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잘 생기면 다야?..신차효과 사라진 쏘나타 디엣지
[시승기] 잘 생기면 다야?..신차효과 사라진 쏘나타 디엣지
  • 김태현
  • 승인 2023.09.05 08:30
  • 조회수 87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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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같은소리, 아직 팔팔한데 말이야"

 

어딘가 모르게 안타까운 마음이다. 마치 한때 잘나가던 집안어른이 속으로는 은퇴를 고민하는듯한 모습이다. 그처럼 쏘나타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차종이었는데 말이다.

 

1985년 스텔라의 고급형 트림으로 출시되어 38년 동안 판매되면서 누구든 한번은 타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 모두가 기억하는 차 쏘나타의 이야기다.



약 2년 전 집안에서 운용하던 NF 쏘나타를 떠나보냈다. 19만 km를 넘겼지만 잘 달려주었고 넉넉한 공간, 저렴한 유지 보수 비용에 떠나보내기 아쉬운 차로 기억한다. 그런 기억을 안고 디엣지로 넘어오니 달라진 점이 크게 느껴진다. 전형적인 3박스 스타일의 디자인에 어느 풍경에서도 잘 녹아들만한 평범한 디자인을 택했던 과거와 달리 미래적이고 날렵한 디자인을 택했다.

 

기존 8세대 쏘나타는 디자인적인 호불호가 심히 갈리면서 중산층을 대표하던 차에서 멀어져 갔다. 더구나 ‘쏘나타’라는 모델명은 택시 또는 렌터카와 같은 플릿 이미지가 점점 굳어지며 이미지가 나빠졌고 거의 비슷한 가격대에 SUV들이 매력적인 상품성을 주무기로 젊은 층을 끌어들였다.전통적인 중형차의 주요 구매층이던 30, 40대는 한 등급 위인 그랜저로 넘어갔다.

현대의 새로운 패밀리룩인 심리스 호라이즌을 가장 잘 접목한 디자인이라고 생각이 든다. 풀 모델 체인지 모델들이 오히려 어색해 보이는 건 왜일까? 그저 로보캅 같다는 인상이 짙게 남던 다른 모델과는 달리 스포티한 프로포션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적인 호불호가 심히 갈리고 대체적으로 불호에 가까웠던 기존 8세대 모델에 비해서 이번 디엣지는 호 쪽으로 기우는듯하다. 사람마다 취향이 많이 갈리는 부분이겠지만 화려하고 사이버펑크스러운 디자인이 유행인 지금 시점에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눈으로 인식되는 심리스 호라이즌 DRL 아래에는 넓은 그릴이 자리하고 있고, 넓어진 그릴 좌우에 헤드램프가 존재감을 최대한 숨긴채 자리하고 있다. 헤드램프는 두 개의 프로젝션이 장착되어 있고 기존 모델과 달리 헤드 램프를 모두 LED로 통일했다. 기존에는 중상위 트림까지 프로젝션과 LED를 혼용했다.

페이스리프트다 보니 측면의 변화는 크지 않다. 기존에도 호평이 많았던 사이드 프로포션은 유려하고 매끈하다. 사이드리피터가 사이드미러에서 휀더 쪽으로 이동하면서 조금 더 스포티한 감성을 살린 것이 차별점이다.

디자인적인 호불호가 가장 크게 갈리던 테일램프는 대대적인 그래픽 변화를 맞았다. 자세히 보면 금형 자체가 변하지 않았지만 아반떼와 유사한 H 그래픽이 적용되었고 테두리를 검은색으로 둘러 하나의 패널로 인식되게 했다.

기존에 중앙으로 얇게 치켜올라가던 테일램프는 수평적인 형태로 변화해 납작하고 안정적인 인상으로 변화했다.

오너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보게 되는 실내 또한 큰 폭으로 변화했다. 실내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 2개를 하나로 이어 커브드 형태로 만든 것이 눈길을 끈다. 운전석으로 살짝 휘어 있어 운전 도중 터치하기에 편하다.

UI은 그랜저에 먼저 적용한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최근 현대가 대대적으로 변경하고 있는 ccNc 플랫폼을 사용한 것이다. 대체적으로 디자인은 단조로운 편이지만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색상을 바꿀 수 있다. 그랜저나 싼타페같이 최대 6천만 원에 근접하는 비교적 고가모델에서는 아쉬움으로 느껴졌던 부분이지만 쏘나타급에서는 심플한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큰 변화는 변속레버의 위치다. 기존 버튼식에서 그랜저와 마찬가지로 스티어링 칼럼에 레버를 달았다. 조작성이 직관적인데다 센터 콘솔 공간 활용도가 넓어졌다.

공조기 조작부도 새롭다. 기존 물리 버튼 이었던 것에서 터치타입 디스플레이로 바꿨다. 깔끔한 폰트와 아이콘을 적용한데다 반사가 적은 논글레어 타입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해 세련된 인상을 풍긴다.

시승차는 1.6L 터보 엔진을 장착한 최상위 인스퍼레이션 트림이다. 1.6L 터보 엔진은 현대차의 다운사이징을 대표하는 파워 트레인이다. 8단 자동변속기와 매칭되며 180마력에 27kg.m의 토크를 낸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생각 이상으로 조용한 엔진음이 살짝 들려온다. 이제 더 이상 터보 엔진이 시끄럽다는 말은 옛말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급가속에서는 다소 머뭇거리지만 부드러운 가속을 보여준다. 아반떼 부분변경의 사례와 비슷하게 대체적으로 이전 모델 대비 가속감보다는 효율에 초점을 맞춘 세팅으로 변경되었다고 느껴진다.



실제로 고속 평균 연비는 14~16km/L 수준에 시내만 주행 시에는 8~9km/L로 터보 엔진이지만 연비가 낮다는 속설은 어느 정도 타파한 셈이다. 출력은 높지만 기존의 2.0L 자연흡기 사양과 대동소이하다.

4.9m가 넘는 긴 차체를 가지고 있지만 덩치에 비해 운동성능은 제법이다. 3세대 플랫폼의 저중심 설계가 잘 드러나는 부분인데, 약간의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지만 꼬리가 기분 좋게 따라오며 악셀의 개도량으로 차량의 거동을 컨트롤하는 재미가 있다.



고속 주행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NVH와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뽐낸다. 흡사 독일산 GT를 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최근 시승했던 폭스바겐 아테온과 유사한 주행감각이다.

넓은 실내공간과 상품성으로 부담없는 패밀리카의 자리는 소형 SUV가 어느정도 꽤 찼다. 프리미엄에 준하는 고급감과 좋은 승차감은 그랜저가 가져갔다. 그런 만큼 쏘나타의 위치가 불안해진 것은 사실이다. 시승하는 동안 차가 나쁘다거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든지는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뛰어난 완성도와 성능에 놀랐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이차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단순히 디자인 하나만이라는 사실에 고개가 갸웃거려질 뿐이다.

 

패밀리카, 택시, 회사 차, 렌터카…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인생의 순간을 함께하던 쏘나타가 도로에서 서서히 사라져가는 느낌은 마치 노년을 맞이하는 부모님의 작아진 등을 보는듯한 아쉬움과 먹먹함이 남는다.

 

 

한 줄 평

 

장점 : 세련된 사이버펑크 디자인, 안정적인 주행감각

 

단점 : 반박자 느린 트랜스미션 반응속도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현대 쏘나타 디엣지 인스퍼레이션

 

 

엔진 : I4 가솔린 터보, 180마력, 27kg.m

 

변속기 : 자동 8단

 

전장 : 4910mm 전고 : 1445mm

 

전폭 : 1860mm 축거 : 2840mm

 

가격 : 389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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