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km시승기] 링컨 네비게이터..1억 중반인데 에어서스펜션 없네
[500km시승기] 링컨 네비게이터..1억 중반인데 에어서스펜션 없네
  • 임정환
  • 승인 2023.05.09 08:30
  • 조회수 4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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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네비게이터는 위풍당당한 외모를 뽐내는 미국형 풀사이즈(초대형) SUV를 대표하는 차량이다. 1997년 1세대 네비게이터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럭셔리 초대형 SUV 시장을 개척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어 나온 1세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당시 GMC 유콘에 캐딜락 뱃지만 붙인 수준이었다.

 

네비게이터는 출시 이후 26년 동안 4번의 풀체인지를 거치며 현재 4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까지 링컨의 기함으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네비게이터 첫 인상은 압도적이다. 미국 풀 사이즈 SUV가 그렇듯 크기와 굵직한 직선이 위풍당당 그 자체다. 5.3m의 전장과 1.9m가 넘는 전고가 주변에 있던 차들을 마치 미니어처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네비게이터는 2021년 4세대 모델을 한국에 출시했고 지난해 9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공개했다. 기존 네비게이터 디자인 완성도가 높았던 만큼 램프와 범퍼 디테일을 소소하게 변경하는 수준이었다.

 

전면부는 상당히 높게 올라온 보닛과 화려하게 장식된 크롬이 큰 덩치와 맞물려 엄청난 존재감을 완성한다. 프리스틴 화이트 색상 때문인지 마치 흰수염고래 같은 인상을 준다.

 측면은 5.3m 전장이 그리 지루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A필러를 제외하고 D필러까지 검게 칠해 마치 루프가 떠있는 듯해 멋스럽다. 또 수평 기조의 측면 캐릭터라인이 긴 전장을 더욱 길어 보이게 만든다. 강렬한 존재감이다.

후면은 전면, 측면과는 다르게 근엄하고 진중하다. 중앙을 가로지르는 테일램프와 각진 디자인이 지배적이라 심플하지만 다소 심심하다. SUV보단 미니밴처럼 보인다.

인테리어는 기존 디자인이 호평이 많았던터라 큰 변화는 없다. 화려함 보단 잘 정돈되어 깔끔하다. 상당히 큰 크기의 센터 디스플레이가 있지만 공조장치를 조절하는 버튼을 따로 마련해 사용성이 좋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훌륭하다. 무선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고 기본 안드로이드가 내장돼 있다. 큰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로 유튜브 같은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네비게이터 오디오는 압도적인 경쟁력이다. 레벨 울티마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는데, 넉넉한 출력은 물론 저음 중음 고음 모두 또렷한 음질을 제공한다. 특히 놀라울 정도로 1열과 2열의 음질 차이가 거의 없다. 방음 또한 철저하다.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실내에 압도적인 강점이 하나 더 있다. 무려 서른가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트다. 심지어 좌우 허벅지 받침을 따로 조절할 수도 있다. 통풍과 열선을 지원하고 마사지 기능도 달려 있다.

반면 2열 시트는 단출하다. 통풍과 열선이 적용되어 있지만 슬라이드와 리클라이닝은 수동이다. 중앙 암레스트에 있는 디스플레이로 오디오와 공조기 설정 같은 기능 조작이 가능하다.

3열 시트는 초대형 SUV에 걸맞게 넉넉하다. 버튼 하나로 2열을 접어 손쉽게 승차를 할 수 있다. 183cm의 기자가 1, 2열에 앉은 뒤 3열에 앉더라도 모자람 없는 공간이 나온다. 소형 SUV 2열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3열을 전동으로 접고 펼 수 있어 쓸 일이 없을 때는 간편하게 트렁크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경쟁 차종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다운사이징을 했다. 3.5L V6 가솔린 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F-150 랩터에 달린 엔진과 같다. 최대출력 446마력, 최대토크 71kg.m가 나온다. 경쟁 차량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배기량의 절반 수준이지만 실제 가속을 해봤더니 더 빠른 가속감이 놀라웠다.

 

제로백(0-100)을 측정했더니 약 6초가 나왔다. 2.7톤 무게를 감안하면 놀라운 출력이다. 8기통 엔진이 연상되는 배기 사운드까지 제공해 감성까지 잡았다. 다만 강력한 출력 대비 제동 성능은 다소 떨어진다. 2.7톤의 무게를 버거워 하는 눈치다.

다운사이징한 파워트레인의 장점은 출력 뿐만 아니라 연비에서도 두드러진다. 약 500km를 고속 50%, 시내 40%, 가혹주행 10%로 달렸는데도 연비는 7.7km/L가 나왔다. 상당히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공인 복합연비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고속 정속주행시 10km/L는 거뜬히 넘어갈 정도로 다운사이징과 10단 변속기 완성도가 상당히 좋았다.

상대적으로 서스펜션 세팅은 아쉽다. 특히 완벽한 수준의 1열시트 착좌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경쟁 차들이 에어서스펜션을 장착하고 있지만 네비게이터는 전자제어 서스펜션만 지원한다. 생각보다 에어서스펜션 부재가 크게 느껴진다.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해 상당한 경량화를 이뤄냈지만 여전히 2.7톤의 무게를 서스펜션이 버거워하는 느낌이 강했다. 방지턱을 넘을 때 조금만 속도가 높아도 2열 탑승객이 공중으로 뜰 정도로 충격이 전해진다. 여러 번 피칭이 지속된다. 고속에서도 충격을 꽤나 전달하는 편이다. 

대신 고속 주행시 안정감은 상당히 좋다. 큰 차체에 대한 부담이 신기할 정도로 줄어 고속 항속 주행을 많이 하는 미국 도로 환경에 최적화 된 셋팅이다.

에어서스펜션의 부재로 차고 조절이 불가능해 승하차에도 아쉬움이 따랐다. 전동으로 나오는 사이드스텝이 있어 그나마 위안거리다.

좁은 골목을 지날 땐 모든 풀사이즈 SUV가 그렇듯 덩치가 부담스럽다. 이럴 때 서라운드 뷰 기능을 종종 사용하게 된다. 경쟁 차량은 여러 번 터치해야 가능하지만 네비게이터는 버튼 하나로 손쉽게 작동할 수 있는게 편리했다. 

ADAS는 큰 차체를 감안하면 납득이 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차선 중앙 유지 보조가 장점이다. 경쟁 차량이 국내 지도 관련 법규로 인해 차선 중앙 유지를 지원하지 않는데 비해 네비게이터는 차선 중앙 유지 보조를 사용할 수 있어 장거리 운전 피로도가 감소한다.

 

다만 운전자가 전방을 보는지 확인하는 시스템 작동이 부담이다. 정면을 보고 있는데 '정면을 보고 있지 않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상당히 시선을 높여야 정면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링컨 네비게이터 가격은 1억5040만원이다. 지난해보다 약 2500만원 가격이 올랐다. 2021년 처음 나왔을 때 1억1840만원이었는데 페이스리프트와 연식 변경을 거치면서 2년만에 3200만원이 오른 셈이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월 두 자리가 넘던 판매량이 올해 한 자리로 떨어졌다.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야 기존 판매량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 줄 평


장 점: 넘사벽 사운드 시스템과 시트…어떤 차와 비교해도 단연 최고다


단 점: 에어서스펜션 부재로 종종 트럭 같은 승차감이...훌륭한 시트가 아까워

 

임정환 에디터 jwh.lim@carguy.kr
 

링컨 네비게이터

엔진

V6 3.5 가솔린 터보

변속기

10단 자동

구동방식

4륜구동

전장

5335mm

전폭

2075mm

전고

1940mm

축거

3110mm

공차중량

2775kg

최대출력

446마력

최대토크

71kg.m

복합연비

7.2km/L

시승차 가격

1억 50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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