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잘 나가는 PHEV, 한국에서는 왜 무덤일까
유럽서 잘 나가는 PHEV, 한국에서는 왜 무덤일까
  • 이병주 에디터
  • 승인 2018.08.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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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나 미국에서 전기차의 대안으로 자리 잡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국내서는 여전히 찬밥 신세다. 정부는 내년 하이브리드 보조금지원을 중단한다. 아울러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 승용차 개발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디젤은 친환경차의 탈을 썼다가 미세 먼지의 주범으로 낙인 찍혀 저공해차 대열에서 빠진지 오래다. 이래저래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 정부의 전기차 사랑이 EV 모델에만 집중되고 있다. 전기차로 가기 전까지 가장 확실한 친환경 미래형 자동차로 꼽히는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100% 전기차(EV) 중 정부가 가장 밀어주는 모델은 단연 막내인 EV다. 저렴한 전기료, 충전소 설치, 막대한 구입 보조금 등등 지원 혜택이 어마어마하다. 소비자들은 지금 전기차를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 십상이다.

친환경차 보급을 위한 정부의 각종 당근책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한 쪽만 편애해선 안 된다. 가장 서운한 모델이 PHEV다. PHEV는 전기차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선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전기차는 아직까진 충전이 불편하고 주행거리가 짧아 내연기관차 처럼 사용하기 어렵다. PHEV는 이러한 단점을 모두 상쇄시킨다. 출퇴근 정도의 짧은 거리(통상 30~50km)는 100% EV모드로 주행 가능하며, 장거리 여행에도 끄떡없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장점만 갖춰 만든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판매량은 형편없다. 올해 1~7월 국산 PHEV 모델 판매량은 300여대 남짓. 수입 모델들은 메르세데스 벤츠 GLC 350e를 제외하곤 거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비싼 차량 가격을 약 2000만원 정도의 거액 보조금으로 보완해주는 EV와는 달리, PHEV는 보조금 500만원과 각종 세제 혜택을 모두 더해도 700만원 정도 밖에 지원받지 못한다. EV는 지역별로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해 부터 시행된 전기차 전용 번호판도 PHEV에는 달리지 않는다. 정부는 PHEV를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차로 인식하는 듯 하다. 주차료와 통행료 등의 감면 혜택을 받는 EV와는 달리, PHEV는 그저 연비좋은 가솔린차 처럼 친환경 2등급 스티커를 발부 받을 뿐이다. 대형 백화점 혹은 공영 주차장 등에 마련된 전기차 전용 자리에 주차가 불가능하다. EV와 마찬가지로 충전이 필요하지만 주차비를 누구는 반 값만 내고 누구는 한 푼도 감면 없이 다 지불해야 한다. 한국은 PHEV 찬밥 정책으로 일관하는 셈이다.

PHEV 전기차 주행거리 측정 방식도 다르다. 지난 3월부터 판매된 메르세데스 벤츠 GLC 350e는 유럽에서 PHEV로 팔리지만 한국에서는 PHEV가 아니다. 국내 PHEV 기준은 가솔린 엔진의 도움 없이 전기차 기능으로만 30km 이상을 가야 하는데 15km 밖에 못 간다는 이유다. GLC 350e 경우 유럽과 미국에서 34km까지 전기모드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인증됐다. GLC 350e 뿐만 아니라 공식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포르쉐 파나메라4 E하이브리드 역시 유럽에서는 50km 이상 갈 수 있는 것으로 인증 받았다. 국내 인증은 33km인 것으로 알려졌다. GLC 350e는 우리나라에서 PHEV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기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때문에 보조금 한 푼도 지원 받지 못한다. 하이브리드 보조금이 50만원에 불과해서인지 판매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가격이 6700만~7490만원인데 월 평균 70대 내외로 팔린다.

지난달 정부는 하이브리드 보조금을 내년부터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각종 세제 혜택도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하이브리드 구입 지원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차가 팔릴수록 국고가 줄어들기 때문에 지급을 중단하게 됐다는 이유다. 하이브리드와 PHEV의 정부 지원 1년 예산은 450억원 정도다. 내년 4573억원을 지원받는 EV에 1/10 수준이다. 하이브리드와 PHEV의 국고 지원 담당은 인천에 위치한 한국환경공단에서 관리한다.

디젤차 또한 오는 9월부터 새로운 친환경규제인 WLTP 방식이 적용된다. 더욱 까다롭고 엄격하게 이산화탄소 등 배출가스 허용을 강화한다. 현대·기아차는 벌써부터 비인기 모델 차종의 디젤 라인업을 단종했다. 디젤 위주인 쌍용차는 요소수 첨가 방식인 SCR을 적용해 기준치에 걸맞는 모델 개발로 법안에 대응하고 있다. 

EV는 미래형 친환경차에 걸맞는 모델임에 틀림없다. 정부의 지원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어 문제다. 탁상공론이 아닌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이병주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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