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IRA 만들면..국산 니로EV 보조금 못 받아
한국판 IRA 만들면..국산 니로EV 보조금 못 받아
  • 유호빈 에디터
  • 승인 2022.09.27 14:00
  • 조회수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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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미국은 지난 8월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이하 IRA)을 시행 중이다. 사실상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다. IRA가 시행됨에 따라 타격을 받은 곳이 예상외로 현대기아다. 북미에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적용 받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전기차 조립을 완료하고 적용된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채결한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돼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더불어 세단 전기차는 5만5000달러, SUV, 픽업트럭 전기차는 8만달러 이하 차량에만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현대기아 전기차가 당장 피해를 보고 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에도 IRA 법안에 따라 현대기아가 피해를 보는 부분을 완화해달라는 내용이 다뤄졌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조금을 미국식 IRA 법안으로 손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배터리 생산지, 차량 생산지에 상관없이 차량 가격이 5500만원 미만이라면 보조금 100%(국고 700만원 + 서울시 200만원), 5500만원 이상 8500만원 미만인 차량에는 절반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실상 수입차던 국산이건 관계없다.

폴스타 폴스타2
폴스타 폴스타2

우리나라 전기차 보조금 기준에도 IRA와 같은 생산지 조건을 추가하면 어떻게 될까. 현재 기준을 참고해 85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는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의 EQS, BMW iX 등 1억원이 넘는 전기차는 높은 가격 덕분에 판매 비중이 높지 않다.

해외에서 생산해 수입하던 전기차 중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던 전기차가 도마에 오른다. 대표적으로 테슬라 모델3, 폭스바겐 ID.4, 쉐보레 볼트 EV&EUV, 폴스타2 등이다. 이런 수입 전기차는 그간 받았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일부 차량에는 국산 업체 배터리가 들어가지만 최종적으로 차량 제조국가가 한국이 아니라서다. 그렇다고 시장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은 한국에 조립공장을 설립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아 2세대 니로 EV

문제는 모든 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아 2세대 니로 EV에는 중국산 CATL 배터리가 들어간다. 국내에서 생산하지만 배터리 광물 원산지 및 가공 지역이 중국인 셈이다. 니로EV는 현재 900만원의 구매 보조금(서울시 기준)을 받아 4천만원대 초중반에 구매할 수 있다. 만약 니로 EV에 보조금 혜택이 제외된다면 사실상 판매가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경쟁력인 4천만원대 실구입가격이 5천만원대 중후반으로 올라가서다. 

기아 EV6
유럽에서 2022 올해의 차를 수상한 기아 EV6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IRA 법안을 우리나라까지 엇비슷하게 만든다면 유럽도 비슷한 기준을 추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 시장은 미국보다 더 발 빠르게 전동화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일부 브랜드들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고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계획도 내놓고 있다. 국산 전기차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꽤 수출을 하고 있다. 유럽 전기차 판매량을 집계하는 ‘EU-EV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주요 14개국의 현대기아 전기차 점유율은 14.31%에 달한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에 이어 세 번째다. 유럽마저 자국 시장 보호를 선언한다면 현대기아의 주요 전기차 시장이 없어지는 꼴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구체화하지는 않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기준을 결정하는 환경부는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내년 전기차 보조금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그중 서비스센터 인프라 환경을 반영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한편 정부는 미국 IRA 법안에 대해 다각도로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법안이 통과되고 시행됨에 따라 법안 수정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가능성도 나오지만 해결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서만 예외 조항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유호빈 에디터 hb.yo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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