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직격탄 맞은 자동차 산업…원자재난 누가 공급했나
전쟁 직격탄 맞은 자동차 산업…원자재난 누가 공급했나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2.04.18 09:00
  • 조회수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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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두 대의 기가프레스가 프리몬트 공장에서 가동 중이다. [teslarati]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의 기가프레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원자재 공급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조업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 산업은 이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공급망 차질, 노동력 부족 등 다양한 과제를 떠안고 있었다. 여기에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원자재값 급등이라는 새로운 시련을 가져왔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 판매량도 감소하는 등 타격이 현실화한다. 특히, 러시아에서 판매량 높은 르노-닛산-미쓰비시와 현대자동차 그룹, 폭스바겐 그룹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각 완성차 업체들의 러시아에서의 전세계 판매량 비중은 7.8%, 5.7%, 2.5% 등이다. 단기적으로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전쟁이 장기화 할수록 타격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나기 전 올해 러시아 판매 목표를 현대자동차 21만4000대, 기아 23만9000대로 잡았다.

판매뿐 아니라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자동차 생산량은 미미한데 반해 러시아는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2%를 담당한다. 대부분 러시아 내수 시장을 위한 생산 시설이다. 대표적으로 르노-닛산-미쓰비시와 현대자동차그룹, 폭스바겐그룹의 현지 공장이 있다. 이들 업체는 정상 가동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내수가 약 29%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자동차 생산이나 판매보다 더 큰 문제는 원자재 난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거대한 국토를 바탕으로 막대한 양의 원자재를 생산하고 있다. 네온, 팔라듐, 백금, 선철, 니켈, 알루미늄 등이 대표적이다.

1. 네온

네온은 반도체 제작 공정 중 하나인 리소그라피에 사용되는 헬륨-네온 레이저 가스 중 96%를 차지한다. 전세계 유통되는 네온 가스의 70%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다. 문제는 네온 가스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는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우크라이나 네온 의존도는 상당하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를 겪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정 중 네온의 사용량을 줄이면서 최대 6개월치의 재고를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당장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지만 장기화된다면 반도체 공급에 더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2. 팔라듐

팔라듐은 자동차 배기 시스템 제작업체들이 가장 많은 양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세계 팔라듐 수요의 84.7%를 자동차 촉매제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세계 팔라듐 생산량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25.7%를 차지한다. 2위가 러시아다. 러시아 팔라듐 생산은 24.5%다. 1위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근소한 차이다.

아직까지 팔라듐 공급 지연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현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3. 백금

백금은 자동차 촉매제와 배기 시스템 생산에 사용되는 주요 원자재다. 전세계 백금 생산량에서 가장 높은 39.4%가 촉매제와 배기 시스템 생산에 소비되고 있다. 주요 생산국으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전세계 백금 공급량의 55.9%를 차지한다. 2위 생산국이 러시아로 7.6%다. 

4. 선철

선철은 전기 아크 원자로를 사용하는 철강 생산의 원자재로 사용된다. 북미 지역의 철강 생산량의 70% 가량이 전기 아크 원자로를 이용한다. 미국의 철강 회사들은 공정에 사용되는 선철의 상당량을 러시아(38.9%)와 우크라이나(29.8%)로부터 수입해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미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미국 철강회사들은 브라질산 선철 수입량을 늘리거나 대안으로 직접 환원철을 사용해 대처하고 있지만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 지난 몇 주 사이에 열연코일 강재의 선물 가격이 톤당 900달러에서 1500달러까지 치솟았다.

5. 알루미늄

알루미늄 생산량은 중국이 압도적인 1위다. 전세계 물량의 절반 이상(56%)을 중국에서 생산한다. 러시아는 중국,인도에 이은 3위의 알루미늄 생산 국가다. 전세계 알루미늄 생산량 중 6%를 차지한다. 알루미늄은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수급이 불안정한 대표적인 원자재다. 중국이 공급하는 알루미늄은 에너지난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문제가 커졌다. 알루미늄 공급난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런던금속거래소는 알루미늄의 가격이 최대 20% 상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6. 니켈

니켈은 자동차 생산에 있어 굉장히 주요한 원자재 중 하나다. 스테인리스강이나 기타 합금강을 생산하는 합금 공정에 주로 사용된다. 또한 순수 전기에 장착되는 배터리 가격의 1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원자재로 꼽힌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가격 상승이 가장 극심한 원자재 중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는 전세계 니켈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세게 3위의 생산국이다. 1,2위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으로 각각 29.6%와 15.6%를 차지한다. 문제는 러시아가 배터리에 사용할 1등급 니켈 1위 생산국이라는 점이다.

최근 사태가 벌어진 이후 니켈 가격이 순간적으로 톤당 10만달러를 넘기도 했다. 현재는 3만달러 수준을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까지 니켈의 가격은 톤당 2만달러를 넘지 않았다. 니켈 외에 배터리 생산의 주요 원자재인 망간, 리튬, 코발트 가격 역시 빠르게 상승 중이다.

와이러링 하네스(사진 출처=우진 홈페이지)
와이어링 하네스(사진 출처=우진 홈페이지)

위에 언급된 원자재 외에 자동차의 혈관 역할을 하는 전기 다발인 '와이어 하네스' 공급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세계 10대 와이어 하네스 제조사 중 상당 수가 우크라이나에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10위 규모의 와이어 하네스 생산국이다. 전세계 생산량의 3.4%를 차지한다. 와이어 하네스 공급 1위인 멕시코(18.5%)를 제외하면 2위부터 10위까지 생산국의 수출량 비중은 한 자리 수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우크라이나 대신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와이어 하네스를 공급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와이어 하네스 공급업체 외에 전자제품(4개 공급사), 자동차 좌석(3개 공급사), 플라스틱 제품(2개 공급사), 난방 시스템(1개 공급사) 및 자동차 스타터(1개 공급사) 공급업체가 위치한다. 일부 공급사들은 수 개월 전 일부 부품의 공급처를 우크라이나 외부로 옮기는 방법을 택했다. 문제는 새로운 시설에서 일할 인력 수급이나 트레이닝 등을 거치면 생산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사가 생산 감소와 고정비 증가, 원자재 및 물류비용 증가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상하이 봉쇄령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상황을 유연하게 바라보며 대처해야 한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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