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G90 전자식 슈퍼차저..완숙미 더한 프리미엄
[시승기] 제네시스 G90 전자식 슈퍼차저..완숙미 더한 프리미엄
  • 김태현
  • 승인 2023.05.13 09:00
  • 조회수 8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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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에쿠스로 이어지던 현대자동차 기함은 현대차그룹으로 거듭나면서 2015년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시켰다. 단연 제네시스의 기함은 G90이다. 

 

G90은 출시 이후 약 1년이 흘렀다. 고전적인 고급차 브랜드의 차들과 비교하더라도 모자람이 없는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3년형부터는 전자식 슈퍼차저를 결합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SWB(숏 휠베이스) 모델에도 적용된다. 


이 파워 트레인의 핵심은 연비 증강보다도 기존의 V8 5000cc 엔진을 대체하는 역할에 가깝다. V6 파워 트레인은 1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플래그십 세단에 충분할까라는 생각으로 G90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시승에 임했다.

과거 G90 3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경우에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적용됐다. 기존에는 불균형해 보이는 인상이 강했지만 현행 4세대부터 비로소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외관은 일반 3.5L 모델과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 전면을 크게 감싸는 알루미늄 클램쉘 후드와 MLA 타입 풀 LED 매트릭스 헤드 램프는 제네시스만의 독특하지만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헤드 램프는 두 줄로 이루어져 있다. 렌즈 한 개당 아주 작은 256개의 작은 프로젝션 모듈을 적용한 헤드 램프는 DRL과 방향지시등이 마치 한곳에서 켜지는 듯한 G90만의 독특한 인상을 보여준다.

측면은 전형적인 대형 세단 모습이다. 오페라 글라스까지 적용된 뒷문은 숏바디 모델임에도 앞문보다 그 길이가 길다.

 

운전자보다도 뒷자리의 VIP를 위한 2열 프라이버시 글라스가 적용되어 별다른 틴팅이 없어도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쇼퍼드리븐의 정석을 따랐다.

유일하게 기본 모델과 차이를 두는 것은 새로운 디자인의 21인치 휠에 있다. 오직 3.5 E-슈퍼차저(SC) 모델에서만 선택이 가능하다. 크기가 상당할뿐더러 휠 디자인 디테일이 우수하다. 럭셔리 브랜드다운 디자인이다. 

후면은 좌우로 얇고 넓게 이어진 두 줄 LED 램프가 제네시스만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덕테일처럼 트렁크 리드를 살짝 치켜올려 역동적인 느낌과 동시에 정갈하게 정돈된 요소가 기품 있는 디자인을 완성한다.

실내는 화이트톤의 가죽이 적용되어 단정하고 고급스럽다. 최근의 플래그십 세단들이 극도로 화려한 앰비언트 디자인이나 대형 디스플레이로 치장하는데 반해 G90은 다소 정적인 한국만의 미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여백의 미를 남기고 조화를 중시한 분위기다.


실내 곳곳에는 최고급 소재인 '세미 아닐린 가죽'을 적용했다. 도어 포켓 안쪽이나 스키 스루 내부도 부드러운 패브릭으로 마감했다. 플라스틱이 그대로 노출된 부분이 없다.



스티어링휠은 물론 혼 커버와 스포크까지 가죽으로 마감했고, 도어 트림과 천장까지 손 닿는 대부분의 소재도 고급스럽다. 넉넉한 크기의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도 여전히 만족스럽다.

직조패턴 카본파이버 대신 포지드 카본이 적용된 실내 트림은 불규칙하게 빛을 산란시키며 독특한 고급감을 더한다.

헤드레스트에 스피커가 장착되어 운전자만이 정확하게 음성 안내를 들을 수 있다. 동승객의 편안함과 운전자의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스포츠 모드를 넣으면 좌우 볼스터가 조여진다. 스포티한 운전에 도움이 될 뿐더러 22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운전석은 마사지 시트를 지원하지만 조수석은 뒷좌석 컴포트 패키지2의 영향으로 요추 지지대와 마사지 기능이 제외돼 아쉽다.

시승차는 4인승 모델로 VIP시트가 적용됐다. 이 차의 핵심은 2열이다. 공간은 182cm인 기자가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은데 높게 솓은 센터 콘솔이 좌우를 완벽하게 구분짓는다. 조수석 뒷자리에는 REST 모드를 작동 시키면 퍼스트클래스 부럽지않은 공간이 나온다.

 

조수석 등받이 쪽에는 뒷자리에 앉은 승객이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발판이 있다. 이 발판이 다리 받침과 닿을 듯 가까워 뒷좌석에 타려면 다리 받침을 접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번 연식 변경 모델부터 숏바디에서도 선택이 가능해진 V6 3.5L 트윈터보에 전자식 슈퍼차저가 적용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만날 수 있다. 이름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 적용되어 있지만 실제 운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적다.


시동을 걸면 진동도 없을뿐더러 웰컴 사운드 이외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스타트 모터와 알터네이터를 통합한 48V 모터가 진동 없이 부드럽게 시동을 건다. 벤츠의 EQ boost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시동을 걸고 끌 때뿐만 아니라 스톱 앤 고 가 작동될 때에도 부드럽고 조용했다.

 

415마력의 출력은 절제된 악셀 반응으로 ‘빠르다’는 인상은 아니지만 거대한 차체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5초 정도면 가뿐히 가속한다. 속도 체감도 적어 악셀 페달에 발만 얹고 있어도 금세 130km/h 이상 가속한다. 정숙한 NVH와 넉넉한 출력의 결과다.


시승 동안 기록한 연비는 7~8km/l 수준이다. 항속주행 시에는 12~13km/l까지 기록했다. 대형 세단 치고는 준수한 연비를 보여주지만 기본 모델 대비 600만 원 이상 비싼 가격임에도 눈에 띄는 차이는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3챔버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된 서스펜션은 차의 거동과 승차감 모두를 잡았다. 무거운 차체를 흐트러짐 없이 제어할뿐만 아니라 대형세단 다운 풍요로운 승차감을 누릴 수 있다. 

 

불규칙한 도로와 과속방지턱이 많은 한국에서 갈고닦은 실력 덕분일까. 카메라와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노면의 상태에 따라 능동적으로 차고를 제어한다. 주거지로 들어가면 차고를 올려 방지턱과 요철에 부드럽게 대응하고 고속주행시에는 차고가 내려가 안정적인 주행감각을 뽐낸다. 

후륜조향의 로직은 더 담금질이 필요해보인다. 급격한 조작시에는 딜레이가 발생하는등 뒤가 따로노는 느낌이 강하다보니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넓은 후륜 조향각으로 회전반경이 크게 감소하는것은 일상 주행에서 굉장히 편한 부분이다.

쇼퍼 모드로 주행시 악셀 반응이 둔해지고 브레이크 답력도 리니어하게 변화되는데 대형세단 답게 운전 할수있다는 점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각종 주행 보조 시스템도 빠짐없이 갖췄다. 고속도로에서도 차로 중앙을 정확하게 유지하며, 고속도로 주행보조장치인 'HDA2'를 작동하면 제한 속도나 곡선 구간에 맞춰 스스로 가감속 하고 방향지시등을 켜면 스스로 판단해 차선까지 바꿔준다.

 

터널에 들어가기 전 내기 순환 모드로 바꾸고 창문을 닫아주며, 터널을 통과하면 창문을 다시 원래만큼 열어주는 메모리 기능까지 갖췄다.

1980년대말 토요타는 렉서스를 런칭하며 더이상 저가 대중차만 파는 회사가 아닌 고급차도 만들수있다는것을 세계에 증명했다. 치밀한 소비자 니즈 분석을 통해 탄생한 결과다. 고급차 오너들이 바라는것과 그들의 생활 양식에 걸맞는 모든 요소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결합했다.

 

그런점에서 제네시스 G90은 렉서스의 초창기 모습과 닮아있다. 꾸준한 개선과 소비자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여 세계적인 기준으로도 모자람이 없는 럭셔리와 프리미엄을 담은 기함이 되었다. 불과 8년 전 제네시스 출범때만 하더라도 이렇다할 디자인 언어나 헤리티지도 확립하지 못했다. 현대차 모델과 차별점도 별로 없어 잘 만든 고급차지만 가격이 비싼 '회장님차'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는듯 했다.

 

겨우 8년이 됐는데 이제 제네시스는 럭셔리 브랜드 반열에 올라섰다. G90은 플래그쉽 세단다운 고급스러운 내외장 디자인과 소재, 에어서스펜션과 후륜조향등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하다. 이제는 누군가의 성공을 대변할만한 드림카의 반열에 올라섰다.

 

다만 1억원대 중반까지 높아진 가격이 수입 럭셔리 브랜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E-S/C의 적용으로 플래그쉽 다운 첨단 기술과 성능을 갖췄다는 점에서 추가 점수를 주고 싶다.

 

한 줄 평

장점: 나긋하면서도 성숙한 승차감, 세련된 내외관 디자인

 

단점: 적은 파워트레인 선택권..600만원 추가는 너무 비싸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제네시스 G90 3.5 E-SC

 

엔진

3.5L 트윈터보 48V E-SC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전장

5,275mm

전폭

1,930mm

전고

1,490mm

축거

3,180mm

공차중량

2,175kg

최대출력

415마력

최대토크

56kg.m

복합연비

8.4km/L

시승차 가격

1억 4,3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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