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트레일러 끄는 편안한 SUV..미국보다 500만원 싼 쉐보레 타호
[시승기]트레일러 끄는 편안한 SUV..미국보다 500만원 싼 쉐보레 타호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2.04.18 14:00
  • 조회수 2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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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타호 다크나이트
쉐보레 타호 다크나이트

쉐보레 타호는 SUV 본고장인 북미에서도 풀사이즈 SUV 세그먼트에 속하는 인기 차량이다. 국내에는 2019년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눈도장을 찍었다. 2년이 넘어서야 한국GM은 지난달 타호를 국내 출시했다. 2019년 미국서 공개한 5세대 최상위 트림인 하이컨트리다. 처음 타호의 국내 출시 가격이 공개된 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억에 가까운 9253만원부터다. 쉐보레에서 이렇게 비싼 차량을 국내 선보인 것은 물론 이 정도 가격이면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를 노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가격 논란과 별개로 타호의 올해 도입 물량 전부가 완판됐다. 시승을 마치고 차를 반납하면서 ‘비싼 가격’은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걸 깨닳았다. 내외관 구성과 V8 6.2L 파워트레인을 접하고 나니 1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오히려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타호는 한국GM이 판매하는 콜로라도, 트래버스, 카마로, 볼트EV, 볼트 EUV 등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생산하는 사실상 수입차다. 풀사이즈 SUV로 분류되며,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보다 윗 급에 위치한다. 시승차 풀네임은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 다크나이트'다. 이름만큼이나 차체도 길다. 전장 5352mm, 전폭 2057mm, 전고 1925mm, 휠베이스 3071mm다.  아파트 주차장 가운데 세우면 좌우 차량이 불편해질 정도로 웬만한 대형 SUV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거대하다.

세대 변화를 거치면 세련된 인상으로 변화한 전면부는 도로를 압도한다. 거대한 그릴은 브론즈 색상으로 칠했다. 색상의 이름은 고드릭 액센트를 가미한 갈바노 크롬이다. 최근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 트래버스에서도 볼 수 잇는 디테일이다. 상황에 따라 여닫는 액티브 셔터 그릴을 추가해 연료 효율 향상에 기여한다. 헤드램프는 차체 크기에 비해 작게 디자인됐다. 그릴과 일체감 있게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최근 출시한 차량들은 헤드램프와 그릴의 경계를 허물며 좀 더 와이드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측면은 대형 SUV의 위풍당당을 보여주듯 각진 디자인이다. 차량이 워낙 커 22인치 휠이 그다지 커 보이지는 않는다. 윈도우 라인 아래에 굵게 그린 캐릭터 라인은 헤드램프부터 테일램프까지 길게 연결된다. 타호만의 직선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두터운 C필러는 강인한 인상을 준다.

후면은 기교가 없다. 직선을 이용해 단순하게 디자인했다. 아쉬운 부분은 테일램프. 1억이라는 금액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구성이다. LED를 사용하긴 했지만 램프를 켜야만 활성화되는 미등에만 적용했다. 이 외에 브레이크등, 방향지시등, 후진등은 벌브 타입이다. 특이한 점은 후면 유리만 별도로 개방할 수 있는 점이다. 1세대 싼타페와 쏘렌토에도 적용됐던 기능이다. 범퍼 하단에는 좌우 각각 두 개씩 동그란 배기구가 자리잡았다.

시승차량은 다크나이트 패키지가 적용되어 있다. 110만원의 추가 옵션이다. LED가 포함된 전면 블랙 보타이, 후면 블랙 보타이, 블랙 타호 레터링, 블랙 하이컨트리 레터링, 보타이 프로젝션 퍼들램프가 적용된다. 휠 캡에 위치한 보타이는 블랙으로 바뀌지 않고 노란색 로고가 박힌다.

도어를 열면 차체 높이가 자동으로 낮아지면서 전동식 사이드 스텝이 나온다. 다락방에 올라 가듯 사이드 스텝을 딛고 올라서야 실내에 탑승할 수 있다. 운전석 공간이 예상보다 넉넉하진 않다. 2m를 넘는 전폭 덕에 여유로움은 있지만 앞뒤 사이즈가 생각보다 좁은 느낌이다. 고른 무게 배분을 위해 차체 안 쪽으로 밀어 넣은 거대한 엔진과 프레임 위에 보디를 얹는 방식을 사용한 차량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점이다. 이전 세대 대비 휠베이스가 125mm 길어져 2열부터는 상당히 여유롭게 느껴진다.

타호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형제 모델이다.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이 모두 동일하다. 두 모델의 가격 차이는 5천만원 정도다. 이런 격차는 실내 소재에서 찾을 수 있다. 38인치 대형 파노라마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에스컬레이드의 실내를 상상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타호는 실용적이다. 대신 가장 최상위 트림인 하이컨트리답게 마감재는 고급이다.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나 타호에만 적용된 독특한 기능은 없다. 대부분의 조작은 운전석 좌우에 마련된 수 많은 버튼을 통해서 가능하다.

계기반은 12인치로 최신 차량들에서 볼 수 있는 크기다. 해상도가 높고 다양한 테마를 마련해 운전자의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계기반과 센터 디스플레이에 화려한 웰컴 동영상(?)을 재생한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다. 센터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10.2인치 계기반에 비교하면 다소 작다. 기본 제공되는 네비게이션도 뺐다. 대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연결한다. 연결 속도가 빠르고 신뢰도가 높다. 센터 디스플레이를 터치 하지 않고 다이얼을 통해 조작할 수도 있다. 운전석과 조금 멀어 팔을 쭉 뻗어야 간신히 닿는다.

공조기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좌우 독립으로 조절할 수 있다. 온도는 각각의 다이얼에 표시된다. 풍량은 별도의 정보창이 없어 센터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앞좌석에서 2,3열 공조기를 조작할 수도 있다. 버튼을 누르면 센터모니터에 정보가 표시돼 터치로 조작한다.

공조기 장치 아래에는 두 개의 USB 충전포트와 12V 파워 아울렛, 그리고 커다란 무선 충전 패드가 자리한다. 두 개의 컵홀더와 큰 면적의 센터 콘솔 박스도 존재한다. 2L 생수병을 세워서 넣을 수 있을 정도다. 센터 콘솔 외에 센터 디스플레이 좌측에 입구는 좁지만 깊은 수납공간이 달려있다.

편의장비는 다양하다. 먼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15인치로 대형이다. 계기반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대표적으로 운전자 주행보조 시스템과 오프로드 관련 정보다. 룸미러는 디지털 방식이다. 최근 출았다. 전동으로 조절되는시되는 쉐보레와 캐딜락 차량에서 자주 보인다.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거나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도 선명한 후방 시야를 확보 할 수 있다. 1열 시트는 방석과 등받이를 구분해 뜨거운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열선과 3단계로 조절되는 통풍 기능을 적용했다. 스티어링 휠에도 열선 기능이 장착된다. 스티어링휠 왼 편으로 다양한 버튼이 존재한다. 여기서 구동 방식, 서스펜션의 높이, 드라이브 모드, 360도 카메라, 차선 이탈방지 장비, 220V 인버터, 주차센서, 힐 디센트, 아이들링 스톱, 전자 브레이크 등을 조작할 수 있다.

트래버스보다 휠베이스는 소폭 잛지만 거대한 차체 크기만큼 2,3열 공간도 충분하다. 2열 레그룸은 최대 1067mm, 3열은 886mm다. 무늬만 7인승인 SUV가 아닌 3열까지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1열 시트 뒤로 두 개의 12.6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 2열 승객을 위한 편의장비다. 센터 콘솔 뒤에 위치한 HDMI포트 활용해 미디어 시청이 가능하다. 또한 기본 제공 품목인 두 개의 무선 헤드폰을 사용하면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다. 2,3열 온도도 별도 조절이 가능하다. 풍량과 풍향도 설정할 수 있다.

2열과 3열 시트 머리 위쪽에 송풍구가 달려있다. 2열 시트는 열선 기능을 포함한다. 2열 사용 빈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열 유리에 선쉐이드가 빠진 점은 아쉽다. 3열은 3인승으로 구성된다. 3명이 앉기에는 비좁지만 성인 두 명은 넉넉하게 탑승할 수 있다. 최근 시승해 본 SUV 3열 중 가장 안락하게 느껴진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722L다. 트렁크에 위치한 버튼을 눌러 3열 시트를 전동으로 접고 펼 수 있다. 해당 버튼은 1열 천장에도 부착된다. 2열을 접는 것은 버튼으로 가능하지만 펼 때는 수동이다. 모든 시트를 폴딩하면 최대 3280L의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바닥이 평평해 부피가 큰 짐을 싣거나 최근 유행하는 차박도 가뿐하다.

타호에는 V8 6.2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매치된다.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3kg.m의 힘을 낸다. 시동을 걸면 특유의 우렁찬 소리가 지축을 흔든다. 변속 다이얼은 센터페시아에 버튼식으로 달려 있다. P와 N은 누르는 방식, R과 D는 당기는 방식이다. 특이한 점은 L 버튼이다. 좌우로 +와 – 버튼이 있다. 일반적인 수동 변속 방식과 상이하다. 가령, 5단으로 설정하면 그 이상 단수를 쓰지 않는다. 무거운 짐을 싣거나 중량이 나가는 트레일러를 끌었을 때 고단 기어 사용으로 인한 출력 손실을 방지하는 장치다. 변속을 하며 운전의 맛을 살리는 수동 기어와는 성격이 다르다.

타호는 땅을 박차고 나가는 경쾌한 맛은 없다. 대신 시원스럽다.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아 원하는 속도까지 빠르게 올려 놓을 수 있다. 차량의 한계 속도까지 거침이 없다. 고속 영역에서도 안정감이 상당하다.

에어 서스펜션과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적용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확보했다. 바디 온 프레임 방식 특유의 상체와 하체가 따로 노는 느낌을 최대한 덜어냈다. 속도를 높여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면 롤이 느껴지지만 네 바퀴는 노면을 놓지 않는다. 1/1000초 단위로 노면을 파악해 댐퍼의 감쇄력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된 결과다.

드라이브 모드 간의 차이는 체감될 정도로 민감하지는 않다. 대신 자동 레벨링 기능을 갖춘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 느낌이 좋다. 고속에서는 20mm 웅크리고, 오프로드에서는 25mm에서 최대 50mm까지 차고를 높인다. 모든 좌석에서 안락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급한 코너가 없이 직선이 계속되는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느낌이 훌륭하다.

타호의 복합 공인 연비는 리터당 6.8km. 막히는 도심에서는 5km/L 이상을 기록하기 쉽지 않다. 대신 고속에서는 공인 연비보다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새롭게 적용된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기존에 사용하던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한 방식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은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할 때 4개의 실린더가 휴지하는 수준이었다면 새롭게 적용된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17개의 엔진 모드로 상황에 따라 8개의 실린더가 모두 휴지한다. 실제로 주행해 보니 고속도로에서는 8km/L 이상의 연료 효율을 쉽게 기록 할 수 있었다.

타호는 보디 온 프레임의 강성과 V8 6.2L의 강력한 심장을 바탕으로 최대 3402kg의 견인력과 340kg의 수직 하중을 갖췄다. 10m에 육박하는 미국식 대형 카라반을 손쉽게 견인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히치뷰 카메라, 트레일러 어시스트 가이드, 트레일러 모드 등을 기본으로 마련했다.

장거리 여행에 특화된 만큼 타호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 방지 장비,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이 적용되어 있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은 빠져 있다. 이번에 출시한 트래버스 부분변경과 동일한 구성이다. 앞 차와의 간격은 총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을 잡은 손의 힘을 풀면 차는 좌우로 움직이며 차선을 벗어 날 상황에서만 앞머리를 차선 안으로 밀어 넣는다. 한국지엠은 국내 출시 차량에 차선 중앙 유지 장비를 적용하기 위해선 슈퍼 크루즈 혹은 울트라 크루즈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미국 GM 본사가 북미 지역을 제외하면 이를 수행하기 위한 데이터를 아직 쌓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내 출시하는 타호의 가격은 9253만원 시승 모델은 다크나이트 에디션으로 110만원이 추가된 9363만원이다. 동일 구성의 타호 하이컨트리의 미국 판매 가격이 8만1천달러(한화 약 9900만원)를 넘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국내 판매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진다. 반도체 수급 문제로 주차보조 기능 미작동 옵션(-8만 원)을 선택해야만 출고할 수 있다. 추후 반도체 수급이 원활해지면 해당 기능을 무상 장착해준다. 주차 감지 센서에서 소리가 나지 않지만 시트를 통해 진동으로 알림을 준다.

타호는 누구나 탈 수 있는 대중성이 짙은 모델은 아니다. 트레일러를 끌거나 대가족 이동용과 같은 목적이 확실한 고객들에게 적합하다. 이를 캐치한 고객들은 발빠르게 타호를 구매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국내 도입 물량은 완판이다. 타호를 구매하기 위해선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 줄 평

장점 : 넘치는 파워와 넉넉한 실내공간...미국보다 저렴한 가격

단점 : 아파트에 주차하면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 다크나이트

엔진

V8 6.2L 가솔린

변속기

10단 자동변속기

구동방식

파트타임 사륜구동

전장

5352mm

전폭

2057mm

전고

1925mm

축거

3071mm

공차중량

2755kg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m

복합연비

6.8km/ℓ

시승차 가격

9363만 원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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