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대기 2년반 진실은…중복계약 많아 실제는
출고 대기 2년반 진실은…중복계약 많아 실제는
  • 유호빈 에디터
  • 승인 2022.10.17 09:00
  • 조회수 389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기가 장장 2년 6개월이 필요한 제네시스 GV80

신차 대기기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0월 국산차 납기를 살펴보면 대부분 차량이 지난달보다 대기기간이 길어졌다. 제네시스 GV80 2.5L 가솔린 터보 모델은 무려 2년 6개월에 이른다. 아파트 분양도 아닌데 신차 대기가 국산차 중 가장 길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대부분 1년 6개월은 기본이다.

출고가 길어지는 이유는 이미 많이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부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아직도 차량용 반도체는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까지 지속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수출차가 내수용보다 수익이 높아서다. 고환율 덕분에 대부분 제조사의 생산량은 줄었지만 수익은 훨씬 높아졌다.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 주문 중단
테슬라 모델3는 부품 수급 불안정을 이기지 못하고 주문을 중단했다

문제는 실제 출고까지 대기 시간이 하나도 줄지 않는지에 대한 여부다. 실제 차량을 계약하면 당초 알려졌던 대기기간보다는 짧아지기 마련이다. 출고 대기가 길어지는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은 구매 차량을 결정하기 전부터 우선 계약을 걸어두는 일이 많아졌다. 대부분 브랜드들은 계약금을 내고 계약을 걸어도 언제든지 계약금을 환불받고 취소가 가능하다.

차량 구매를 고려 중인 소비자들은 구매 차량을 선택하기 전 우선 후보군에 있는 차량의 계약을 걸어둔다. 판매점 관계자에 따르면 “출고 대기가 길어지면서 고객당 최소 2~3대 비슷한 신차 계약을 한 뒤 먼저 나오는 차를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제조사는 이익을 내지만 영업사원이 죽을 맛"이라고 한탄했다. 실제 차량이 출고되면 계약을 걸어놨던 나머지 신차 계약은 취소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대기자 순번이 줄어들고 대기가 소폭 단축되는 형태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 5는 1년 6개월가량의 대기가 필요하다

대기기간이 잠깐 줄어도 전기차, 하이브리드 같은 인기 차량 같은 경우에는 최소 1년 가까운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최근에는 차량을 인도 받기 전에 연식변경으로 가격이 수 백만원씩 오르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완성차 업체는 차량 가격은 계약 시점이 아닌 고객 인도 시점을 적용해서다. 대기기간에 풀모델체인지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달 나올 현대차 그랜저다. 계약고객이 이미 8만명을 넘어섰다. 

차량 인도 시간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은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밀려있는 주문량이 워낙 많다. 반자율 주행보조 같은 첨단 기능이 더해지면서 반도체 수요는 더 많아졌다. 가속화된 전동화 흐름도 인도 시기가 늘어나는데 한몫한다. 최근 2년 사이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10배가량 더 많은 반도체가 들어간다. 여러모로 차량 인도가 줄어들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대기 장기화로 ‘자동차 되팔이’ 현상마저 심화되고 있다. 중고차 매매 사이트를 살펴보면 누적 주행거리가 50km도 채되지 않은 신차들이 즐비하다. 해당 차량들을 보면 신차 가격보다 약 10% 가량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신차 가격에 ‘피’(P, Premium)를 붙여 더 비싼 값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 대기가 완화되려면 반도체 및 부품 수급 정상화가 우선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내년 하반기까지 장기 대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유호빈 에디터 hb.yoo@carguy.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