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전기차 겨울철 주행거리 인증..독일차가 불리한 이유는
[분석] 전기차 겨울철 주행거리 인증..독일차가 불리한 이유는
  • 유호빈 에디터
  • 승인 2022.10.27 09:00
  • 조회수 27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폭스바겐 ID.4
폭스바겐 ID.4

최근 최저 기온이 초겨울 날씨처럼 떨어지면서 전기차 저온 주행거리 인증 방식이 화두에 올랐다. 전기차는 겨울철에 히터를 틀면 주행거리가 급격히 감소하는 게 상식이다.

특히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을 할 때는 상온 이외에 겨울철 주행거리를 따로 측정한다. 독일산 전기차의 경우 유독 겨울철 주행거리가 짧게 나와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문제는 측정 방식의 기준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주행거리를 인증할 때 상온 주행거리와 저온 주행거리를 따로 측정한다. 겨울철 히터를 틀고 주행했을 때 상온 대비 주행거리가 얼마나 감소하는지 소비자에게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저온 주행거리를 별도로 측정해 인증한 뒤 공식 발표하는 나라는 전기차가 많이 보급되는 나라 중에 한국이 유일하다고 할 정도다. 유럽에서는 별도로 저온 주행거리를 측정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실제 측정을 한 거리에서 70%만 반영해 인증한다. 히터 가동, 저온 주행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 30%를 깎는 셈이다.

휴게소 전기차 충전소..평일 낮 시간이지만 꽉 찼다. iX는 충전을 위해 대기 중이다
휴게소 전기차 충전소..평일 낮 시간이지만 꽉 찼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까다롭게 살피는 부분이 바로 주행거리다.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 시간 대비 전기차 충전 시간은 확실히 길다. 최근 전기차 보급이 급증하고 충전이 완료되어도 차량을 출차 하지 않는 일부 ‘얌체족’들이 늘어나는 등 충전에 골머리를 앓는 오너들도 적지 않다.

국내 전기차 저온 인증 방법은 히터를 틀고 측정한다. 여기서 관건은 설정 온도다. 저온 인증에서 예를 들면 27도로 정해놓고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설정 온도를 특정하지 않고 해당 차량에서 가장 높은 온도로 측정한다. 27도로 측정하는 것과 33도로 측정하는 것은 큰 차이가 나다. 1도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열효율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아이오닉5 공조 설정
아이오닉5 공조 설정

국내 판매 중인 주요 전기차의 실내 설정온도를 살펴봤다.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CUV, 세단 등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운 현대기아가 가장 많이 판매했다. 현대기아 전기차의 최고 설정온도는 27도다. 쉐보레 볼트 EV와 볼트 EUV는 31도,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는 32도까지 설정할 수 있다. 테슬라는 최고 27.5도까지 설정 가능하다. 최근 인증을 받은 아우디 Q4 e-트론은 28도 이후에는 'HIGH'로 나온다. 29도로 예상할 수 있다. 최고 설정온도는 자동차 메이커에서 정한다. 글로벌 표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다. 

아우디 Q4 e-tron
아우디 Q4 e-tron

저온 주행거리는 보조금과 큰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상온 주행거리 대비 저온 주행거리가 70% 미만일 경우 보조금 지급 기준에서 제외한다. 올해 9월 출시한 아우디 Q4 e-트론이 대표적인 예시다. 상온 주행거리 대비 70% 못 미친 Q4 e-트론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아예 받을 수 없게 됐다. 설정 온도가 높은 독일 전기차가 국산차의 대표인 현대기아 전기차보다 불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유럽 인증 방식을 적용하면 주행거리가 훨씬 길어진다. 

올해 1월에는 기아 EV6의 히터 실내 온도가 화제에 올랐다. 온도를 높여도 따뜻한 바람이 나오지 않는 오류로 무상 수리를 실시했던 바 있다. 당시 EV6 동호회에서는 “겨울에 히터를 틀어도 따뜻하지 않고 미지근한 바람만 나온다”며 "저온 인증을 잘 받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히터 설정 온도를 차량마다 다른 최고 온도로 저온 주행거리를 측정할 경우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예를 들면 26도로 기준을 정한 뒤 저온 주행거리 인증을 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년에는 전기차 보조금이 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규정을 정하면서 인증 방식도 손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입차 업계에서 나온다. 정부의 인증 제도는 업체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인증이 설득력을 얻는다. 저온 주행거리 인증에 대한 불만이 한 귀로 듣고 흘리기에는 타당한 면이 많아 보인다. 

유호빈 에디터 hb.yoo@carguy.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