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봐도 명차였지..다시 보고픈 국산 2도어 톱5
지금봐도 명차였지..다시 보고픈 국산 2도어 톱5
  • 전우빈
  • 승인 2022.03.29 09:00
  • 조회수 3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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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티뷰론 컨버터블 콘셉트

일부 수억 원대 고가 차량을 제외하면 더이상 수입차는 부의 상징이 아니다. 수입차 보급이 빠르게 늘면서 소비층도 중산층까지 확대됐다. ‘수입차=좋은차’라는 등식도 이제 옛말이다. 전기차로 트렌드가 바뀐 요즘, 국산 전기차는 해외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국산차가 수입차와 대등한 위치에 설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과거 기술과 제조 품질이 떨어진 국산 명차 가운데  ‘요즘 기술로 다시 태어난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본다면 어떨까.  성능이나 품질은 수입차와 비교하기 힘들지만 감성만은 한 수 위다. 우선 다시 보고 싶은 2도어 국산차를 한 번 뽑아봤다.

TOP 5. 대우 라노스 로미오

대우 라노스 세단

1990년대 왕성한 활약을 했던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가 르망 이후 만든 소형차로 씨에로 후속작이다. 디자인은 포니, 레간자, 매그너스, 렉스턴 등으로 국내에서 유명한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맡았다. 라노스는 1996년 첫 출시 당시 4도어 세단으로만 선보였다. 일 년 뒤 라노스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라노스 로미오는 3도어 해치백, 줄리엣은 5도어 해치백이다. 흥미로운 점은 로미오와 줄리엣은 크기와 파워트레인이 같다. 두 모델 모두 1.3L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84마력, 최대토크 13.4kg.m를 냈다. 3도어 모델에 로미오로 이름을 정한 배경에는 당시 시대상이 반영돼 있다. 과거에는 지금과 달리 스포티하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남성에게 많이 부여하던 시절이었다.

(좌) 라노스 로미오 (우) 라노스 줄리엣

이후 1999년 라노스 로미오와 줄리엣 스포츠가 등장했다. 앞뒤 범퍼 디자인을 살짝 손보고 테일램프 디자인을 바꿨다. 실내에는 스포츠라는 이름에 걸맞게 레드 컬러 인테리어를 옵션으로 선보였다. 로미오에 좀 더 강력한 성능을 주고 싶었던 대우는 로미오 스포츠 엔진을 바꿨다. 1.3L SOHC 엔진은 1.5L DOHC 엔진으로 교체했다. 캠축과 배기량이 늘어난 엔진은 최고출력 110마력, 최대토크 14.3kg.m까지 끌어 올렸다. 이후 1.6L 엔진도 선보다. 아쉽게도 당시 소형차 세금 기준을 넘어서 많이 팔리지 않았다. 2000년에 부분변경 모델(라노스 2)을 선보이며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라졌다. 당시 정우성이 모래사장에서 드리프트를 하며 ‘사랑해’를 쓴 광고는 지금도 회자된다. 물론 라노스 2는 광고만큼 기억되지 않는다.  

 

TOP 4. 현대 프로 엑센트

현대 엑센트 세단

현대차 엑센트는 이번 순위에 오른 모델 중 명맥을 최근까지 이어온 모델이다. 중간에 베르나에 자리를 넘겨주며 단종을 겪기도 했지만 11년 뒤 부활했다. 소형차 시장이 줄어들고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2019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엑센트는 국산 소형 세단 역사에서 강렬한 인식을 남겼다. 1994년 엑셀 후속으로 선보인 엑센트는 주요 부품 대부분을 국산으로 만들었다. 각진 부분이 없는 둥글둥글한 보디와 화사한 컬러는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또 소형차에서 처음으로 ABS와 운전석 에어백을 옵션으로 제공했다.

프로 엑센트

엑센트 출시 4개월 뒤 현대는 3도어와 5도어 해치백 모델을 선보였다. 3도어는 프로 엑센트, 5도어는 유로 엑센트로 불렸다. 프로와 유로 엑센트는 정통 해치백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해치백보다는 뒤가 조금 짧은 세단과 비슷하다. 이를 테라스 해치백이라고 부른다. 당시 현대는 세미 노치백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모델 성격에 따라 파워트레인을 바꾸지만 과거에는 파워트레인은 같고 모습만 다른 버전이 많았다. 엑센트도 모습만 달랐다. 출시 후 3년 뒤 부분변경 모델인 뉴 엑센트가 나왔다. 앞뒤 모습이 바뀐 세단 모델과 달리 프로 엑센트 앞모습은 거의 변화가 없다. 테일램프와 뒤 범퍼가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프로 엑센트 TGR 3D 모델링(출처:HUM3D)

프로 엑센트를 이야기하면 빠질 수 없는 게 ‘프로 엑센트 TGR’이다. 1997년 한국 모터 챔피언십에서 엑센트가 포디움을 모두 석권하면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현대는 이를 기념해 DOHC 엔진, 14인치 알로이 휠, 튜닝 서스펜션 등을 장착한 프로 엑센트 TGR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또 프로 엑센트 TGR을 바탕으로 경주용 차에 가깝게 바꾼 ‘프로 엑센트 레이싱’도 500대 한정으로 판매했다.

 

TOP 3. 현대 스쿠프

현대 스쿠프

스쿠프는 많은 사람이 한때 선망했고 다시 보고 싶은 차로 선택하는 차다. 국내 완성차 제작사가 최초로 선보인 쿠페형 자동차이자 스포츠 루킹카다. 1990년 출시 당시 국내 자동차 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 유려한 디자인과 문 두 짝만 달린 스쿠프는 젊은층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스쿠프는 엑셀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초기 버전은 최고출력 97마력을 발휘했다. 최고속도는 시속 174k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12.1초가 걸렸다. 스포츠카를 표방했을 뿐 성능은 따라오지 못했다.

1991년 현대가 독자 개발한 알파 엔진을 얹은 모델이 추가됐고 뒤이어 국산차 최초로 과급기를 단 터보 모델도 선보였다. 스쿠프 터보는 과급기의 도움을 받아 제로백 9.1초, 최고속도 시속 200km를 넘는 등 국내 ‘최초’ 타이틀을 여럿 거머쥐었다. 이후 1992년 부분변경을 선보였고 1996년 티뷰론에 자리를 물려주며 단종됐다. 스쿠프를 스포츠카로 보는 시선도 많다. 정확히는 스페셜티 카(Specialty Car)다. 스포츠카가 아니라고 해서 스쿠프를 평가절하하지 않는다. 티뷰론, 투스카니로 이어지는 스페셜티 카 명맥과 후륜구동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를 선보이게 한 발판이기 때문이다.  

 

TOP 2. 기아 엘란

기아 엘란

비운의 스포츠카, 기아 실패의 상징 등 안타까운 수식어가 가득한 기아 엘란을 2위에 올렸다. 엘란은 다들 알다시피 영국 로터스가 개발한 2인승 경량 스포츠카다. 1995년 기아는 로터스 엘란 설계와 생산라인을 수입해 국내에서 제작했다. 오리지널 엘란 엔진은 라이선스 문제로 가져오지 못해 세피아와 크레도스에 얹었던 엔진을 손봐 장착했다. 그렇게 장착된 엔진이 T8D 하이-스프린트 엔진이다. 당시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회전 엔진으로 최고출력 151마력, 최대토크 19.0kg.m를 발휘했다. 변속기는 세피아에 장착된 것을 기반으로 한 5단 수동변속기다.

엘란은 날렵한 디자인과 팝업 헤드램프, 뚜껑이 열리는 2인승 스포츠카, 고회전 엔진 등 인기 요소가 가득했다. 기아는 성공을 점쳤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당시 판매가격이 2750만 원으로 풀옵션 중형 세단이 1500만 원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비쌌다. 중형차보다 두 배 정도 비싼 가격에도 기아로서는 만들면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엘란을 제작하는 데 3000만 원 이상이 필요했다. 또 여러 가지 세금을 생각하면 4000만 원에 팔아야 손해를 보지 않았다. 비싼 가격에 IMF 위기가 오고 기아그룹이 해체되면서 결국 1999년 단종됐다.

 

TOP 1. 대우 르망 이름셔

대우 르망 GTE

르망은 대우가 만든 최초 전륜구동 승용차다. 당시 후륜구동 승용차 위주로 선보인 대우차로는 큰 변화였다. 대우 르망은 GM 월드카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GM 산하 오펠과 대우, 폰티악이 함께한 월드카 프로젝트는 각자 장점이 있는 분야를 담당했다. 오펠이 개발을 맡고 대우가 생산, 폰티악이 판매를 하는 방식이었다. 르망은 오펠 카데트 E를 바탕으로 한다. 파워트레인과 실내외 일부를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다. 출시 초기 르망은 1.5L 엔진을 달아 최고출력 88마력을 발휘했다. 출시 3개월 뒤에는 3도어 해치백 모델인 르망 레이서를 선보였고 디자인 일부와 전자식 계기판을 단 르망 GTE도 뒤따랐다. 1988년에는 5도어 해치백인 르망 펜타-파이브와 최고출력 96마력을 내는 1.6L TBi(전자제어 연료분사방식) 트림도 추가했다.

르망 레이서

르망은 당시 소형차 중에서는 유선형 디자인과 낮은 공기저항 계수(0.32Cd)로 유명했다. 또 최고속도 시속 170km로 동급은 물론 상위 차량보다 더 빨랐다. 고속 안정감이 호평을 받았다. 르망 레이서는 르망보다 더 가벼운 차체와 낮은 공기저항 계수로 최고속도가 시속 180km에 달했다. 외관과 성능 등 다방면으로 장점이 부각되면서 계약 시작 후 50일 만에 1만여 대가 판매됐다.

르망 이름셔

르망은 다양한 변형 모델을 선보였다. 레이서, 펜타파이브, 임팩트 등 다양한 르망 중 아직까지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름이 있다. 바로 르망 이름셔다. 이름셔는 오펠 튜너로 유명한 독일 회사다. 르망 이름셔는 말 그대로 르망을 이름셔에서 손봐 제조사가 공식 출시한 튜닝 모델이다. 이름셔 튠업을 거친 2000cc 엔진과 전용 휠, 형상기억 소재로 만든 에어로 파츠, 포르쉐 제작 서스펜션, 레카로 버킷 시트, 고급 오디오 등 최고급만 모아 만들었다. 고급 제품을 대거 장착해 판매가격도 비쌌다. 상위 모델인 당시 준대형 세단인 프린스보다 비싼 가격에 결국 1년 만에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순위에 오른 모델 외에도 다양한 국산 2도어가 나왔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현대 티뷰론, 기아 프라이드 3도어, 포르테 쿠페, 쌍용 칼리스타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젠 박물관에서나 만날 법한 모델이다. 해외처럼 복원 관련 분야가 활성화된다면 전기차로 볼 가능성도 있다.   

 

전우빈 에디터 wb.jeon@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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