치 휠

실내공간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 휠베이스가 2870mm로 구형 현대 그랜저보다 길지만 넓게 느껴지지 않는다. 안전과 내구성에 신경을 쓰면서 공간 패키지는 투박한 편이다. 

 

2열 시트는 성인 2명이 편안하게 탑승이 가능하다. 열선 기능도 달려있다. 사륜구동이라 2열 센터터널이 우뚝 솟아 있어 3명 탑승은 힘들다. 상대적으로 헤드룸은 넉넉해 쾌적하다.

상위 차종의 구성은 뒷좌석에도 이어졌다. 3단계로 조절 가능한 열선시트와 이 급에서는 호화사양인 4존 독립식 에어컨도 지원한다. 플래그쉽 차량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B필러 송풍구도 있다.

 

트렁크 공간은 직사각형 형태라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크기는 기본 529L의 공간에서 2열시트를 폴딩하면 최대 1441L까지 확장된다. 참고로 세단 S60 트렁크는 442L다. 손에 짐을 들고도 트렁크 밑에 발을 넣고 흔들면 열리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도 적용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깔끔한 운전석 대시보드

단단한 하체가 느껴지는 주행질감

기어 레버 뒤편에 자리한 시동버튼을 시계방향으로 돌려 시동을 걸었다. 끌 때도 같은 방향으로 돌리는게 다소 어색하다. 반대 방향으로 돌렸으면 어땠을까 한다.

 

파워트레인은 2.0L 가솔린 터보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로 정지상태에서 6.8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끌어 올린다.

 

시동과 함께 볼보 특유의 4기통 터보 엔진음이 유입된다. 스티어링휠에도 살짝 진동이 전해진다. 가속페달을 꾹 밟았다. 약간의 터보랙이 발생해 머뭇거림이 느껴진다. 이후 폭발적인 가속력이 전달된다.

2.0 터보 엔진이 보닛을 가득 채웠다

넉넉한 토크가 차를 밀어붙인다. 공차중량은 1850kg로 다소 무겁지만 몸놀림은 날렵하다. 출력 부족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깔끔하다. 단단한 하체를 제대로 잡아주는 서스펜션과 4륜구동이 더해진 결과다. 서스펜션이 탄탄해 코너링은 매끈하다. 예전 굼뜬 볼보의 몸놀림은 찾아보기 어렵다. 풍절음과 고속에서 진동을 잘 억제한다.  

 

8단 자동 변속기는 빠른 변속의 경쾌함 보다는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주행모드를 ‘다이나믹’으로 설정해도 마찬가지다. 스포티한 빠른 변속과는 거리가 멀다. 일상에서의 여유로움, 장거리 주행의 편안함이 먼저다. BMW 특유의 칼 같은 변속과 핸들링을 기대한다면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달았지만 개입은 거의 느끼기 어렵다. 출력을 다소 보조하는 정도다. 차량 정차시에 시동이 꺼지고 출발 때 부드러운 시동과 가속을 보조해주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연비 절감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고속도로에 진입해서는 반자율주행인 ‘파일럿 어시스트’로 대부분 운전을 했다. 해가 갈수록 그 완성도가 높아진다. 앞차와의 간격 조절은 물론 중앙 차로 유지도 매끄럽다. 사실상 고속도로에서는 운전자 개입 없이 90% 운전이 가능할 정도다.

바워스&윌킨스 오디오
전기 면도기 느낌이 나는 대시보드 중앙 바워스&윌킨스 오디오 

 

안전 사양은 볼보답게 최고 수준이다. 긴급제동시스템이 포함된 시티 세이프티와 충돌회피 시스템, 도로 이탈 완화 기능,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 조향 지원 적용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이 전 모델에 기본이다.

 

전체적인 주행 질감은 부드러움과 스포티한 주행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을 이뤄냈다. 다만 노면의 느낌을 완벽히 걸러내지는 못한다. 진동에 예민한 승객이라면 다소 거북할 수도 있겠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출력을 잡았지만 연비는 사실상 버렸다. 사륜구동이라고 해도 차체가 무겁다보니 공인 복합 연비는 9.9km/L에 그친다. 휘발유도 고급을 먹여줘야 연비와 출력이 제대로 나온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하면 12km/L가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470km를 주행한 결과 9.7km/L이 나왔다.

볼보 V60CC 루프박스

3,4년 전만 해도 볼보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하느냐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2023년 지금 시점에서 상품성을 놓고 봤을 때 니어 프리미엄 단계를 벗어나 프리미엄 영역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거리가 먼 부족한 서비스 센터와 부품 물류 부족이다.

 

볼보 V60CC는 준중형 체급의 적당한 크기에 세단과 SUV의 장점만 제대로 추려냈다. 차고가 높아 코너에서 다소 불안한 SUV 대신 세단 특유의 핸들링과 편안한 승차감을 즐긴다면 최적의 대안이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보니 계약이 빗발칠 수 밖에 없다. 최소 18개월 이상 기다려야 인도가 가능한 이유다.

 

한 줄 평

장점: 깍두기 왜건 같지 않는 세련미 넘치는 디자인과 장거리 주행의 편안함

 

단점: 빠릿하지 않은 변속기는 이해가 가지만 9인치 디스플레이는 이제 좀 바꿔줘

 

김태진 편집장 tj.kim@carguy.kr

 

 

더 뉴 볼보 크로스컨트리(V60) B5 AWD 얼티메이트

엔진

직렬 4기통 터보차처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

변속기

8단 자동 기어트로닉

전장

4785mm

전폭

1850mm

전고

1490mm

축거

2875mm

최대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

복합연비

9.9km/L(도심 8.7/고속도로 12.1)

시승차 가격

61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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