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비전 EQXX, 한번 충전 1000km 돌파..극강의 경량화+공기역학
벤츠 비전 EQXX, 한번 충전 1000km 돌파..극강의 경량화+공기역학
  • 전우빈
  • 승인 2022.04.17 14:00
  • 조회수 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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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EQXX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EQXX가 한 번 충전으로 1000km를 주행해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테스트 시험장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기록한 결과다. 1000km를 달려도 계기반에는 배터리 잔량이 15% 남아있었다.

벤츠 비전 EQXX는 지난 1월 개최한 ‘2022 CES’에서 프로토타입을 공개한 콘셉트카다. 1회 충전으로 10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게 설계해 이목을 끌었다. 벤츠는 비전 EQXX의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 도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근처 신델핑겐 R&D 센터에서 시작해 스위스 알프스 산맥과 이탈리아 북구를 거쳐 프랑스 남부의 보물이라 불리는 카시스까지 1000km가 조금 넘는 도로를 달렸다.

 

충천구를 봉인하고 1000km 달려

테스트는 독일 아우토반을 비롯한 고속도로, 산악 도로, 오르막 구간, 도심 정체 등 다양한 주행 조건을 경험하면서 진행했다. 속도는 제한 속도에 맞춰 달렸다. 아우토반에서는 시속 140km로 달리는 등 효율 높이기 위해 일부러 애쓴 주행은 아니었다. 외부 온도는 3~15도 등 다소 쌀쌀했다. 실험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독립 인증 기관의 전문가가 동승했고 충전구는 봉인지로 막았다.  

목적지까지 1008km를 달린 비전 EQXX의 주행 시간은 11시간 30분을 조금 넘겼다. 평균 속도는 87.4km/h를 기록했다. 이번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배터리 효율은 대단했다. 1000km를 넘게 주행하고도 배터리 잔량이 15%에 달했다. 트립 컴퓨터에는 140km를 더 갈 수 있다고 나왔다. 전비를 계산해보니 8.7kWh/100km다. 다시 환산하면 11.5km/kWh다. 국산 전기차 중 가장 주행거리가 긴 EV6(5.4km/kWh, 롱레인지 2WD 19인치, 빌트인 캠 미적용)의 복합 전비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높다.

액티브 리어 디퓨저

비전 EQXX가 1회 충전으로 1000km 이상을 주행하고 높은 전비를 달성할 수 있던 이유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엄청난 노력 덕분이다. 먼저 비전 EQXX의 디자인은 공기역학을 최대한 고려했다. 앞바퀴 사이 거리보다 뒷바퀴 사이를 좁게 만드는 등 최대한 유선형에 가깝게 만들고 전면 투영면적을 줄였다. 덕분에 공기저항계수는 0.17Cd로 양산차 중 가장 낮다는 벤츠 EQS(0.20Cd)보다 준수하다. 시속 60km에서 자동으로 전개되는 액티브 리어 디퓨저도 공기 흐름을 개선해 저항을 낮춘다.

타이어도 폭이 작고 구름 저항이 적은 전용 타이어를 사용했다. 구름 저항 등급이 4.7(유럽 기준)인 타이어 사이즈는 185/65/R20으로 폭이 좁고 편평비가 높다. 보통 유럽 기준으로 A등급의 타이어는 구름 저항이 6.5 정도다. 비전 EQXX에 장착된 타이어에는 ENLITEN이라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 기술은 구름 저항과 무게를 최대 20% 가까이 줄여준다. 휠은 20인치로 생각 외로 크다. 공기역학을 위해 구멍을 모두 막아 마치 불판처럼 생겼다.

경량화도 한몫한다. 차 무게를 줄일수록 효율은 높아진다. 비전 EQXX 무게는 1755kg으로 소형차 수준으로 가볍다. 섀시는 F1 기술이 적용된 서브프레임과 알루미늄 브레이크 디스크 등 전기 전용을 사용해 무게를 낮출 수 있었다. 배터리도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비전 EQXX에는 100kWh 용량의 배터리가 장착된다. EQS와 비슷한 용량이다. 부피는 절반에 불과하고 무게도 30% 가볍다.

비전 EQXX 지붕에는 태양 전지판(솔라 루프)을 달았다. 117개 전기로 구성된 솔라 루프는 내비게이션과 같은 보조 전기장치에 전력을 공급한다. 이를 통해 주행 거리를 2% 늘릴 수 있었다. 실제 테스트하는 동안 25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했다.

비전 EQXX 전기 드라이브 트레인은 eATS로 불린다. 이 장치는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팀의 전문가와 협업해 개발했다. eATS를 사용하지 않은 전기차와 비교하면 모터, 인버터, 감속기에서의 에너지 손실을 44% 줄였다. 245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는 뒷바퀴에 출력을 보낸다. 이때 바퀴에 도달하는 에너지 효율은 95%에 달한다. 내연기관에서는 볼 수 없던 엄청난 효율이다. 높은 에너지 효율 덕분에 폐열 발생도 줄였다. 따로 전력을 소비하지 않고 공기를 이용해 냉각할 수 있어 주행거리를 높일 수 있었다.

비전 EQXX는 압도적인 효율을 보이며 가뿐하게 1000km를 주행했다. 통제된 환경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주행하면서 이룬 결과이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아직은 양산하지 않는 콘셉트카라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전기차에 있어 주행거리는 매우 중요하다. 전기차 보급 초기보다 많이 늘어 500km를 가는 전기차도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비전 EQXX는 상용화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생산 원가만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서다. 전기차 분야에 인재가 몰리면서 1000km 이상 가는 양산 전기차 출시는 수 년 내로 멀지 않아 보인다. 

 

전우빈 에디터 wb.jeon@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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