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소박한 그릇에 담긴 럭셔리..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시승기] 소박한 그릇에 담긴 럭셔리..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 서동민
  • 승인 2023.08.30 08:30
  • 조회수 7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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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대 토요타 크라운 (S150)

 

각 나라별로 한시대를 풍미한 플래그십 세단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랜저가 대표다. 요즘 그랜저를 대체할 수많은 럭셔리 세단이 존재하지만 그랜저 명성은 여전하다. 일본에도 이런 차가 있다. 토요타 크라운이다. 크라운은 1955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약 68년이라는 역사를 지닌 모델이다. 우리나라에선 그랜저가, 일본에선 크라운이 성공의 상징이다.

 

15세대까지 후륜구동 준대형 세단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특히 수출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수 전용으로 개발해왔다. 내수 전용 모델인 만큼 일본 외의 국가에서 이 차를 만나보기란 쉽지 않았다. 

 

16세대부터 크라운은 하나의 브랜드로 진화했다

 

지난해 나온 16세대부터는 신차부터 글로벌 전략까지 혁신을 거듭했다. 16세대 크라운은 럭셔리 세단 이름이 아니라 브랜드로 승격했다. 크라운이라는 뿌리에서 세단, 크로스오버, SUV, 왜건으로 줄기가 뻗어나간다. 이는 크라운이라는 차명이 주는 명성을 다양한 차종에 적용하겠다는 토요타의 의지가 담겨있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크라운 크로스오버는 지난 6월 한국 시장에 공식 런칭했다. 차급을 놓고 보면 전장 4980mm, 전폭 1840mm, 전고 1540mm, 축거 2850mm다. 국산차로 치면 그랜저와 쏘나타 사이의 체급이다. 토요타 캠리보다 1000만원 정도 비싸게 가격을 책정해 캠리와 렉서스 ES 사이의 간극을 메웠다.사실상 단종된 아발론을 대체한다.

 

크라운 크로스오버를 처음 마주하면 제원보다 몸집이 커보인다. 세단과 SUV를 크로스오버한 만큼 전고가 높아져서 그렇다. 일반적으로 크로스오버 차종은 전통 세단의 3박스 구조를 버리고 SUV 후면 해치백 구조를 채택했다. 크라운 크로스오버는 그 반대다. 여전히 세단의 3박스 구조는 그대로지만 차고가 높아졌다. 흔히 보기 힘든 스타일이라 더 눈길이 간다.

 

 

먼저 차고가 높지만 뒤뚱거릴 것 같은 불안한 인상을 주진 않는다. 수평적인 디자인을 대거 채택한 덕이다. 전면에는 얇은 수평형 LED 램프를 달았다. 주간주행등(DRL)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로지른다. 후면에도 수평형 테일램프가 자리한다. 일자로 선을 쭉 긋고 끝냈다. 독특하게 제동등은 하단 클리어 램프에서 점등된다. 이외의 장식 요소는 더하지 않아 깔끔하다. 

 

크라운의 상징, 왕관 엠블럼

 

차량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중후함보단 젊은 감각에 초점을 맞췄다. 크롬 소재를 대폭 줄이고 블랙 하이글로시 소재를 잔뜩 써 그런 분위기를 낸다. 성공의 상징이라 중후한 멋을 기대했다면 약간 실망할 수 있겠다. 실망감을 느꼈다면 자동차의 엠블럼을 보자. 크라운의 상징과도 같은 왕관 엠블럼이다. 68년 역사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측면은 안정감이 더해진다. 전고 1540mm라는 수치가 쉽사리 다가오지 않는다. 21인치의 거대한 휠을 장착한 덕이다. 휠하우스를 가득 채워 안정적인 프로포션을 만든다. 

 


실내로 들어오면 깔끔하게 구색을 갖췄다. 각각 크기가 12.3인치인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요즘 차답다. 손이 자주 가는 공조장치 및 열선·통풍 시트는 물리 버튼으로 마련해 직관적이다.

 

소재도 나쁜 부분이 없지만 평범한 수준이다. 토요타 플래그십이라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와우'라는 탄성을 뱉을 부분을 찾기 힘들다. 스티어링 휠에 붙은 왕관 엠블럼을 가려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공조장치는 물리 버튼으로 작동한다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아틀란 내비게이션을 내장했다. 렉서스에서는 어울리지 않던 컬러와 인터페이스 배치가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아틀란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 내비게이션상의 경로를 계기판에서도 볼 수 있어 편리하다.

 

아틀란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마음에 안들어 할 소비자를 위한 대안도 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다. 특히 애플 카플레이는 무선 연동을 지원해 한 번 등록하면 바로 연동된다.

 

2열 탑승객을 위한 에어벤트와 USB-C 타입 포트를 마련했다

준대형 세단 아발론을 대체하는 모델답게 2열 공간은 광활하다. 무릎 공간은 주먹 2개가 들어가고 좀 남는다. 쿠페형으로 깎았음을 감안하면 2열 헤드룸은 넉넉한 편이다. 키 176cm 기자가 앉아도 주먹 하나 공간이 남았다.

 

다만 2열에 3명의 승객을 태우는 건 좋지 못한 생각이다. 센터 터널이 지나가 중앙에 앉는 승객은 불편하다. 

 

 

운전석에서 자세를 바로 고쳐앉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하이브리드 차답게 고요하다. 가속 페달을 얕게 밟으면 모터 힘만으로 바퀴를 굴리기 시작한다. 엔진의 진동 없이 매끄러운 움직임이 기분 좋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이 밟아도 엔진이 ‘부릉’하고 깨어난다. 전기모터와 엔진 간의 동력 전환은 매끄러우나 엔진 소음이 꽤 있는 편이라 시동이 걸린 건 금방 눈치챌 수 있다.

 

2.5L 가솔린 엔진과 무단 변속기가 맞물리고 전·후륜의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엔진이 적극적으로 가세한다. 2.5L 가솔린 엔진에 전·후륜의전기 모터가 힘을 보탠다. 시스템 총 출력은 239마력이다.

 

엔진 소리는 꾸준히 커진다. 무단 변속기(e-CVT)와 맞물려서 그렇다. 엔진이 내는 소리에 비하면 계기판 바늘은 여유롭게 올라간다. 부족한 가속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차고 넘치진 않는다. 기본적인 가속력만 놓고 보면 일상 주행에서 불편함을 느끼기 힘들다.

 

스포츠 모드로 가혹하게 엔진을 괴롭히고 나면 운전자는 자연스레 다시 컴포트와 에코 모드를 찾는다. 이 차는 컴포트와 에코 모드가 더 잘 어울린다. 나긋나긋 달릴 때 진가를 발휘한다. 일상 주행 영역에선 여유롭고 편안하다. 더 빨리 달리고 싶다면 2.4L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 사양을 추천한다. 

 

21인치 휠을 끼우면서 디자인과 운동성능에선 이득을 봤지만 승차감에서는 어느정도 손해를 봤다

 

승차감은 적정 수준에서 타협을 봤다. 기본적으로 탄탄하게 세팅됐다. 잔 요철은 기분 좋게 넘지만 조금이라도 큰 요철을 만나면 충격을 고스란히 승객에게 전한다. 아무래도 휠 크기를 키우면서 승차감에서 손해를 본 것 같다. 

 

아파트 단지에 진입하며 EV 모드를 켠다. 약 40km/h까지 전기 모터의 힘만으로 주행할 수 있다. 정체가 심한 시내 또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쓰면 딱 알맞다. 주의할 점은 가속 페달을 적절히 밟아줘야 한다는 점이다. 조금만 깊이 밟으면 엔진이 도와주겠다며 깨어난다.

 

 

주차를 마치고 크라운을 재운다. 계기판상 평균 연비를 보면 “역시 토요타 하이브리드”라는 말이 툭 튀어나온다. 가속페달을 꾹꾹 밟아가며 시승했는데도 19.2km/L의 연비를 뽑아냈다. 엔진은 계속 켜져 있을지언정 전·후륜 모터가 운전자 모르게 개입해온 결과다. 

 

차에서 내리면서 귀가 약간 먹먹했다. 이 차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드러난 대목이다. 방음 대책이 아쉽다. 고속 주행 시 1열에 들어오는 노면 소음이 꽤 크다. 다행인건 2열은 그나마 덜하다는 점이다.

 

크라운이 토요타의 플래그십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방음에 대해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염두에 뒀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했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는 준대형세단을 찾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다. 국내 대중 브랜드에서 준대형세단을 찾는다면 현대 그랜저, 기아 K8이 답이다. 다만 국내 도로 사정에 비해 차체 크기가 너무나도 커진 게 흠이다.

 

넉넉한 차체 크기로 어딜 가든 편안하지만 아파트 주차장만 들어가면 한없이 작아진다. 눈치 없이 유가는 다시 폭등하기 시작했다. 다음 차를 구매하기 전 연비부터 눈에 들어온다면, 장거리보단 시내 주행이 잦다면 크라운 크로스오버가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한 줄 평

 

장점: 부족함 없는 출력에 놀라운 실연비..준대형 크로스오버 희소성

 

단점: 부족한 운전석 방음대책..2열에 주로 타겠다면 OK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엔진

2.4L 하이브리드

변속기

무단 변속기 (e-CVT)

구동방식

사륜구동 (E-Four)

전장

4980mm

전폭

1840mm

전고

1540mm

축거

2850mm

공차중량

1845kg

시스템 총 출력

239마력

최대토크

22.5kg.m

복합연비

17.2km/L

시승차 가격

57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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