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널 반겨줘..다시 보고픈 팝업 헤드램프 단 자동차 톱5
난 널 반겨줘..다시 보고픈 팝업 헤드램프 단 자동차 톱5
  • 전우빈
  • 승인 2022.03.22 09:00
  • 조회수 4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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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테스타로사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낮에는 헤드램프 디자인을 볼 수 없었던 스포츠카가 많았다. 차체 안에 숨겨 사용할 때만 올라오는 ‘팝업 헤드램프’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는 히든 혹은 리트랙터블 헤드램프라고 부른다. 헤드램프를 숨긴 덕분에 디자인과 공기역학 측면에서도 이점을 보였다. 또 헤드램프를 사용할 때 스르륵 올라오는 멋은 덤이었다. 상대방을 반겨주는 느낌까지 났다.

코드 810

팝업 헤드램프를 가장 먼저 사용한 양산차는 1936년 출시한 코드 810이다. 양쪽 펜더에 헤드램프를 숨기고 사용할 때 커버를 올리고 내리는 방식이었다. 사실 코드 810 이전에도 팝업 방식을 선보인 브랜드가 있었다. 알파로메오는 1935년 런던 모터쇼에서 당시 경주용 차처럼 헤드램프를 숨긴 8C 2900A를 선보였다. 팝업 헤드램프가 널리 퍼진 계기는 미국 법규 때문이다. 과거 미국은 헤드램프 디자인을 한 가지로 통일했고 높이에 대한 규정을 정했다. 당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을 보유한 미국을 포기할 수 없었던 많은 제조사는 팝업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이후 1980년대 법 개정으로 헤드램프 디자인 제한은 없어졌다.

전격 Z작전 키트(폰티악 파이어버드 바탕)

한동안 전성기를 누리던 팝업 헤드램프는 많은 단점으로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유물이 됐다. 헤드램프를 올리기 위한 장치는 구조적으로 복잡하고 무거웠다. 공기역학적인 장점도 닫았을 때만 적용된다. 사용 시에는 도리어 공기 저항이 발생해 소음도 많다. 복잡하고 무거운 팝업 헤드램프는 무게 배분, 조향 감각, 사고 발생 시 높은 수리비 등 단점이 더 많아 사라졌다. 또 보행자와 사고가 났을 경우 보행자 안전에 큰 영향을 줘 안전상의 이유도 한몫했다. 이제는 볼 수 없어 더 보고 싶은 팝업 헤드램프. 팝업 방식을 사용한 자동차 중 여전히 멋지고 특이한 다섯 대를 뽑아봤다.  

 

TOP 5. 포르쉐 928(1977~1995)

포르쉐 928

포르쉐 하면 특유의 디자인이 떠오른다. 동그란 헤드램프는 포르쉐 디자인 중 가장 아이코닉한 부분이다. 포르쉐와 팝업 헤드램프는 접점이 없어 보인다.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다. 924, 928, 944, 968 등 다양하다. 911도 일부 모델에서 장착한 적이 있다. 여러 후보에서 카가이가 선택한 포르쉐는 928이다. 포르쉐가 20여 년 가까이 생산한 GT로 1990년 국내에도 선보인 적이 있다. 928은 포르쉐 순혈주의자가 보기엔 성에 차지 않는 모델이다. 복서 엔진도 공랭식도 아니다. 또 엔진을 뒤에 달고 뒷바퀴를 굴리는 RR 방식이 아니다. 928은 프론트 엔진, 후륜구동인 FR 방식이다.

928은 아우디 5기통 엔진 두 개를 엮은 V10 4.6L를 얹을 계획이었다. 내부 반대로 인해 아우디 엔진 대신 자제 개발한 V8 엔진을 장착했다. 새 엔진 코드네임은 M28. 배기량은 초기 3.3L였으나 개발진이 양산 모델에는 4.5L로 키웠다. 배기량이 커져 출력도 증가했다. 180마력에서 유럽형 237마력, 북미형은 219마력이다. V8 4.5L 수랭식 엔진을 단 928은 1977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다. 팝업 헤드램프를 달았음에도 램프 자체는 숨기지 않았다. 둥그런 헤드램프 부분만 올라오는 방식이다. 모듈을 구성해 덩어리로 움직이는 다른 팝업 헤드램프 차와는 조금 다르다.

 

TOP 4. 쉐보레 콜벳 2, 3세대(1963~1967, 1968~1982)

쉐보레 콜벳 2세대

팝업 헤드램프를 마지막으로 적용한 양산차는 쉐보레 콜벳 5세대다. 1997년에 출시해 2004년까지 판매됐다. 콜벳은 2세대부터 팝업 헤드램프를 사용했다. 그 중 카카이 선택은 2세대와 3세대다. 롱노즈 숏데크 정석인 직선 라인과 울룩불룩한 펜더, 거대한 뒷유리창은 지금 봐도 매력이 넘친다. 특히 2세대 모델 중 뒷유리가 나눠진 1963년형 ‘스플릿 윈도우’는 가장 아름다운 콜벳으로 뽑힌다.

쉐보레 콜벳 3세대
2세대 헤드램프 작동 모습

3세대 콜벳은 2세대 디자인을 더욱 개선했다. 앞부터 뒤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잔뜩 부풀린 펜더 덕분에 파도와 닮았다. 3세대는 14년 동안 생산됐다. 요즘 세대교체 주기가 평균 7년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길다. 3세대가 생산되는 동안 미국 자동차 규정이 바뀌어 초기형과 중기형, 후기형 모습이 다른 점도 특징이다. 헤드램프는 볼륨감 넘치는 펜더가 있어 보닛 가운데로 몰았다. 주관적 의견으로는 2, 3세대 모두 헤드램프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 더 멋지다. 헤드램프가 올라오면 콜벳의 매력은 반으로 줄어드는 느낌이다.

 

TOP 3. 기아 엘란(1996~1999)

기아 엘란

국내 자동차 중 유일하게 팝업 헤드램프가 장착됐다. 물론 베이스는 영국 태생이다. 기아는 로터스 엘란 설계와 생산라인을 수입해 국내에서 만들어 판매했다.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뚜껑이 열리는 2도어 스포츠카답게 가격도 비쌌다. 2750만 원으로 당시 모든 옵션을 더한 중형 세단이 1500만 원 정도였다. 중형차보다 두 배 정도 비싼 가격도 기아가 손해를 보고 파는 가격이었다. 엘란 1대를 제작할 때 3000만원(1만 대 생산 기준)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 세금을 더하면 4000만 원에 팔아야 했다. 심지어 단종까지 1000여 대만 판매해 실제 제작 단가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엘란은 기아에 있어 아픈 손가락이다. 대당 1300만 원이 넘게 손해를 보면서 판매했다. 높은 가격으로 소비층이 한정됐고 IMF 이후 소비층은 거의 없었다. 이후 기아그룹 해체, 현대자동차 인수 등을 겪으며 엘란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엘란은 한때 기아 실패의 상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다행히 지금은 운동 성능과 디자인, 팝업 헤드램프 등 당시 흔히 볼 수 없었던 조합을 유일하게 보여준 차로 더 많이 기억된다.

 

TOP 2. 페라리 F40(1987~1992)

페라리 F40

공동 1위라고 봐도 무방하다. 가나다순에 따라 2등이다. 페라리 F40은 특별하지 않은 모델이 없는 페라리 중에서도 명작으로 불리는 차다. 페라리 창업 40주념 기념 모델이자 창업주 엔초 페라리의 마지막 유산으로도 유명하다. 엔초가 F40을 제작할 때가 90세였다고 한다. F40은 페라리 자존심 때문에 태어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슈퍼카 전쟁이 한창이던 1980년대 라이벌인 포르쉐 959를 선보였다. 이 모델은 최고속도가 시속 320km를 넘겼다. 이에 질 수 없던 페라리는 F40을 내놨다. V8 2.9L 트윈터보 엔진을 달고 최고출력 485마력, 최대토크 58.8kg.m를 발휘했다. 최고속도는 시속 324km. F40은 달리기에만 치중했다. 내부에는 오디오, 글러브박스, 가죽, 카펫, 도어 장식 등이 없다. 심지어 문손잡이는 끈으로 마감하고 테스트 모델에는 에어컨도 없었다. 페라리는 F40 외에도 많은 팝업 헤드램프 모델을 선보였다. 1970~1990년대 초까지 나온 모델은 대부분 팝업 헤드램프가 적용된다. 많이 알려진 모델로 테스타로사가 있다.

 

TOP 1. 람보르기니 쿤타치(1974~1990)

람보르기니 쿤타치

람보르기니 하면 떠오르는 날카로운 디자인은 쿤타치부터 시작됐다. 양산형 V12 미드십 최초 모델인 미우라의 후속작이다. 197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디자인은 마르첼로 간디니가 맡았다. 미우라부터 쿤타치, 디아블로까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비엠더블유 5시리즈 1세대, 부가티 EB110 등을 디자인했다. 문이 위쪽으로 열리는 시저스 도어도 쿤타치에 처음 적용됐다. 쿤타치 양산형은 1974년부터 판매했으며 1990년 디아블로가 나오면서 람보르기니 V12 플래그십 바통을 넘겨줬다.

쿤타치 LPI 800-4

쿤타치 초기형은 콘셉트카와 다르게 V12 4.0L 엔진을 달았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는 V12 5.0L 장착했다. 초기 모델로 성공을 거둔 람보르기니는 8년 뒤 V12 5.0L 엔진을 장착한 ‘LP500 S’ 선보였다. 이후 쿤타치는 배기량을 5.2L까지 높였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50주년 기념으로 쿤타치를 깜짝 부활했다. 이름은 쿤타치 LPI 800-4. 쿤타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달았다. 팝업 헤드램프는 장착하지 않았다.

포르쉐 944

팝업 헤드램프는 다시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 계속 변화하는 안전 규제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기술 발달로 헤드램프가 점점 진화함에 따라 팝업 장치를 적용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지금 시대에 팝업 헤드램프가 설 자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드램프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트로엥 DS7 크로스백에는 시동을 걸면 LED가 내부에서 회전하며 팝업 비슷한 느낌을 낸다. 

 

전우빈 에디터 wb.jeon@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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