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이 급증하면서 충전 인프라가 도마에 위에 오른다. 10분 이내 끝나는 내연기관 주유와는 달리 전기차는 급속 충전기를 사용해도 평균적으로 30분 이상 소요된다. 전기차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층이 많아지면서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 충전소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많은 사용자들이 몰리면서 한두 시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수도권과 가까운 고속도로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한다. 휴게소 충전기에는 평일 낮시간에도 이용자들이 가득 차 있다. 충전기 주변에는 충전을 기다리면서 대기하는 전기차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배터리 잔량에 여유가 있다면 다음 휴게소로 가지만 주행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전기차는 대기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는 2~3개가 전부다. 최근 충전기를 늘리고 있지만 사업자를 선정하고 충전기를 시공해야 하는 등 오랜 기간이 걸린다.
해결책으로는 초급속 충전 확대가 있다. 초급속 충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충전기 출력도 높아야 하지만 차량도 이런 출력을 받아줄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현대기아에서 출시하는 전용 전기차(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제네시스 전기차, 벤츠 EQS, 아우디 e-트론 GT 등 여러 모델들이 초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작년 12월 제네시스 GV60을 가지고 현대 E-Pit에서 초급속 충전을 경험해봤다. 배터리 50kWh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분에 불과했다. 23분이면 휴게소에 들러 식사를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초급속 충전기가 늘어나면 충전 대기가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지 않는 전기차들이 기존 충전소를 이용하면 된다.
초급속 충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충전기 설치가 필요하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위한 민간사업자를 공고 중이다. 내년 3월까지 충전기 설치를 완료하고 운용을 시작해야 한다. 59개 휴게소에 200kW급 충전기 186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는 131개다. 이미 설치된 충전기보다 더 많은 기기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도로공사 측은 200kW급 듀얼 충전기는 충전기 2기가 아닌 1기로 인정하기로 했다. 동시 충전을 진행하는 경우 각 이용자들의 충전 속도는 100kW 급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로공사에서 공개한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충전기 포트는 DC콤보 1 타입이 기본이다. 자동차 제조사와 무관하게 DC콤보 1(어댑터 포함)커넥터를 채택한 전기차는 해당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테슬라 슈퍼차저와 현대 E-Pit가 들어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테슬라는 독자 포트를 사용한다. 현대 E-Pit은 충전기에서 어댑터 사용을 금지한다.
추가적으로 방수 기능을 지원하는 충전 기기를 설치하고 충전기 주변에 비가림막을 설치해 이용객 편의도 높인다. 최근 충전기 고장도 골칫거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충전기 고장신고 조치를 10회 이상 위반하거나 고장난 충전기를 7일 이상 방치하는 경우가 5회 이상 발생하면 운영이 제한될 수 있음을 공지했다.
이번 충전기 보급 확대로 내년 상반기부터는 고속도로 충전난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충전기 추가 외에도 충전기 유지보수와 충전기 이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이용자 앱 먹통 빈도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유호빈 에디터 hb.yoo@cargu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