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소형 SUV 베뉴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올해 1~8월 5599대 판매에 그쳤다. 월 700대 수준이다. 조금 덩치카 큰 소형 SUV 코나에 밀리고, 작년 등장한 경차 캐스퍼가 치고 올라오면서다. 이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내년 3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베뉴는 2019년 등장했다. 인도 시장을 겨냥한 전략 모델이지만 국내에서는 소형 세단 엑센트를 단종하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출시됐다. 현대차 라인업에서 경차를 제외하면 가장 저렴한 차량이다. 급증하는 1인 가구를 타깃층으로 설정하면서 ‘혼라이프’를 내걸었다.
실외 디자인은 어른을 흉내 내는 어린아이처럼 느껴진다. 분리형 헤드램프와 대형 전면 그릴은 ‘나는 누가 뭐래도 SUV야’라고 강조하는 듯한 모습이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디테일들을 추가했다. 실내 디자인은 귀여움을 더했다. 저렴한 소재가 아쉽지만 판매 가격을 고려하면 합당해 보인다.
아반떼와 동일한 1.6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무단변속기 IVT와 조합은 뛰어난 연비를 자랑했다. 리터당 12~13km를 어렵지 않게 찍을 수 있는 수준이다.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kg.m 힘을 발휘해 일상 영역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적당한 크기에 2000만원 초반에 구매가 가능한 저렴한 가격은 사회초년생들에게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실제 출시 초기 반응도 괜찮았다. 2019년 7월 출시 후 1만6867대를 팔았다. 1년 3만대도 가능해 보였지만 신차 효과가 급속히 감소했다. 2020년 1만7726대, 2021년 1만3496대로 꾸준히 감소세다.
베뉴의 부진 요인은 캐스퍼의 등장이다. 베뉴는 전장 4040mm, 전폭 1770mm, 전고 1585mm, 휠베이스 2520mm로 경차보다 조금 큰 수준이다. 캐스퍼는 전장 3595mm, 전폭 1595mm, 전고 1575mm, 휠베이스 2400mm다. 작은 차가 필요한 소비자들은 구입할 때 혜택이 큰 캐스퍼를 선택한다. 캐스퍼보다 큰 차가 필요한 사람들은 500만원 이상 더 주고 코나나 투싼 급으로 넘어간다. 편의장비도 캐스퍼보다 떨어진다. 캐스퍼에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은 베뉴에서 선택조차 불가능하다.
그러면서 가성비가 혼탁해졌다. 캐스퍼 가격은 1385만~1870만원이다. 베뉴는 1689만~2042만원으로 200만원 정도 비싸다. 단순히 크기가 크다는 이유로 가격이 비싸고 편의 장비가 떨어지는 베뉴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베뉴보다 크기가 크고 편의장비가 더 많이 포함된 코나, 셀토스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비슷한 이유로 기아 스토닉도 3년 만에 단종됐다. 기아 경차 레이는 오히려 스토닉보다 실내공간이 더 넓다. 소형 SUV 절대 왕좌 셀토스가 등장하면서 스토닉은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2020년을 끝으로 판매를 종료했다.
계약이 줄자 베뉴는 주문생산 방식으로 전환됐다. 지금 베뉴를 계약하면 1년 넘는 대기기간이 필요하다.
줄어든 인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베뉴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에도 출시한다. 이미 지난달부터 기존 계약자에게 현행 모델이 아닌 부분변경 모델을 인도 받는 것으로 공지하고 있다. 베뉴 부분변경은 인도시장에 먼저 공개됐다. 외장 디자인을 더 SUV스럽게 바꾸고 빈약한 편의장비를 보강했다. N라인 모델도 추가해 눈길을 끈다. 국내에도 선보일지 관심사다.
유호빈 에디터 hb.yoo@cargu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