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800Kg 싣고 달렸다..힘 딸리는 LPG 상식 뒤집은 봉고3 T-LPDi
[시승기] 800Kg 싣고 달렸다..힘 딸리는 LPG 상식 뒤집은 봉고3 T-LPDi
  • 김태현
  • 승인 2024.02.12 09:00
  • 조회수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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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로 어느 곳에서나 볼수 있는 차가 있다. 대도심이건 시골이건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섬이라도 이 차는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수십년 동안 우리 생활속에서 깊게 자리잡으며 수많은 산업의 원동력이 된 1톤트럭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부터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디젤 신차 등록이 불가능하다. 대체재로 나온 것이 LPG 파워트레인으로 기아 봉고3 T-LPDi를 시승했다.

 

봉고3는 2004년 처음 출시한 이후 큰 변화 없이 꾸준한 판매를 이어왔다. 출시 초기 2.9L J엔진이 2012년 페이스리프트를 기점으로 포터2와 동일한 2.5L 디젤 A엔진으로 변경되었다. 2020년 전동화의 바람에 따라 전기 모델도 추가되는 등 외관 변화 보다는 시대에 걸맞는 파워트레인을 달면서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A엔진 조차도 1980년대 설계를 기반으로 개선해 사용해 강화되는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기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부터 디젤 택배차량 등록이 금지됐다. 대안으로 거론된 전기차 1톤 트럭은 짧은 주행거리와 느린 충전속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단점이 노출됐다. 

 

봉고는 2009년에 2.4L 자연흡기 LPG 엔진을 탑재하기도 했지만 살인적으로 낮은 연비와 부족한 출력으로 소비자 만족은커녕 원성의 대상이 됐다. 1톤 트럭은 대부분 자영업자가 사용해 일정 이상의 성능을 만족 시켜야하고 구입이나 유지 비용이 비싸서는 안 된다는 악조건을 달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기아는 1톤 트럭에 출력을 높인 LPG 파워트레인을 부활시켰다. 물론 기존의 단점은 모조리 개선했다. 2.5L 세타엔진 기반으로 LPG를 기화기나 포트분사식이 아닌 GDi와 유사한 직접분사 방식을 적용했다. 여기에 터보를 장착해 출력을 크게 올렸다.

 

이런 덕분에 2.5터보 LPG 엔진은 5단 자동변속기 기준 159마력에 토크 30.0kg.m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2.5L 디젤 엔진을 대체하기 충분한 출력이다. 아쉽게도 수동 모델은 출력을 디튠해 138마력, 26kg.m로 낮췄다.

외관으로는 LPG 차량임을 확인하기 어렵다. 스페어 타이어 위치에 놓인 도넛형 LPG 봄베가 유일하게 유종을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존 LPG 모델은 충전구가 전방에 놓여 있었지만 탱크 위치상 후방으로 이동했다. 조수석 아래를 비추는 거울과 적재함 하단 공구함, 발판 등이 원가절감을 이유로 사라졌다.

실내는 꽤나 많은 부분이 변화했다. 특히 편의사항이 대폭 개선됐다. 시승차는 풀옵션 사양이라 10.25인치 내비게이션, 스마트키, 룸미러형 하이패스, 기아 커넥트 등 소형 승용차에 준하는 편의장비를 갖췄다.

 

여기에 운전석 열선시트와 열선 핸들을 지원하고 통풍시트 또한 선택이 가능하다. 다만 조수석은 엔진룸 덮개를 겸해야 해 별도 열선이나 통풍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계기판에 표기된 RPM 게이지는 LPG 엔진임에도 특이하게도 레드존이 4000RPM 부근에서 시작한다. LPG 엔진으로 최대한 디젤의 특성과 비슷하게 하려다보니 토크를 최대한 저 RPM 구간에 몰아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풀악셀로 가속해도 4200RPM 부근에서 변속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동을 걸면 생각보다 소음이 꽤나 들려온다. 현대차그룹 처음 양산한 LPG 직분사 엔진인데다 엔진이 대부분 외부에 노출돼 냉간소음 자체는 디젤차에 준할 정도다. 하지만 진동은 확실히 적다. 정차시에나 가속시에도 불쾌한 진동이 적어 오랜 운전에도 피로감이 적다.

예비 오너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긴 점은 "LPG엔진으로 바뀐 뒤 출력의 변화와 연비"일 것이다. 일단 공차 상태에서는 디젤보다 가볍게 치고 나간다. 실제로 가속시간은 소폭 단축됐다고 볼 수 있다.

 

디젤 대비 초반에 토크가 낮다고 살짝 느껴지지만 속도계 바늘은 꾸준히 상승한다. 화물을 적재하면 어떻게 될까? 휠, 타이어, 가구 등 다양한 짐을 200~800kg 정도 적재하고 시승을 진행했다. 

공차 상태에서는 고속도로 8~9km/L, 시내 5~6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공인연비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이다. 200kg 내외의 가벼운 화물을 적재한 상태에서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가속력도 눈에 띄게 감소하지 않았다. 연비 또한 그다지 춥지 않는 겨울 기온과 여러가지 외부조건을 고려하면 거의 유사한 수준이었다. 

약 800kg 적재를 한 상태에서는 연료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낮은 초반 토크가 금방 체감됐다. 분명 제원상 출력은 동일함에도 실제 적재 상황에서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손쉽게 느낄 수 있었다.

 

화물을 적재하고 대략 65km 정도를 동일 조건으로 고속도로 주행을 했다. 연비는 0.2km/L가 하락했다. 대략 시내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주행하면 7km/L 내외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폭 연비가 하락한 것이다.

 

디젤 모델과 비교해서 적재 중량에 따른 연비 차이는 크게 없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언덕을 더 많이 넘고 공회전이 많은 시내를 계속 달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또 기온의 영향을 크게 받는 LPG엔진의 특성상 한파가 불어 닥치는 겨울에는 더욱 하락할 여지가 남아있다. 대신 경유에 대비해서 60~65% 수준이 LPG 가격에서 보전이 가능하다. 

 

2023년 연평균 LPG 전국 가격은 957원, 경유 1558원으로 61% 수준으로 저렴하다. 공인 연비로 단순 계산시에 디젤 모델에 대비하여 연간 54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 또 디젤차와 다르게 촉매를 제외하면 별도의 배기가스 정화 장치가 필요 없다.

 

DPF와 SCR이 없어 요소수 주입도 불필요하다. 여러가지를 종합해보면 LPG 트럭이 유류비와 정비비용, 기타 유지비에서 상당히 저렴한 것을 알수 있다.

전기 트럭과 비교하면 짧은 충전속도도 장점이다. 완속충전 기준 8시간30분, 급속충전기를 물려도 2시간 정도 충전시간이 필요한 전기 1톤 트럭과 달리 3분내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전기 트럭에 비해 충전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또 3종 저공해 인증을 받아 공영주차장, 공항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전국에 2천여개의 LPG 충전소 인프라가 구비되어 있어 충전이 어렵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서울 도심, 지방 외곽, 농업지대 등에서는 여전히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법적으로 직접 셀프 충전이 불가하다 보니 무조건 충전 직원이 상주해야 해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LPG 1톤 화물차로 전량 대체된 만큼 수요가 증가하면 이러한 문제는 근시일내에 해결이 가능해 질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차그룹이 처음 내놓은 2.5L T-LPDI 엔진은 예상외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외부 소음과 다소 부족한 체감 토크 같은 아쉬움도 존재하지만 새로운 유종의 특성이라고 이해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예상을 웃도는 가속력과 나쁘지 않은 연비는 충분히 디젤을 대체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게 최종 결론이다.

 3.5L LPG 엔진을 탑재해 연비와 배기량 자동차세금에서 불리한 스타리아에도 이 파워트레인이 적용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한편 2025년부터 소형 화물차도 충돌 테스트가 의무화되면서 현재 구조의 현대기아 1톤 트럭은 사라질 운명이다. 너무 오래된 설계 구조로 안전에 취약해서다.

 

디젤 엔진의 유지비용과 특유의 진동에 지친 1톤트럭 운전자라면 지금이 차량 교체의 적기라고 생각된다. 기존 화물차가 노후경유차에 해당된다면 LPG 트럭으로 교체시 추가 조기폐차 지원금 대상도 돼 더욱 합리적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한 줄 평

 

장 점 : 디젤을 대체하고도 남은 출력, 예상외로 좋은 연비

 

단 점 : 높은 정숙성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엔진 소음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기아 봉고3 초장축 2WD 킹캡

 

엔진

2.5L T-LPDi

변속기

5단자동

구동방식

후륜구동

전장

5155mm

전폭

1740mm

전고

1995mm

축거

2615mm

공차중량

1705kg

최대출력

159마력

최대토크

30kg.m

복합연비

6.5km/L

시승차 가격

250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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