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독일발 디젤 배출가스 사기 사건이 최근 국내에서 종결됐다. 2016년 가을 폭스바겐-아우디 디젤 게이트란 이름으로 미국에서 시작돼 무려 5년 만에 끝이 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일 메르세데스 벤츠를 상대로 총 202억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각종 홍보매체를 통해 배출가스 관련 허위광고를 한 것이 이유다. 앞서 폭스바겐코리아에게 부과했던 373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시작으로 불거졌던 디젤게이트 사건은 벤츠의 과징금 부과를 끝으로 모두 종결됐다.
2016년 터진 디젤 게이트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까지 수입차는 세단, SUV 가리지 않고 디젤 파워트레인 인기가 대단했다. 높은 토크 덕분에 가속감이 좋고 연비까지 좋아 수입차의 높은 유지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 디젤 수입차 인기로 국산차에도 속속 디젤 세단이 등장하기도 했다.
디젤게이트가 터지면서 완성차 업체의 판매 라인업에 큰 변화가 생겼다. 당장 2017년부터 아우디폭스바겐은 판매차종 대부분 인증이 취소되고 판매가 중단됐다. 그러다가 2020년부터 서서히 라인업을 채우더니 이제는 디젤게이트 이전 이상으로 라인업을 구축했다. 디젤게이트와 관련이 없던 타 브랜드 디젤 차량은 모두 해당 여파로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디젤게이트 이전만해도 수입차의 경우 디젤 판매량이 절반을 넘어섰다.
국산차 브랜드 역시 의도적으로 디젤 차량을 단산하고 있다. 국내 소형 SUV 차량들은 모두 가솔린 모델만 판매 중이다. 코나, 셀토스, 티볼리 등 대부분의 차량이 디젤 모델도 같이 출시했지만 별다른 인기를 보이지 못하자 단종됐다. 제네시스 역시 작년을 끝으로 세단 라인업의 디젤 파워트레인을 없앴다.
소비자의 디젤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노후경유차에 대한 운행 제한까지 강화되면서 디젤 판매 비율은 급속도로 떨어졌다. 작년에는 요소수 대란까지 터지면서 디젤차 판매가 더욱 급감했다. 수입차의 경우 지난해 14%로 디젤차 판매가 떨어진데 이어 올해는 10%대를 유지할지 미지수다. 그러면서 하이브리드,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 판매가 디젤을 앞질렀다.
BMW의 경우 국내에서는 직접적인 배출가스 조작은 밝혀지지 않았다. 대신 디젤 배출가스를 줄이는 장치인 EGR 불량 문제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곤욕을 치렀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디젤게이트가 친환경차 판매 성장의 도약점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디젤게이트가 불거진 2016년을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판매가 본격화됐다. 일본산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국산 하이브리드 제품력이 좋아지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2020년부터는 전기차 전문 업체 테슬라의 가세로 순수 전기차의 비중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디젤게이트는 수입사인 한국 법인과는 별도로 독일 완성차 업체의 책임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배출가스를 조작한 차량을 수입,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1심에서 수백억원대의 벌금이 부과됐다. 당시 책임자였던 박동훈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올해 초 대법원에서 독일 본사의 조작을 한국법인에서 인식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법인에는 11억원의 벌금을, 박동훈 전 사장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이 재판 도중 독일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아 논란이 됐다. 벤츠코리아의 전 사장 디미트리스 실라스키 역시 수사 도중 출국한 이후 사장이 교체돼 제대로 된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당시 국내 여론은 “독일 수입차 업체들이 세계에서 드문 디젤 시장인 한국에 디젤차만 팔아먹고 진정성 있는 사과나 후속 조치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거셌다.
아우디는 디젤게이트 이후 다양한 전기차들을 공개하면서 친환경차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젤 라인업을 고수하던 폭스바겐 역시 올해 ID.4를 출시할 계획이다. 벤츠는 엔트리급 전기차 EQA를 5990만원에 출시해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었다. 올해도 EQB, EQE를 비롯한 다양한 친환경 라인업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유호빈 에디터 hb.yoo@cargu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