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SUV 일색인 신차..소비자 취향일까, 제조사 의도일까
[컬럼] SUV 일색인 신차..소비자 취향일까, 제조사 의도일까
  • 김태현
  • 승인 2023.05.06 14:00
  • 조회수 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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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신차나 도로의 풍경을 보면 2000년대 초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한국 시장만을 보더라도 과거에는 세단이 주류였다. 신차 판매의 70% 이상이 아반떼-쏘나타-그랜저로 이어지는 세단 3형제가 시장을 주름잡았다. 현재는 상당히 다르다. 3월 신차 판매량 TOP10을 보면 SUV, RV 일색이다.

 

최근 현대차그룹 CCO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해외 매체와 인터뷰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는 쿠페와 컨버터블을 추가할 것이고 현재 SUV가 주류로 자리했지만 세단을 등한시 한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차량의 기본 유형을 무시하는 것은 실수다. 나는 전통적인 것부터 스포티한 것까지 SUV를 좋아하지만 거리를 SUV로만 채우고 싶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출시 이후 판매량 순위에서 내려오지않고 꾸준히 인기를 얻는 기아 셀토스

SUV가 다양한 형태와 파생 차종까지 가지를 치면서 소비자의 선택폭이 늘어났다. 오프로드 주행과는 거리가 먼 도심형 SUV 등장으로 생애 첫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까지 SUV 구입을 할 정도다. 기존 세단 고객이 SUV로 넘어가는 건 다반사다.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세단보다 SUV 종류가 많아진 경우부터 아예 SUV 전문 회사로 탈바꿈한 경우도 있다. 현재 신차 시장은 전동화와 더불어 자동차의 형태가 3박스(엔진룸+실내+트렁크)에 세단에서 2박스 SUV, RV로 바뀌는 과도기적 시기라고 볼 수 있겠다.

 

패밀리카로 많이 사용됐던 준중형, 중형 세단의 수요가 SUV로 이동한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차급이 한 단계 내려가더라도 같은 돈이면 SUV를 고르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벤츠 CLS 1세대, 쿠페형 세단의 원조이다.

SUV 유행 원인 중에는 고전적인 세단의 형태가 변한 것도 한 몫 한다. 2004년 1세대 ‘벤츠 CLS’가 출시되면서 쿠페형 세단의 개념이 탄생했다. 3박스 형태의 노치백 세단이 마치 쿠페처럼 지붕을 낮추고 매끈하게 트렁크 리드를 이어가는 게 유행했다. 공기 역학적으로도 유리하지만 지루하다는 인상이 강한 세단의 이미지를 스포티하게 바꾸면서 더 다양한 계층에게 다가가려는 전략이었다.

NF 쏘나타와 DN8 쏘나타
닛산 맥시마
혼다 어코드

현대 쏘나타만 봐도 세대를 거듭할수록 보편적인 세단보다는 패스트 백에 가까운 형태로 변화했다. 이러한 유행은 혼다 어코드, 닛산 맥시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족용 차량으로 선택받던 세단들이 낮아진 루프로 인해 2열 거주성이 점점 나빠진 셈이다.

링컨은 세단에서 SUV로 주류를 바꾼 대표적 브랜드이다.

SUV는 동급 세단 대비 높고 큰 덩치로 자연스레 제작 단가가 올라간다. 거기에 무게까지 늘어나니 파워트레인도 통상적으로 배기량이 더 큰 고출력 엔진을 장착한다. 그렇다보니 세단 대비 가격이 몇 백만원 이상 비싼걸 당연하게 여긴다.

 

제조사는 비싼 모델을 팔수록 마진율이 올라간다. 간단하게 말해서 세단보다 SUV 수익성이 더 좋다는 의미다. 일례로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라인업과 SUV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자 2년 만에 순이익이 3%포인트 증가하는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세단 위주에서 SUV 중심으로 체질을 바꾼 브랜드는 포드, 링컨 등이 대표적이다.

EV6는 분류상 CUV지만 패스트백 실루엣과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포드 머스탱 마하-E는 억지로 SUV를 연관시키는 의도가 다분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기존 모델을 전동화하거나 풀체인지 하면서 SUV로 형태를 바꾸는 경우도 보인다. 기존의 세단을 대체하는 모델로 투입되는데 기존 이미지와 헤리티지를 이어 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기아 'EV6 GT'를 론칭하며 기존의 고성능 세단인 '스팅어'를 잇는 후속임을 알리는 광고가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다만 '포드 머스탱 마하-E'는 오히려 머스탱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해쳤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박스 형태에 가까운 벤츠 EQS

또 다른 이유는 전기차가 새로운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등장한 점이다. 전기차 차체는 배터리를 차체 밑바닥에 까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 대세다. 가장 무겁고 부피가 큰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넓게 깔아 낮은 무게 중심과 넓은 공간 활용성을 확보한다. 배터리 크기 탓에 자연스레 휠베이스가 늘어나고 오버행이 짧아져 외관 디자인이 점점 1박스에 가까운 형태로 변화한다.

 

폴스타2는 배터리의 구조를 T본 구조로 다르게 가져갔음에도 껑충한 외관을 숨기지 못했다.
제네시스 G80 일렉트리파이드는 두꺼운 배터리탓에 바닥면이 올라오면서 거주성이 감소했다.

전기차 설계 특성상 배터리 크기 탓에 SUV와 CUV 형태가 최적으로 꼽힌다. 전기차 시장에서 고전적인 3박스형 세단을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제네시스 G80 일렉트리파이드가 세단 형태로 나오지만 배터리를 장착하다 보니 보니 바닥면이 높아져 2열 시트 높이가 어색하리만치 높아진 문제점이 따라왔다.

포르쉐 타이칸의 배터리 

비슷한 예시로 포르쉐 타이칸은 낮은 차체에 거주성까지 확보하려다 보니 2열 바닥면의 배터리를 빼버리는 초강수를 뒀다.그러다보니 주행거리가 대폭 짧아졌다. 과거처럼 전고가 낮은 세단형이 주류가 되기 어려운 이유다. 
 

세단의 경쟁력이 감소하고 SUV는 점점 가짓수를 늘린다. 소비자는 다양한 SUV에 환호하고 제조사는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누린다. 소비자는 원하는 차를 구매하고 제조사는 수익성이 좋아지니 윈-윈(Win-win)인 셈이다.

 

자동차 시장은 지금 어느 때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기술도 놀랍도록 발전한다. 현재 SUV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질지 새로운 디자인이나 기술의 변화로 전혀 다른 장르가 주류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합리적인 소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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