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동화에도 잃지 않은 고유의 색...지프 랭글러 4xe
[시승기] 전동화에도 잃지 않은 고유의 색...지프 랭글러 4xe
  • 서동민
  • 승인 2023.09.08 08:30
  • 조회수 6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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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바야흐로 전동화 시대다. 너 나 할 거 없이 전동화에 뛰어들지만 유난히 전동화가 어울리지 않는 브랜드가 하나 있다. 오프로더의 명가 지프다.

 

전동화된 지프는 아직도 상상이 가질 않지만 지프도 전동화를 피해가진 못했다. 2021년 브랜드 80주년 행사에서 ‘제로 에미션 프리덤(Zero Emission Freedom)’이라는 친환경 전략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글로벌 판매량의 70%를 전기차(EV)로 달성하는 게 목표다. 아직까지 순수전기차 라인업을 갖추진 못했지만 전동화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프 랭글러 4xe 오버랜드 파워탑

 

전동화 의지가 가장 잘 드러난 모델을 찾자면 바로 이 차가 아닐까 싶다. 오늘의 주인공, ‘지프 랭글러 4xe’이다. 랭글러는 지프의 아이콘이자 오프로더를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차종이다. 지프는 자신들의 아이콘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파워트레인을 얹었다. 

 

랭글러 4xe는 해외 시장엔 루비콘과 오버랜드 트림으로 나뉘지만 국내에 오버랜드로만 판매된다. 루비콘이 정통 오프로더 성향이 짙다면, 오버랜드는 온로드 성향이 약간 더 가미됐다. 기존 국내에 판매된 사하라가 오버랜드로 이름을 바꿨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차량의 외관부터 살피면 오버랜드를 기반으로 한 만큼 세련되게 꾸민 구석들이 몇몇 보인다. 휀더를 바디 컬러와 동일하게 칠하고 스페어 타이어엔 커버를 씌웠다. 여기에 온로드 성향의 타이어까지 끼워 고속 주행에서도 조용하고 안락하게 주행할 수 있게 운전자를 배려했다. 

 

 

4xe는 친환경을 챙기는 모델인 만큼 파란색으로 마감한 부분을 찾으면 된다. 외관상 리커버리 포인트, 엠블럼 정도를 소소하게 바꿨다. 충전 포트는 운전석 문 바로 앞에 숨겼다. ‘e’라고 쓰인 뚜껑을 꾹 누르면 열린다. 이처럼 신경 쓰고 보지 않으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탑재한 4xe인지 그냥 일반 내연기관 랭글러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나름대로 세련되게 꾸민 외관 디자인과 달리 실내는 랭글러의 투박함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2023년의 신차라고 보기 어려울 구성으로 운전자를 맞이한다. 물리 버튼은 최대한 삭제하고 센터 디스플레이를 키우는 요즘 자동차와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웬만한 버튼들이 전부 센터페시아에 담겨있다. 윈도우 스위치마저 이곳에 모았다. 버튼을 숨기지 않고 큼지막하게 박은 게 특징이다. 직관적일뿐더러 오프로드 주행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장갑을 끼고 조작하더라도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했다. 요즘 보기 힘든 시거잭도 달렸다. 마초 느낌이 물씬 난다. 다른 차라면 혹평을 면치 못했을 실내 구성이지만 랭글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기존 내연기관 랭글러의 오토스탑 기능을 할당하던 버튼은 파란색 배터리 모양으로 바꿨다. 해당 버튼을 누르면 회생제동을 가장 강력하게 걸어 배터리 충전을 돕는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8.4인치다. 크기는 작지만 기능을 모두 담고 있다. 공조장치 및 열선 등을 터치로도 켜고 끌 수 있으며, 오프로더 답게 별도의 오프로드 페이지를 담고 있다. 내비게이션도 제공하지만 사실상 쓸모가 없다. 결국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해야 한다. 아쉽게도 폰 미러링은 유선으로만 지원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답게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앱도 내장하고 있다. 엔진의 동력을 사용하고 있는지, 배터리의 동력을 사용하고 있는지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다. 엔진과 배터리를 사용해 각각 몇 km가량 주행했는지도 볼 수 있다.

 

 

이외 일반 랭글러와 다른 점은 4xe 전용 계기판이다. 좌측엔 RPM 게이지, 우측엔 하이브리드 게이지를 마련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하면 차량의 RPM을 숨기는 브랜드가 많지만 랭글러 4xe는 오프로드 주행을 감안해 차량의 RPM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배려했다. 두 개의 아날로그 게이지 사이엔 LCD 화면이 달려있다. 연비, 속도 등 다양한 정보를 띄운다.

 

2열 시트 아래에는 15.23kWh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다

 

2열 공간은 부족함 없는 수준이다. 2열 탑승객을 위한 송풍구와 USB 충전 포트 등을 마련했다. 2열의 경우, 아래쪽에 15.23kWh 배터리를 내장해 시트가 살짝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헤드룸이 부족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넉넉하다 못해 널널하다. 다만 2열 시트 리클라이닝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각도가 꽤나 세워져 있는 편이라 장거리를 이동할 때 불편할 수 있겠다. 

 

 

서울과 강릉을 오가는 당일 시승 코스를 짰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차량에 올랐다. “SUV 꽤나 타봤다”고 자부했지만 정통 오프로더의 키는 남달랐다. 계단을 오르듯 차에 올라타야 했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고요하다.

 

오프로더라도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다. 전기모터만 사용해 매끄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엔진을 켜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의 시선이 랭글러에 쏠린다. 눈길을 끄는 디자인이긴 해도, 앞서 가던 사람이 뒤를 돌아보니 당황스럽다. 혹시 몰라 창문을 열어보니 전자음이 꽤 크게 들린다. 엔진을 켜지 않았음에도 우렁찬 기계음을 쏟아내며 주위에 경고를 보낸다.

 

정상적으로 충전이 된다면 전면 인디케이터로 충전량을 보여준다

 

도로로 나오자 금세 엔진이 켜진다. 시승 하루 전 집 근처 완속충전기를 여기저기 찾아 헤맸지만, 충전기를 가리는 건지 충전에 실패했다. 집을 나서는 순간에 마저 배터리 주행 가능 거리는 0km다.

 

지옥 같은 주말 고속도로 귀경길을 오직 엔진으로만 주행해야 한다니 연비가 걱정이다. 주행 중 배터리를 최대한 충전하며 달리기 위해 회생제동 버튼을 누른다. 돌발상황이 아니라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을 정도로 일관적이고 부드러운 제동력을 선사한다.

 

주행 모드 전환은 스티어링 휠 좌측 하단에 위치한 버튼을 통해 할 수 있다

 

일요일에 출발해 강릉까진 막힘없이 주행할 수 있다. 주행 모드를 E-SAVE 모드로 전환한다. 엔진의 우선 구동하고 배터리 충전에 중점을 두는 모드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모드에 돌입한다.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자 무거운 덩치가 쏜살같이 속도를 높인다.

 

어느새 130km/h다. 앞 유리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와 캔버스 재질의 파워탑을 통해 들려오는 소음으로 인해 자연스레 가속페달에선 발이 떨어진다. 높은 전고, 헐렁하게 세팅된 스티어링 휠 감각, 가감없이 유입되는 외부 소음 등이 속도감을 배가 시킨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화되고, 전기 모터가 힘을 보탠다

 

랭글러 4xe는 2.0L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두 개의 전기모터가 조화된다. 시스템 합산 출력은 375마력, 최대토크는 무려 65.0kg.m로 힘이 차고 넘친다. 제로백(0-100km/h)은 6초대에 끊는다. 가평, 홍천, 인제를 통과하니 벌써 배터리는 70%까지 충전됐다. 엔진의 힘보단 회생제동으로 얻는 발전량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고속 주행 연비는 9.1km/L를 기록했다.

 

파워탑의 개방감을 한 번 느껴보면 이 차의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강릉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파워탑을 열었다. 고속도로 주행 내내 노면 소음을 유입시켜 골치를 썩히던 파워탑이 진가를 드러낸다. 루프가 완전히 개방되어 선루프와 비교도 안되는 개방감을 선사한다. 이건 세미 오픈카다. 고속도로에서 귀가 먹먹해 짜증났던 순간이 모두 용서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역시나 정체다. 여기에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황급히 파워탑을 닫고 일렉트릭 모드를 켰다. 엔진은 시동을 끄고 전기모터로만 주행을 시작한다. 약 22km를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다고 표시한다.

 

전기로 주행을 시작하자 순간연비는 99km/L를 찍어댄다. 매끄러운 주행 감각도 일품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빛을 발한다. 차선 중앙 유지나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은 없지만 앞 차량과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주행하는 기능엔 충실하다. 

 

 

정체길을 조금 달리다 보니 배터리가 금세 24%로 떨어졌다. 주행 가능 거리는 이제 12km다. 무거운 차체를 세웠다가 다시 움직이는 일에 에너지가 적게 들 리 없다. 이번엔 하이브리드 모드를 켰다.

 

하이브리드 모드를 켜도 저속에선 쉽사리 엔진을 켜지 않는다. 전기모터와 엔진의 동력 전환도 매끄럽다. 엔진 회전 질감이 부드러운 편이라 더 그렇게 느껴진다. 상남자의 터프함, 그 이면에 숨은 섬세함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집에 도착하자 최종적으로 확인한 평균 연비는 10.5km/L였다. 100km 가량을 전기로만 주행하고, 658.7km는 엔진으로 주행했다. 정체길을 엔진만 사용해 왔다면 이정도 연비를 뽑아내기란 쉽지 않았을 거다. "충전만 제대로 할 수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이 남는 시승이었다. 

 

지프 랭글러 4xe 오버랜드 파워탑

 

랭글러 4xe는 친환경을 강조하지만 지프 전통을 살린 구성이다. 가령,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적용했지만 핸드브레이크 방식의 사이드 브레이크를 그대로 유지한 점이나, 기계식 사륜구동을 위한 기어 노브나 유압식 스티어링휠도 변화하지 않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중간점에 위치한 모델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동화를 선택했지만 그렇다고 고유의 색을 잃지 않았다. 과도기 격에 나온 자동차라면 자신의 색을 잃고 어영부영 가야할 길을 놓치는 반면 랭글러 4xe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데 성공했다.

 

다만 소비자가 지프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납득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문제는 869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이다. 동일한 구성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만 빠진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6940만원)보다 1750만원이 비싸다. 그럼에도 집밥(완속 충전기)가 구비되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더구나 요즘 할인 프로모션이 엄청나다.

 

한 줄 평

 

장점: 온로드에서도 편안한 주행 감각...지프의 색을 잃지 않았다

 

단점: 비싼 가격..살짝 눈을 돌려도 호화로운 경쟁자가 여럿이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지프 랭글러 4xe 오버랜드 파워탑

엔진

2.0L 가솔린 터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4WD

전장

4880mm

전폭

1895mm

전고

1850mm

축거

3010mm

공차중량

2345kg

엔진최고출력

272마력

전기모터최고출력

136마력

시스템총출력

375마력

엔진최대토크

40.8kg.m

전기모터최대토크

5.4kg.m

복합연비

12.7km/L

전기 모드 주행가능거리

32km

시승차 가격

86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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