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부드러운 승차감의 럭셔리 SUV..캐딜락 XT4
[시승기] 부드러운 승차감의 럭셔리 SUV..캐딜락 XT4
  • 서동민
  • 승인 2023.06.28 08:30
  • 조회수 1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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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은 미국 자동차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국내에서 미국차, 캐딜락 하면 사람들은 대배기량과 거대한 차체를 떠올린다.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델은 초대형 SUV 에스컬레이드일 것이다. 미국의 땅덩어리만큼이나 거대한 차체와 대배기량 엔진을 가진 캐딜락의 플래그십이다. 지난해 571대가 판매됐다.

 

 

캐딜락 XT4는 SUV 라인업의 막내다. 크기로 봤을 때 에스컬레이드, XT6, XT5 그리고 XT4 순이다. 2020년 미국에서 약 2만2000대가 판매됐다. 중국에서는 약 5만8000대가 판매된 인기 차종이다. 국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물량이 부족해 68대가 판매됐다.

 

 

XT4는 럭셔리, 프리미엄 럭셔리 그리고 스포츠 트림으로 나뉜다. 한국 시장에는 가장 상위 트림인 스포츠 트림만 출시됐다. 첫인상은 당당하다. 준중형 SUV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커 보인다. 도로 위에서 어깨를 쫙 펴고 서 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595mm, 전폭 1880mm, 전고 1610mm이다. 제원상 제네시스 GV70(4715×1910×1630)보다 작지만 XT4를 마주하면 결코 작은 차라는 인상을 받기 힘들다. 외관 디자인에 상당 부분 반영된 캐딜락의 디자인 요소 덕이다.

 

캐딜락의 아이덴티티라고 볼 수 있는 거대한 L자형 수직램프와 방패 모양 그릴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또 보닛 위에 움푹 솟은 근육질 라인은 운전자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메리칸 럭셔리를 대표하는 캐딜락을 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측면은 굵은 직선 라인이 차체를 관통한다. 앞뒤 오버행은 짧지만 휠베이스는 길어 비율이 좋다. 덕분에 차의 무게 중심이 낮아 보이고 더욱 안정감 있어 보인다. 동급 차량에서 보기 힘든 큼지막한 20인치 알로이 휠이 휠하우스를 가득 채워 단단한 모습이다.

 

 

후면에는 L자형 수직램프를 적용했다. 차체 크기에 비해 크고 긴 램프가 탑재돼 멀리서 봐도 눈에 띈다. 후방 와이퍼는 스포일러 하단에 숨겨 깔끔하다. 후진등은 범퍼 하단에서 점등돼 야간 주차 시에 후방을 밝게 비춰주는 기본 역할에 충실하다.


북미에서 생산한 사양을 그대로 수입해 판매하다 보니 후방 방향지시등은 제동등과 더불어 붉은색으로 점등된다. 

 

 

실내는 출시한 지 4년이 지난 모델답게 다소 오래된 느낌이 난다. 계기판부터 살펴보면 아날로그 바늘 계기판 사이에 디지털 액정이 자리했다. 전통적으로 사용해오던 아날로그 계기판은 직관적이고 시인성이 좋다.

 

디지털 액정에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동작 정보 및 내비게이션 경로 정보 그리고 오일 온도, 냉각수 온도, 변속기 오일 온도 등과 같은 파워트레인 관련 정보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센터페시아에는 플로팅 타입 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공조 버튼이 자리하고 있다. 작다고 기능이 부족한 건 아니다. 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무선으로 지원된다. 해상도도 상당히 좋다. 센터 디스플레이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전자식 기어레버 뒤에 자리한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에는 손이 잘 안간다

 

별도의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는 기어 레버 뒤에 자리 잡았다. 여기에 외부로 노출된 다수의 공조 버튼을 사용할 수 있다. 온도 조절부터 통풍·열선 시트까지 물리 버튼으로 구성돼 편리하다. XT4의 센터페시아 구성은 올드하지만 직관성을 중시하는 사용자라면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심플하다. RPM 게이지와 속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동작 여부 정도의 정보를 제공한다. 내비게이션 상의 경로는 차로를 변경할 때만 잠시 노출된다. 

 

전방 충돌 방지, 보행자 충돌 방지와 같은 안전 경고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달된다. 통상 경고음과 함께 계기판에 경고를 띄우는 수준인데 비해 캐딜락은 햅틱 시트의 진동과 함께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체를 붉은색으로 점등한다. 운전자가 전방 시야를 유지한 채로 확실하게 경고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1열 시트는 열선·통풍·마사지 기능이 기본 사양이다

 

실내 공간은 준중형 SUV 치고 훌륭하다. 1열은 물론 2열 공간도 여유롭다. 1열 전동 시트는 열선·통풍 기능이 제공된다. 여기에 마사지 기능까지 더한다. 177cm 신장의 기자가 2열에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은 주먹 하나가 넉넉히 들어간다. 1열 시트 아래에 발을 놓을 공간도 넉넉했다. 

 

아쉬운 점은 2열 시트 등받이 각도다. 리클라이닝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각도가 상당히 서 있 장거리를 이동할 때 2열 탑승객의 피로가 꽤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륜구동인지라 센터터널이 꽤 높게 올라와 있다. 사실상 성인 2명이 탈 수 있는 셈이다. 

 

트렁크 용량이 기본 637리터로 넉넉하다

 

트렁크는 전동으로 개폐된다. 용량은 기본 637리터이다. 현대의 중형 SUV, 싼타페의 트렁크 용량이 634L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넉넉한 공간이다. 여기에 2열 시트를 6:4로 폴딩 할 수 있다. 폴딩 시 최대 1385리터까지 확장된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터보 엔진음이 우렁차게 청들려온다. 정차 시에도 엔진음이 실내로 꽤 들려오는 편이다. XT4는 캐딜락 SUV 라인업 중 유일하게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다. GM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2.0L 엔진으로 탑재 모델별로 그에 맞는 튜닝을 거친다. 국내에서는 쉐보레 말리부와 캐딜락 CT4에 탑재되며 다양한 차종에 쓰여 신뢰성이 높으면서 정비성 면에서 용이하다.

 

당장 XT5만 하더라도 3.6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라 부담스럽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38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 1825kg의 덩치를 경쾌하게 움직인다.

 

아날로그 계기판과 디지털 액정을 조합해 시인성이 좋다

맞물린 9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충격 없이 부드럽게 작동한다. 투어 모드로 고속도로를 주행했다. 일상 주행 영역에서 사용하는 차량의 기본 주행 모드다. 앞바퀴만 굴려 연비에 도움을 준다. 가속 페달에 발을 살짝만 얹고 있었는데, 속도계 바늘은 순식간에 140km를 가리키고 있다.

 

중저속 회전 영역(1500~4000RPM)에서 발휘되는 최대토크와 다단화를 이룬 9단 자동변속기 조화 덕분이다. 묵직하게 속도계 바늘을 밀어올린다. 고속 주행 안정성도 상당히 좋다. 쭉 뻗은 미국 도로를 달리게 설계된 차답다. 항속 시 NVH 성능도 일품이다. 노면 및 외부 소음도 상당 부분 정제했다. 

 


XT4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차선이탈경고 및 차로 유지 보조, 사각지대경고, 전방 보행자 감지 제동 등의 안전사양이 기본이다.

레이더와 카메라를 이용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차량에 부드럽게 대응한다. 장거리 고속도로 주행 시 운전자의 피로도를 상당 부분 줄여줄 기능이다.

 

다만 차로 유지 기능은 아쉽다.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나 시내 도로에서는 차선 인식률이 저조했다. 차선이 조금만 복잡해져도 종종 작동이 해제됐다. 

 


고성능차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제동 시 당황할 수도 있겠다. 미국은 넓은 도로 환경 탓에 급하게 정차할 일이 드물다. 때문에 부드럽게 정차하도록 브레이크를 설계해 브레이크 페달의 초기 답력이 약한 편이다. 따라서 급하게 제동해야 할 땐 평소보다 과감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줘야 한다.

 

 

굽잇길을 만나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했다. 순식간에 기어가 체결되며 구동방식이 전륜구동에서 사륜구동으로 변경됐다. XT4는 자동차가 알아서 네 바퀴에 구동력을 제어하는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과 달리 운전자가 원할 때 사륜구동을 선택해 주행한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스티어링 감각도 무거워진다.

 

미국차는 직진 안정성은 좋지만 코너를 만나면 허둥댈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특히 XT4는 전고가 높은 SUV라 그런 특징이 도드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스티어링 휠을 돌리자 이런 편견이 보기 좋게 깨졌다. 

 

급격한 코너를 만나도 사뿐사뿐 안정적으로 굽잇길을 돌아나간다. 차체가 높은 SUV 특성상 일정 수준의 롤은 발생하지만 탑승객에게 불안함을 줄만큼은 아니다. 

 

코너링 수준이 독3사 SUV에 버금간다. 노면 반응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액티브 스포츠 서스펜션과 가변 댐핑 컨트롤 그리고 좌우 각 바퀴에 자유롭게 구동력을 배분하는 트윈 클러치 시스템이 만들어 낸 결과다.

 

 

고속도로와 국도가 섞인 시승구간 300여 km를 주행하는 동안 연비는 8~9km/L가 나왔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와 조화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XT4의 공인 복합 연비는 10.0km/L다. 본격적인 연비 주행을 시도한다면 더 좋은 연비를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

 

캐딜락 XT4는 젊은 감각을 입었다.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주행 감각은 캐딜락 브랜드의 엔트리급 모델로서 충분한 매력이다. 그렇다고 캐딜락 고유의 아메리칸 럭셔리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5000만원대에서 안전사양과 편의사양이 이 정도로 호화스러운 수입차는 보기 드물다. 아메리칸 럭셔리에 입문하려는 소비자에게 안성맞춤이다.

 


한 줄 평

 

장점 : 경쾌한 주행 감각..캐딜락 가문 내 준수한 연비

 

단점 : 실내 구성이 올드해 보인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캐딜락 XT4

엔진

2.0 터보 가솔린

변속기

9단 자동

구동방식

4륜구동

전장

4595mm

전폭

1880mm

전고

1610mm

축거

2779mm

공차중량

1825kg

최대출력

238마력

최대토크

35.7kg.m

복합연비

10.0km/L

시승차 가격

585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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