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이보다 부드러운 V6가 있을까..넉넉하게 돌아온 혼다 파일럿
[시승기] 이보다 부드러운 V6가 있을까..넉넉하게 돌아온 혼다 파일럿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3.09.13 08:30
  • 조회수 8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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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동차 오너들은 “주차장이 좁아 불편하다”고 늘 말한다. 그런데도 요즘 대형 SUV 인기가 날로 높아진다. 이미 SUV 판매가 전체 승용차의 50%를 넘어섰다.  SUV 가운데 대형급이 20%에 달한다. 5대 중 1대가 대형 SUV라는 얘기다.

 

 

국내 대형 SUV 시장은 국산차 현대 팰리세이드가 이끈다. 여기에 대중 브랜드 수입차로는 쉐보레 트래버스, 포드 익스플로러에 이어 올해 7월 토요타 하이랜더가 가세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BMW X7, 벤츠 GLS, 아우디Q7, 볼보 XC90을 꼽을 수 있다.


대형 SUV 인기가 꾸준한 가운데 혼다코리아는 올해 8월말 4세대 파일럿을 조용히 출시했다. 이미 국내에서 파일럿은 대형 SUV 인기 차종이었다. 2018년 1110대, 2019년 1251대 등 월 평균 100대 안팎으로 팔렸다. 탄탄한 기본기와 가성비를 인정받아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했었다.

 

 

문제는 지난 2020년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거세지면서 시작됐다. 2020년 15대, 2021년 155대, 2022년 45대로 사실상 혼다 라인업에서 자취를 감췄다. 4세대 혼다 파일럿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처음 글로벌 공개됐다. 한국에는 10개월 늦게 선보인 셈이다. 

 

파일럿은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없지만 탁월한 주행성능과 실용성, 넉넉한 공간으로 북미 시장에서 대형 SUV 톱3에 이름을 올리는 인기 차종이다. 그런 점에서 장거리 대륙을 질주하는 북미 취향에 맞는 차체 특성과 사양이 여럿 들어가 있다. 4세대 파일럿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시승을 통해 알아봤다. 국내 시판 파일럿은 최고급 사양인 엘리트 단일 트림이다.

 

 

우선 차체가 커졌다. 길이가 5090mm로 이전 모델에 비해 85mm나 길어졌다. 폭은 1995mm로 동일하지만 높이는 1805mm로 10mm 늘었다. 휠베이스 역시 2890mm로 70mm길어졌다. 미국에서 경쟁하는 현대 팰리세이드, 기아 텔루라이드보다 모든 면에서 조금씩 더 크다. 휠베이스만 10mm 짧을 뿐이다.

 

외관은 앞보다 옆에서 보면 훨씬 커 보인다. 높아지고 길어진 영향이다. 전면은 커다란 블랙 그릴이 주변을 압도한다. 단정한 전면 범퍼와 하단 스키드 플레이트와 조화를 이룬다. 아울러 보닛이 기존 모델보다 높아져 더 당당한 체구를 뽐낸다.

 

LED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은 날렵하다. 아우디나 볼보에서 본 듯한 인상이다. 측면은 대형SUV다운 간결한 디자인이다. 긴 직선과 넓은 면으로 웅장함을 드러낸다. 차체가 워낙 커 20인치 휠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후면 포인트는 다소 화려하게 느껴지는 LED 테일램프다. 테일램프를 가로지르는 블랙 하이그로시 치장 안에는 ‘PILOT’ 영문 레터링이 자리를 잡았다. 범퍼 하단 듀얼 배기구는 디테일을 가장한 장식이다. 전체적으로 눈길을 끌지 않는 담백한 디자인이다.


실내는 완전변경답게 대폭 변화를 줬다. 전체적인 톤은 단정하고 깔끔하다. 최고급 트림이다 보니 웬만한 편의장비는 모두 장착했다. 스티어링 휠 열선, 1열 열선 및 통풍 시트가 기본이다.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이다. 장거리를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는데 초점을 맞췄다. 큼지막한 시트와 버튼, 이해하기 쉬운 UI가 대표적이다. 눈길을 끄는 건 ‘쉬프트 바이 와이어’ 버튼식 변속기다. 


버튼식 변속기를 팰리세이드와 비교해보면 파일럿이 훨씬 직관적이다. 팰리세이드의 경우, 후진 R과 전진 D를 작동하는 방식이 같다. 수직으로 누르는 방식이다. 위치만 다를 뿐 접근하는 방법은 같다는 것. 파일럿은 후진 R버튼을 뒤로 당기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혹시나 모를 오작동을 방지할 수 있다. 

 

 

디지털 계기판은 10.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9인치다. 계기판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말 꼭 필요한 정보를 추려 전달한다. 쓸데없는 정보가 단 하나도 없다. 센터 디스플레이에 내비게이션이 빠져 있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 유선 안드로이드 오토를 이용하면 된다. 

 

베젤이 두터워 투박해보이지만 꼭 필요한 정보를 알기 쉽게 차곡차곡 넣었다. 홈과 뒤로가기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따로 배치해 편리하다. 

 

시트는 2+3+3 구조의 8인승이다. 블랙 스티치로 멋을 낸 가죽 시트는 촉감이 고급스럽다. 몸을 편안하면서도 단단하게 지지해준다. 단 허벅지 지지 기능은 달려 있지 않다. 

 

2열의 경우 중앙 시트를 분리하면 캡틴 시트로 바꿀 수 있다. 3열은 3인 좌석이지만 성인 2명이 탑승하기에 넉넉한 공간이다. 허벅지가 뜨는 것을 제외하면 헤드룸과 무릎공간이 꽤 여유가 있다. 2,3열 시트는 모두 수동식 폴딩이다. 전동 폴딩 기능이 없다.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불과 1.2초만에 버튼이나 끈으로 폴딩이 가능한 건 장점이다. 방법도 무척 간단하다.

 

 

3세대 천장에 달려있던 10.2인치 디스플레이는 사라졌다. 대신 대형 파노라마 선루프가 들어갔다. 2,3열 승객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캐빈토크 기능은 센터 디스플레이에 통합했다. 

 

3열 승객을 배려한 구성도 눈에 띈다. 2열 시트의 상단과 하단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승하차가 편리하도록 슬라이딩과 폴딩을 지원한다. 좌우에 USB포트와 컵홀더, 에어벤트를 갖췄다. 3열을 펼친 상태에서도 뒤쪽에 꽤나 널찍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트렁크 플로어 아래에는 꽤나 큰 적재공간이 숨어 있다. 2열 센터 시트를 분리해 넣을 수 있는 공간이다. 소형 여행용 트렁크를 넣을 수 있는 수준이다. 아울러 2,3열은 완벽하게 평탄화가 가능하다. 성인 2명이 차박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3열을 접으면 엄청난 적재공간이 생겨난다

 

파워트레인은 혼다가 자랑하는 3.5L V6 자연흡기 엔진에 자체 개발한 10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린다. 최고출력은 289마력으로 기존 대비 7마력 상승했다. 최대토크는 36.2kg.m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정말 부드럽게 V6 엔진이 깨어난다. 공회전 상태에서도 혼다 특유의 부드러운 회전질감을 느낄 수 있다. 변속기를 D에 놓고 악셀을 밟으면 2.2톤에 육박하는 거대한 차체가 거동을 시작한다. 


가속을 진행하면 정말 전기차인줄 착각할 정도로 자연흡기 엔진 본질 그대로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면서 변속이 진행된다. 변속 충격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부드러움의 극치라고 할까.


상대적으로 승차감은 탄탄하다. 전체적으로 요철을 제대로 충격을 흡수하지만 차체가 뒤뚱거리거나 요동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팰리세이드보다는 부드럽지만 토요타 하이랜더의 물컹한 승차감보다는 단단하고 야무지다.

 

완벽한 평탄화가 가능하다

 

고속에 들어서면 시속 140km/h를 넘겨도 꾸준히 속도계 바늘이 상승한다. 전체적인 가속은 혼다 엔진의 특성과 제대로 맞물려 답답하지 않게 진행된다. 사실상 파일럿의 최대 강점이 이 부분이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10단 변속기가 적용된 덕분에 고속 주행에도 엔진회전수는 좀처럼 2000RPM을 넘지 않는다. 고속에서 안정감이 일품이다. 서스펜션은 일반적인 미국 SUV의 말랑거림과는 결이 다르다. 도로의 요철을 유연하게 소화한다. 코너에서도 꽤나 잘 버텨준다. 

 

상시 사륜구동(AWD)은 전륜 기반이지만 빗길이나 거친 노면에서는 최대 70%까지 후륜에 동력을 전달한다. 도로 상황에 따라 브레이크 제어가 아닌 출력을 좌우 한 방향으로만 완전히 보내는 ‘트루 토크 벡터링’ 기능도 탑재됐다.

 

2열 센터 시트가 장착된 모습

 

전체적인 승차감은 독일차와 같은 단단한 느낌은 아니지만 도로와 소통하면서 차를 믿고 운전할 수 있는 신뢰성이 탁월하다고 할까. 코너에서는 AWD도 밥값을 한다. 

 

이번에는 혼다센싱으로 불리는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을 사용해봤다. 버튼은 스티어링휠 오른편에 있다. 중앙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도로 이탈 경감 시스템(RDM),후측방 경보 시스템(BSI) 등이 업그레이드됐다.

 

혼다센싱을 작동하면 디지털 계기판 중앙에 진행 차선뿐 아니라 차량 좌우 앞뒤를 감지해 그래픽으로 표현해준다. 테슬라 ADAS와 비슷하다. 곡선로에 들어서면 실제  곡선을 인식해 차선을 표시해준다. 경쟁 차량과 비교했을 때 가장 보기에 편안한 기능이다. 중앙 차선유지와 커브에서 차선을 유지하는 기능도 수준급이다.

 

떼어낸 2열 센터 시트를 트렁크 플로어 밑에 넣으면 딱 맞는다
2열 중앙 시트를 떼어 내면 캡틴 시트로 변신한다

 

혼다센싱이 미국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받는 이유가 납득이 간다. 시속 25km/h 이하에서는 스티어링휠 오른쪽 레버 끝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360도 어라운드뷰 카메라가 작동해 센터 디스플레이에 표시한다. 좁은 골목이나 주차할 때 무척 편리하다.

 

연비도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시내 정체구간에서는 7~8km/L, 시속 110km 정도로 정속 주행을 하면 12~13km/L가 나왔다. 정속 주행을 할 때 3개의 실린더만 사용해 연료 소비를 줄이는 가변 실린더 제어 시스템(VCM)이 제 역할을 한다.

 

냉각이 필요 없을 때 공기 흡입구를 닫아 공기저항을 줄이는 ‘셔터그릴’ 역시 연비 개선에 한몫을 한다. 놀랍게도 3.5L 대배기량인데도 저공해차 3종을 획득, 공영주차장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인증 연비는 복합 8.4km/L(도심 7.4, 고속도로 10.0)다. 

 

 

4세대 파일럿의 최대 강점은 탄탄한 기본기다. 달리기 성능도 수준급이다. 특히 장거리를 갈 때 편안한 공간과 부드러운 승차감 이외에 꽉 쪼여진 듯한 차체와 서스펜션이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인테리어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투박하지만 튼튼한 내구성이 돋보인다. 담백한 일본 두부의 느낌이 난다고 할까. 미국 시장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가 녹아 든 4세대 파일럿은 기존 3세대(5995만원)대비 890만원이 오른 6940만원이다.

 

가격이 다소 높아 보이지만 잠깐이라도 시승을 해본다면 혼다가 얼마나 기본기에 충실하고 오래 타도 질리지 않는 차를 만드는지 이해가 가는 차가 바로 파일럿이다. 

 

 

한 줄 평

장점 : 정말 부드러운 엔진과 10단 변속기..넓은 공간에 안락한 승차감

단점 : 하이브리드가 없다..시내에서 뚝뚝 떨어지는 연비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4세대 혼다 파일럿 ELITE

엔진

V6 3.5L 가솔린

변속기

10단 자동

전장

5090mm

전폭

1995mm

전고

1805mm

축거

2890mm

최대출력

289마력

최대토크

36.2kg.m

공차중량

2,130kg

복합연비

8.4km/L

시승차 가격

69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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