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발목 잡히는 수소차 미래..반전 계기 있을까
전기차에 발목 잡히는 수소차 미래..반전 계기 있을까
  • 김태원
  • 승인 2023.04.18 09:00
  • 조회수 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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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급성장하는 데 비해 수소연료전지(FCEV) 차량 보급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올해 1~2월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4% 역성장했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수소차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올해로 2013년 현대차 투싼 FCEV가 출시된 지 딱 10년이다. 2018년 주행거리와 가격을 내린 보급형 현대차 넥쏘가 출시된 지도 5년이 흘렀다. 당시 정부는 수소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차 충전소 규제 샌드박스를 결정하는 등 수소차 보급에 방아쇠를 당겼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배터리 기반 전기차에 비해 항속거리와 충전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뚜렷했다. 2018년 등장한 넥쏘 항속거리가 600km 이상이었지만 당시 아이오닉 일렉트릭 항속거리는 200km에 불과했다. 이는 수소연료전지차의 큰 매력이었지만 2022년 출시된 아이오닉 6의 항속거리는 최대 524km에 달한다. 더 이상 항속거리는 수소연료전지차의 장점이라고 보기 힘들어졌다.

 

현대자동차 수소차 넥쏘
현대자동차 수소차 넥쏘

 

또한 5분이면 충분한 넥쏘 수소 충전과 달리 당시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급속 충전을 해도 1시간 이상 걸렸다. 현재 아이오닉 6의 경우 10~80%까지의 충전에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렇듯 전기차는 급격한 기술의 발전으로 항속거리와 충전 시간이 단축되는데 비해 수소연료전지차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2019년 정부가 위해 발표한 '수소경제활성화로드맵'에는 2022년 수소차 목표치가 상세하게 설정돼 있다. 언급된 정부의 계획과 실제 수치를 비교해 봤다.

 

더 뉴 아이오닉 일렉트릭
더 뉴 아이오닉 일렉트릭

 

수소차 보급, 목표치의 절반 이하

2019년 당시 2022년 설정한 수소차 목표 보급 대수는 6만7000대(승용 6만5000대, 버스 2000대)였다. 하지만 2022년 말 국내에 등록된 수소차는 누적 2만9623대로 목포량의 44% 수준이다. 2019년 5000여대, 2020년 1만여대, 2021년 1만9000여대에서 2022년 약 3만여대까지 꾸준히 50% 이상 성장률을 보여왔지만, 당초 설정한 목표량에는 턱없이 부족한 모습이다.

 

특히 2000대로 목표했던 수소버스는 비싼 가격과 충전소 부족으로2022년 말까지 단 281대가 보급됐다.  같은 기간 약 5200여대 전기버스 보급된 것과 상반된다. 이에 대해 정부도 지난해 11월 '제5차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수소버스 지원금을 향상하고 2030년까지 3만대의 수소버스를 보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광명 복합충전소 수소충전소
광명 복합충전소 수소충전소

 

수소 충전소, 목표치의 70% 수준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수소 충전소 보급이다.  2022년 말까지 보급된 수소 충전소는 229개소로 목표치 310개소의 74% 수준이다. 목표의 달성과는 별개로 수소 충전소의 부족은 수소차를 언급할 때 늘 구설수에 오른다. 수소 충전소는 전기차 충전소와 달리 설치할 때 주변 주민들이 반대하는 님비 현상도 종종 나타난다.

 

정부는 2040년까지 1200개소 이상의 충전소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 또한 부족한 숫자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는 2000개소 이상의 LPG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LPG 차량 오너들은 충전소가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하나의 수소 충전소를 짓기 위해 약 3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수소의 폭발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주변 주민들의 반발과 지자체의 각종 인허가가 늦어져 수소 충전소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현대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여전히 비싼 수소 가격

정부는 2022년까지 kg당 6000원에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라 발표했지만 2022년 말 수소 kg당 가격은 8800원 수준이다. 이는 로드맵 발표 당시의 가격인 8470원에 비해 오히려 올라간 셈이다. 이달 현재 수소의 kg당 전국 평균 가격은 9600원까지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물류비,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수소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수소, 우주의 75%. 그 무한한 수소로 자동차를 달리게 하다"

현대차가 한 때 수소연료전지차를 홍보하면서 사용했던 문구다. 우주에 막대한 양의 수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 상태의 수소는 에너지로 사용할 수 없다. 인위적인 과정을 통해 수소를 얻어야 한다. 이처럼 사용 가능한 수소를 얻는 방법으로는 부생수소, 수증기 개질법, 수전해법 등이 있지만 해당 기술 발전은 더딘 편이다.

 

같은 기간 동안 전기차의 배터리 기술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가격과 성능에서 혁신을 맞은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렇듯 수소 포집 방식의 기술 개발이 더딘 것도 높은 수소 가격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em>테슬라 모델S 플래드&nbsp;</em>
테슬라 모델S 플래드

 

일론 머스크는 지금까지 "놀랍게도 몇몇 회사들은 아직도 FCEV 투자를 하고 있다"라며 수소연료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여러번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와 정유회사가 보였던 반응과 유사하다.

 

수소연료전지는 배터리 기술 발전에 따라 장점이 점점 흐릿해져 간다. 대중 버스나 물류 트럭이 아닌 일반 소비자가 타는 승용차로서 수소차의 미래는 혁신적 기술 개발과 계기가 없는 한 시커먼 구름만 잔뜩 끼어 있는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 에디터 tw.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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