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최초 대형 전기 SUV인 기아 EV9이 7천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이 차는 8영업일 만에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자동차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AIMM(Auto Initial Market Monitoring)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아 EV9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10주 연속(5월 4주차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조사가 시작된 이례로 아이오닉6, 그랜저에 이어 역대 3위다. 7671만~8781만원에 해당하는 고가의 모델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카가이 취재팀이 EV9 인기 이유를 4가지로 분석해봤다.
#동급 경쟁 모델의 부재
EV9에 소비자의 관심이 쏠리는 가장 큰 이유는 ‘동급 경쟁 모델의 부재’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 포진한 대형 전기 SUV는 테슬라 모델 X, BMW IX,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다. 전부 수입차다. 시작 가격은 각각 1억 3949만원, 1억 2260만원, 1억 5270만원이다. 수입 대형 전기 SUV를 구입하려면 우선 가격대가 1억원이 넘어야한다.
반면 EV9 시작가격은 7671만원이다. 풀옵션을 적용해도 1억 213만원이다. 수입 대형 전기 SUV의 약 60% 가격에 대형 전기 SUV를 소유할 수 있다. 동급에서 가격대가 겹치는 경쟁 모델이 없다.
#단종 수순 밟는 모하비
기아는 자사의 플래그쉽 SUV, 모하비 더 마스터를 2019년 9월 출시해 현재까지 판매하고 있다. 2019년 발표한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모하비 더 마스터의 주요 소비층은 40~50대로 전체의 62%에 해당했다.
두터운 마니아층으로 유명한 모하비는 후속 없이 올해 연말 단종수순을 밟게 된다. 기아가 3.0L V6 디젤엔진에 대한 새로운 배출가스 규제(유로7)에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기아 플래그쉽 SUV 자리는 EV9이 대신한다. EV9 사전계약 고객 가운데 40%가 40대다. 향후 새로운 대형 SUV 구입을 고려하는 모하비 마니아층이 EV9에 관심을 갖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지비 절감 효과
EV9 관심이 높아진 이유로 전기차 이점도 한 몫 했다. 엔진 배기량에 따라 자동차세가 부과되는 내연기관차와 다르게 전기차는 차량 크기, 가격에 상관없이 비영업용 기준 매년 13만원의 자동차세를 부과한다. 대형 전기 SUV인 EV9도 자동차세는 13만원이다.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국산 대형 SUV는 비교적 배기량이 큰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3.0L 디젤 엔진을 탑재한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의 자동차세는 76만 9340원, 2.2L 디젤 엔진, 3.8L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현대 팰리세이드는 각각 57만 1740원, 98만 2280원이다.
여기에 내연기관차는 고장이 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수리유지비가 든다. 오일류, 소모품 교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화석연료비용까지 고려하면 비용부담은 더 커진다. 소모품 교환이 거의 필요없는 대형 전기 SUV인 EV9에 눈이 가는 또다른 이유다.
#절묘한 가격대
EV9 가격대도 절묘하다. 최근 딜로이트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40%가 EV9 구매를 고려할 수 있다.
딜로이트는 ‘2022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를 통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482명의 소비자에게 “다음번 차량 구매를 위해 얼마를 지불할 의사가 있습니까?(가능한 할인 혹은 인센티브 적용 후)”라고 물었다. 25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이 44%로 1위, 5000만원 이상 7500만원 미만이 26%로 2위, 7500만원이상 1억원 미만이 14%로 3위를 차지했다.
보조금 혜택을 받았을 때, EV9은 저렴하게는 6000만~7000만원대, 옵션을 추가하더라도 8000만~9000만원대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2위(26%), 3위(14%)에 해당한다. 약 40%의 소비자가 EV9을 장바구니에 넣을 가능성이 높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