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변치 않을 운전의 재미! 펀카의 바이블..아이오닉5N
[시승기] 변치 않을 운전의 재미! 펀카의 바이블..아이오닉5N
  • 김태현
  • 승인 2023.09.22 08:30
  • 조회수 4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동안 최고출력, 가속력 같은 보여줄 수 있는 숫자에 집착하는 고성능차를 여럿 경험했지만 현대차 아이오닉5N은 이들과 확실하게 달랐다. 평소 시승기라면 내외장 디자인이나 편의장비 같은 것에 중점을 뒀겠지만 아이오닉5N은 같은 잣대를 적용하기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은 기존 아이오닉5와 비슷하지만 오로지 달리기 위해 태어났고 고성능 전기차의 판도를 뒤집을 차임에 분명해서다.

 

최고 부스트 모드 사용시 650마력에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약 3.4초가 걸리는 고성능이 분명하지만 그 출력을 온전히 컨트롤 해낼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여기서 컨트롤은 운전자의 실력보다도 차체 설계와 전자장비 성능이 그 출력을 다 받아낼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기존 아이오닉 5와 완전히 다른 차대 설계와 하체 지오메트리 조화는 650마력의 출력을 전혀 부담 없게 즐길 수 있게 한다. 물론 빠르고 인상적인 출력이지만 그런 것보다도 '잘 돌고 잘 서는 것'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아이오닉5N은 전기 차지만 후륜에 e-LSD를 탑재해 좌우 바퀴 구동력을 묶어주는 기능을 갖췄다. 기존 내연기관 N이 LSD로 인한 짜릿한 오버스티어 경험을 선사했던 것보다 더욱 극대화된 오버스티어 감각을 제공한다.


통상적인 양산차가 언더스티어 성향으로 세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이 차량를 개발한 김용재 책임연구원은 “차량의 거동은 기본적으로 뉴트럴 스티어 성향이 기본으로 약한 오버스티어를 일으키도록 세팅했다”며 안정적인 거동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컨트롤하기 어렵지 않은 오버스티어 감각은 짜릿하다

실제로 짐카나와 같이 숏 코너에서 넓은 전폭으로 인해 좁은 구간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을 제외한다면 산뜻하게 앞머리가 돌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헤어핀 구간에서 악셀을 살짝 힘을 주어 밟자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의 오버스티어가 발생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압권은 프런트 서스펜션의 모든 설계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 기존 아이오닉 5 기본 모델은 싱글 로어암을 사용하지만 N 모델을 위해서 레터럴암과 텐션 스트럿 암, 두 개로 나누어진 듀얼 로어암으로 변경했다. 멤버 형상도 다르다. 댐퍼도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추가해 다양한 노면환경에 대응한다.

 

아이오닉 5 기본 모델은 휠베이스가 3m에 달한다. 이런 긴 휠베이스 탓에 회전반경이 큰 점을 상쇄하기 위해 프론트 서스펜션의 캐스터 각을 상당히 뉘여 세팅했다. 이로 인해 직진 감과 일상 주행에서의 안정감이 더해졌다.

 

운전 감각을 중시하려면 캐스터각을 최대한 세워야 더욱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세팅을 변경했고 얼라이먼트등 사소한 부분까지 개선했다. 

중량은 이런 보강과 배터리로 인해 2.2톤이 넘지만 핫해치처럼 몰아붙이는 것이 그다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날렵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믿음직한 제동과 걸림 없이 정확한 MDPS 감각과 타이트한 스티어링 기어비는 아쉬운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김용재 책임연구원은 “많은 곳에 보강이 들어가 차대만 놓고 본다면 아이오닉 5 노말 버전과 완전히 다르다"며 "전륜 스트럿 링, 서브 프레임 스테이 등을 적용해 전반적인 차체 강성을 강화했고 공간을 크게 제약하는 트렁크를 가로지르는 리어바 대신 후륜 휀더 안쪽에 ‘ㄴ’자 프레임을 추가해 기존 아이오닉 5 대비 비틀림 강성을 11% 증대시켰다"고 설명했다.

아이오닉 5 N은 다양한 N 특화 모드를 지원한다. 순간적인 턴인을 가능케하는 N 페달, 드리프트를 위한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앞뒤 출력을 자유로이 설정할 수 있는 N 토크 디스트리뷰션 등 다양한 기술도 적용했다.

 

N 페달을 기초로 코너 안쪽으로 차체를 순간적으로 밀어 넣을 수 있을 뿐더러 마치 유압 사이드 브레이크나 핸드 파킹 브레이크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뒷바퀴를 잠갔다 풀어 슬립 앵글을 생성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이를 활용해 주행하면 코너를 진입하고 탈출하는 과정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카빙 경험을 제공한다.

 

N 토크 디스트리뷰션은 가장 흥미로운 기능이다. 보편적인 사륜구동은 앞뒤의 구동력을 정해둔 수치 몇 가지로 변경할 수 있는 것에 반해 0:100부터 100:0으로 운전자가 자유로이 구동력을 배분할 수 있는 것이 놀라웠다.


일부 전자식 사륜구동은 후륜구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어느 순간 개입이 들어와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아이오닉 5 N은 분명한 후륜구동 움직임을 보여준다. 100% 후륜 모드로 주행을 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가속성능은 어느 정도 저하되겠지만 체감 출력의 감소 폭은 적었다.

 

코너에 진입하면 전형적인 후륜구동 스포츠카처럼 뒤꽁무니가 빠르지만 부드럽게 흐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BMW M5와 상당히 유사한 감각으로 느껴졌다.

0.6G나 되는 강한 제동력을 생성하는 회생제동 시스템은 400mm 2피스 디스크와 결합된 4피스톤 모노 블록 브레이크와 함께 믿음직한 제동력을 꾸준히 보여준다. 일부 전기차는 회생제동과 물리 브레이크 전환 과정이 모호한 경우도 있지만 아이오닉 5 N은 퍼포먼스 드라이빙에 적합한 브레이킹이 유별났다.

 

특히 회생제동에서 물리 브레이크로 이어지는 과정이 매끄럽고 피드백이 일정해 더 강하게 몰아붙이고 싶다는 자신감이 절로 들었다. 이날 가을비가 세차게 내려 트랙션을 잃을까 걱정한 것이 기우에 그쳤다. 고속선회로뿐 아니라 서킷 고속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트랙션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내연기관 모터스포츠 차량에서 영감을 받은 가상 변속 시스템 N e-시프트와 가상 사운드 시스템인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로 운전의 재미를 높였다. 가상 단수를 고정한 채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지 않고 악셀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퓨얼 컷이 걸리는듯한 사운드와 순간적인 울컥거림을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내연기관 고성능차 서킷 주행에 익숙한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리듬감을 선사한다.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 감각까지 익숙해진다면 더욱 재미난 드라이빙이 가능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단점을 찾기 어려웠다. 전기차로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의 경우 3시간가량 지속적인 퍼포먼스 주행을 해도 18% 정도 감소를 보일뿐 여전히 300km 이상 주행이 가능했다.

 

대중 브랜드인 현대차가 7천만원이 훌쩍 넘는 고성능 전기차 출시는 상당한 모험이다. 아이오닉5N은 당장 눈에 보이는 판매 대수가 중요한 모델은 아니다. 수익성을 기대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아이오닉5N은 헤일로카로써 현대차가 진지하게 차를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에 성공했다. 보수적이고 수익성을 추구하는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기여를 한 셈이다.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현대차는 경쟁 브랜드을 추월해 명확한 비전과 신차를 출시했다. 여기에 전기차로 펀카를 만드는 기술과 능력까지 겸비했다는 점에서 추격자가 아닌 리딩 브랜드 위치에 선 셈이다. 

 

4시간의 쉼 없는 서킷 시승을 마치고 온몸이 녹초가 되었지만 흥분은 가시지 않았다. 국산차를 한 차원 높게 성장하게 만든 아이오닉5N 담당 연구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 줄 평

 

장점 : 7천만원대 가장 강력한 고성능..하체,제동,파워트레인의 삼위일체

 

단점 : 브랜드가 현대차인데 7천만원대 가격이 아쉬울 뿐이다

 

현대 아이오닉5 N

 

모터방식

듀얼모터

배터리

84kWh

전장

4715mm

전폭

1940mm

전고

1585mm

축거

3000mm

공차중량

2200kg

최대출력

650마력(NGB 사용시)

최대토크

75.5kg.m

완충 최대주행거리

351km

시승차 가격

8348만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