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km시승기] 오픈에어링의 참 맛은 이거야..지프 랭글러 파워탑
[500km시승기] 오픈에어링의 참 맛은 이거야..지프 랭글러 파워탑
  • 임정환
  • 승인 2023.04.25 09:00
  • 조회수 3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프는 현대적 의미의 SUV의 시초 격인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장년층에서 SUV를 ‘지프차’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그 이미지는 확고하다. 2차 세계대전에서 처음 탄생한 윌리스 지프를 시작으로 크라이슬러, FCA를 거쳐 스텔란티스에 이르기까지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 지프다.

시승차는 이런 지프의 역사와 고스란히 반영해온 '랭글러'다. 1987년 민수용 1세대가 출시된 이후 4번의 풀체인지를 거쳤다. 그동안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도 1세대 랭글러가 가지고 있던 정통 오프로더로서의 본질과 디자인은 희석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점이 쌓여 더욱 랭글러의 입지는 탄탄해 졌다.

랭글러 루비콘 소프트탑 모델의 전면은 지프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윌리스 지프부터 이어져 온 원형의 헤드램프와 7개의 세로형 그릴이 헤리티지를 잘 보여주는 디자인이다. 보닛 위로 올라온 2개의 고리와 보닛 잠금장치 또한 군수용으로 시작했던 지프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측면은 정직한 2박스 디자인이다. 높은 차고와 한 눈에 보이는 짧은 오버행이 진입각, 이탈각에 큰 도움을 준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5스포크의 17인치 휠과 75% 편평비의 M/T 타이어는 랭글러의 스타일링을 완성해준다. 아울러 지프 특유의 역사다리꼴 휠하우스도 아이콘이다.

후면은 좌우로 네모난 모양의 테일램프와 스페어타이어만 봐도 한 눈에 랭글러임을 알 수 있다. 높은 차고 덕분에 차체 하부를 보기가 용이하다. 큰 사이즈의 디퍼런셜과 리지드엑슬 타입의 서스펜션이 눈에 띈다. 트렁크 도어도 특이하다. 일반적인 SUV와 다르게 문과 유리가 따로 열린다. 원한다면 천장과 문을 전부 떼어내고도 달릴 수 있는 랭글러의 특징이다.

실내로 들어오면 외관에서 들어나는 오프로더 향기가 느껴진다. 모든 버튼이 크고 직관적이라 사용하기 편리하다. 센터페시아를 장식하는 빨간 트림과 요즘에는 보기 힘든 시거잭이 이 차의 마초적인 감성을 배로 만들어준다. 

센터페시아 상단부는 8.4인치 터치스크린이 자리하고 있다. 유선으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며 오프로드 주행시 유용한 차량 상태와 롤, 피치각도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2019년 이후 국내에서 랭글러 판매가 급증한 것은 이처럼 첨단 편의장비가 듬뿍 달린 신모델이 나오면서다. 

처음 랭글러를 타는 사람들이 가장 곤란을 겪는 부분이 바로 파워 윈도우 스위치다. 통상 도어에 달린 스위치가 랭글러는 센터페시아에 위치한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차 문을 떼고 운행이 가능한 랭글러 특성상 도어에는 버튼이 거의 없다. 심지어 스피커도 천장 프레임 또는 센터페시아로 모두 옮겨 놓았다. 

센터페시아 하단부는 오프로드를 갈 때 사용할 사용할 기능이 잔뜩 달려있다. 전후륜 디퍼렌셜을 전자식으로 잠글 수 있고, 울퉁불퉁한 길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전륜 스웨이바도 전자식으로 풀고 잠글 수 있다. 또한 오프로드 플러스 모드를 사용할 경우 랭글러의 전설적인 오프로드 성능을 별도의 조작없이 지형을 파악해 자동으로 주행을 최적화 해준다.

지프 랭글러와 같은 본격적인 오프로드 머신은 기본 특징이 있다. 바로 4륜구동 조작 레버이다. 랭글러는 후륜에만 동력을 전달하는 2H, 차량이 자동으로 판단해 구동력을 배분하는 4H AUTO와 전후륜 각각 5:5로 전달해주는 파트타임 4H, 정말 험지인 록 크롤링 등에 유용한 로우기어를 사용하는 4L모드가 있다. 

1열 시트는 무난하다. 적당히 탄탄한 느낌이다. 열선을 제외하면 시트 모든 기능이 수동이다. 실내를 물청소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랭글러의 특성상 전자장치를 최대한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2열 시트는 다소 불편하다. 5도어 랭글러가 나온 이래 2열 시트가 편안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키 183cm의 기자가 앉아도 충분히 넉넉하지만 등받이가 많이 세워져 있고 시트 방석이 짧아 장거리 운행시 상당히 피로를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USB C타입을 포함한 USB 단자 4개와 220V 파워 아울렛도 2열에 마련되어 있어 차박을 할 때 상당히 용이해 보인다.

트렁크 공간은 넉넉하다. 897L의 공간은 골프백 2개와 보스턴백 3개는 무난히 들어간다. 특히 천장이 높아 짐을 차곡차곡 쌓으면 상당한 양을 적재할 수 있다. 2열은 풀플랫이 가능하다. 접으면 2050L의 공간으로 확장돼 2인 차박도 충분히 가능한 공간이 나온다.

랭글러 루비콘의 심장은 2.0L 터보 가솔린이다. 272마력에 40.8kg.m의 출력을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땅으로 전달한다. 출력은 상당히 넉넉하다. ‘고속주행’과 거리가 먼 랭글러지만 조금만 악셀을 깊게 밟으면 예상보다 빠르게 튀어나가 놀라웠다.

 

8단 변속기 또한 부드럽다. 운행내내 다양한 조건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었다. 시속 110km 이상 가속하면 풍절음이 엄청나게 들어온다. 급가속 추월할 때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이렇게 강력한 출력 때문일까. 아니면 필요없는 기대일까. 연비는 나쁘다. 고속60%, 시내40% 정도의 환경에서 500km를 주행하며 나온 평균연비는 8.5km/l였다. 100km 정속주행시 10~11km/l 정도의 연비를 보여주었다. 각진 디자인과 M/T 타이어가 연비에 악영향을 줬다.

주행감은 M/T타이어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다만 서스펜션 세팅이 오프로드 운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고속으로 운행시 다소 불안한 감도 있다. 법정 최고속도 이내에선 이런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저속에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특히 인상적이다. 오프로드 운행을 위한 서스펜션인 만큼 차체 흔들림이 거의 없이 깔끔하게 요철을 처리해낸다.

일반도로 운행시 주행 소음은 많이 들어온다. 특히 M/T타이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크다. 일반도로 운행이 위주라면 타이어를 바꾸면 승차감과 소음에서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시승차는 천장을 열어 오픈에어링이 가능한 ‘파워탑’ 모델이다. 처음 천장을 닫고 운행할 때 파워탑이 아닌 모델보다 소음이 많이 들어와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탑을 열자마자 보상이 되는 기분이었다. 96km/h의 속도에서도 버튼 하나로 2열까지 완전 오픈이 가능한 것도, 여닫을 때 부담이 적어 좋았다. 오픈에어링을 하고 강력한 출력의 알파인 오디오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으며 산길을 올라가니 랭글러 루비콘이 어필하는 감성과 성능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랭글러 파워탑 가격은 7750만원이다. 하드탑 모델과 350만원 차이다. 출시 초기보다 계속 가격이 올라서인지 요즘 할인도 심심찮게 한다. 디자인이 대부분 비슷한 도심형 SUV를 원하지 않고 확실한 개성과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랭글러 루비콘은 충분한 가치를 한다.

 

한 줄 평

장점: 충실한 오프로더이지만 도심도 편리하다..파워탑 개방감 굿! 

단점: 어쩔수 없지만 아쉬운 NVH와 사악한 연비 

 

임정환 에디터 jwh.lim@carguy.kr

 

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엔진

L4 2.0 가솔린 터보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4륜구동(파트타임, 로우기어 포함)

전장

4885mm

전폭

1895mm

전고

1850mm

축거

3010mm

공차중량

2120kg

최대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

복합연비

8.2km/L

시승차 가격

7750만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